얼마 전에 영국 맨체스터에서 함께 공부하는 한국인들과 자원봉사를 다녀온 몰도바.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나라다.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니아 사이에 자리한 동유럽의 내륙국으로 소련으로부터 1991년에 독립했으나 인구의 1/4이 하루 2달러보다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나라로, 유럽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다.

 

몰도바에 한국문화센터가 있다?!

 

자원봉사차 방문한 그곳에서 한국문화센터를 찾았다. 20년 가까이 몰도바에서 살고 있는 한호진, 김원심 씨 부부가 만든 한국문화센터(Korea Cultural Centre). 이곳에서는 다양한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문화센터의 몰도바 미니 오케스트라는 김원심 씨가 조직한 오케스트라로 몰도바 청소년과 한국 청소년들이 함께하고 있다.

 

 

현재 몰도바에서 열심히 한국을 알리고 있는 김원심 씨는 음악 전공자는 아니나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몰도바 청소년들에게 기회와 희망의 통로가 되고자 미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많은 참여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들의 참여도가 높아져 지금은 15명 가량 되는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다. 미니 오케스트라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합주를 가지며 김원심 씨의 지도 하에 각자의 파트를 열심히 연습해와 함께 합주하는 즐거움을 맛본다고 한다.

 

김원심 씨는 한국문화센터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펼치며 몰도바 국민들에게 미니 오케스트라를 알리고 있다. 이를 통해 연주자는 물론 청중들도 음악이란 연결고리 속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부족한 것은 많지만 즐겁게 연주하는 그 모습에 모두가 감동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우리들의 꿈이 자라나는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리더인 마리아 코호카루 양은 애칭 ‘마루시카’로 불리는 17세의 소녀. 한국어도 능통하게 구사하고, 장래 한국 유학도 꿈꾸고 있다는 이 소녀는 한국문화센터를 통해 생소했던 분야인 음악 연주의 참맛을 느꼈다고 말한다.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연주할 때 정말 행복합니다. 처음에 편곡 및 작곡 할 사람이 없어 제가 하게 되었는데 밤을 새워 멜로디를 만들며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어요. 선생님과 동료들이 조언과 아이디어를 주어서 도움이 됩니다. 어린 시절 음악학원을 2년 반 정도 다닌 것이 제가 받은 음악교육의 전부지만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라고 말하는 마루시카는 피아노 연주를 할 때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으로 연주합니다’ 마루시카가 생각하는 오케스트라는 마음으로 연주하는 곳이었다.

 

 

올해 18세의 홍서연 양은 한국에서 예술학교를 다니다 몰도바로 유학을 온 경우. 플룻을 전공하는 서연 양은 미니 오케스트라의 정신적 지주이자 음악 교육을 맡고 있다. 몰도바에 온 지는 6개월 정도 되었으며,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친구들에게 악보 읽는 법을 알려주고 연주하는 법을 알려 주는 오케스트라의 선생님 역할이다. “예술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할 때는 부담과 걱정이 많았는데 이곳에 와서 외국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연주를 하니 즐겁습니다. 늘 웃으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음악을 정말 즐기면서 하는 모습에 저의 부담감도 많이 줄었지요. 그리고 이 친구들에게 음악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나누고 싶답니다.” 서연 양은 마루시카와 김원심 씨와 함께 편곡 및 작곡작업을 하면서 더 많은 레퍼토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서연 양의 사촌인 김민근, 김찬희 군도 미니 오케스트라에서 같이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미니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몰도바 한국인의 날에 공연을 하게 되어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이들은 한국 민요를 편곡하여 연주하는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미래의 문화예술교육가가 자라는 곳

 

예술적 지원과 문화적 지원이 현저하게 적은 몰도바라는 작은 나라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많은 것을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미니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모두가 음악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오케스트라 안에서 연주를 할 때만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그들과 그들에게 끊임없이 ‘음악’이란 멋진 도구를 사용해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김원심 씨의 소망이 아름답다. 문화예술을 전하는 것에 행복해 하며, 더불어 자신의 꿈을 개척해가고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미래의 문화예술교육가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뿌듯했다.

 

글.사진_ 손미령 영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