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대전’은 6명의 한국∙중국 소년들이 한 조가 되어 ‘토토의 영화교실 프로젝트’에 참여, 5일간의 수업을 통해 만든 애니메이션 창작 작품이다. ‘후꺼(胡哥: 중국 학생들이 붙여준 나의 별명. ‘호형, 호오빠’ 같은 의미로 친근하고 호의적인 사람에게 붙이는 말)’, 홍석조 통역담당, 두자부어(杜家博), 원자하오(温家豪), 주자위에(朱佳玥), 왕자위에(王嘉悦), 주인지(朱仁地) 학생. 이들과 한 조를 이루어 함께한 5일간의 문화예술수업과 그들의 작품 ‘외계인 대전’을 소개한다.

 

새롭게 바라보는 학교 공간, 그 안의 상상

 

“이제부터 교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거야! 옆으로 보고 거꾸로도 보고 누워서도 보렴! 나에게 재미있게 보이는 공간이나 물건들을 사진에 담아서 가지고 오는 거야!” 미션을 받고 카메라를 손에 쥔 학생들의 눈빛이 제법 진지하다. 주자위에(朱佳玥)는 청소 공구함과 교실바닥을 찍어왔고 두자부어(杜家博)는 CCTV를 담아왔으며, 원자하오(温家豪)는 벽에 붙은 전원스위치를 찍었다. 한찌아링(韩嘉苓)은 걸레를 담은 양동이를 담아왔고, 왕자위에(王嘉悦)는 칠판 밑의 슬라이드제어 스위치를 찍었다. 한국 학생 인지는 교실구석에 놓인 세숫대야를 찍어왔다. 교탁에 설치된 타블렛의 펜마우스를 가지고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가며 아이들의 상상력 발표가 이어진다. 학생들은 서로의 상상력을 존중하고 즐긴다. ‘후꺼(胡哥) 샘’은 엄지손가락을 지켜 올리며 칭찬을 쏟아낸다.

상상력에 대한 존중과 격려는 학생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깊은 곳을 찾아가 숨겨놓은 소중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오게 한다. 저마다의 색다른 시각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 그림들이 수업을 통해 발표되면 교실에선 어느덧 웃음이 흘러나온다. 청소 공구함은 옆으로 누워 이층버스가 되었고, 교실바닥은 대나무 잎을 맛있게 먹는 귀여운 팬더로 변했다. CCTV는 멋진 패션의 남자아이가 되었고 대걸레를 담은 양동이는 아주 예쁜 눈망울을 가진 리본을 맨 소녀로, 벽의 스위치는 귀여운 해적으로, 그리고 피에로의 얼굴에 이용되었다. 학생들은 이렇게 자신의 상상을 현실에 캐릭터로 재현했다.

 

문화예술 놀이터에서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다

 

이 수업은 학교의 공간과 조형물을 캐릭터로 새롭게 상상해보고 그것을 이용하여 스토리를 가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봄으로써 학교공간을 놀이를 통한 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만나보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그리고 그 놀이공간에서 한∙중 청소년들과 선생님이 서로 마음으로 소통하며 친구가 되고자 했다.

 

교실을 이용하여 만든 캐릭터를 가지고 이제 학생들은 스토리를 고민한다. 세숫대야를 응용한 외계인을 이용하여 한 판 쫓고 쫓기는 대활극을 왕자위에(王嘉悦)가 제안한다. “제목은 어떻게 정하면 좋겠니?” “외계인 대전! 어때요 선생님?” 학생들이 서로의 눈빛을 보며 재미 있다는 듯 키득댄다. 이내 스토리가 줄줄 풀려 나온다. 평화로운 북경의 한 교실에 나타난 외계인과 학생들의 유쾌하고 코믹한 한판 대전이라는 스토리 컨셉트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수업은 결론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게임처럼 진행된다. 다음날은 교실 밖 복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제작하고 그 상황에 맞게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오후가 되면 선생님과 학생은 같이 몸을 움직여 동작을 만들고 카메라로 찍어보는 수업이 이어진다. 코믹한 동작을 서로 취할 때면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같이 웃기도 하고 그들 자신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움직임을 함께 영상으로 확인할 때마다 학생들은 신기함과 만족감 그리고 천사 같은 미소를 보낸다. 그리고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져 감을 느낀다. 스토리를 배경으로 픽실레이션과 스톱모션기법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수업은 그렇게 오후 내내 이어졌고 애니메이션은 북경의 청소년들에게도 그들의 상상을 현실로 재현해 주는 마법 같은 도구가 되었다. 수업은 복도에서 정원과 운동장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캐릭터를 만들고 몸을 직접 움직여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외계인 대전’을 만드는 5조 학생들에게 교실은 따로 있지 않았다. 어제는 복도가 교실이었고 오늘은 운동장이 교실이 된다. 쉬는 시간도 따로 없다. 모두가 같이 움직이고 만들다 지친다 싶으면 그 자리에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쉬도록 했다. 학교는 더 이상 딱딱한 곳이 아닌 외계인과 한바탕하고 뛰놀고 편히 쉬기도 하는 친근한 공간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품 만들기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문화예술수업을 통하여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들은 놀이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그 위에 문화예술 놀이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음을 열었다. 서로의 눈빛과 웃음이 이미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문화예술 놀이터는 그렇게 학생들과 선생님을 마음과 눈빛으로 통하는 친구로 만들어 주었다.

 

 

 

한국과 중국의 따뜻한 약속, 외계인 대전

 

어찌 보면 북경의 청소년들에게 애니메이션 수업과 선생님은 교실에 나타난 또 다른 모습의 외계인이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외계인 대전’에서 외계인과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고자 했다. 그리고 학교를 놀이터 삼아 한바탕 뛰어 놀았다 학교는 더 이상 딱딱한 곳이 아닌 외계인이 활개치고 아이들이 같이 뛰놀 수 있는 친근한 수업공간이자 놀이의 공간이 되었다. 그 놀이터에서 북경의 학생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친구, 그리고 평화였다. 그것은 ‘외계인 대전’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다.

 

5일 동안 개최된 ‘토토의 영화교실 프로젝트’ 안에서 행해졌던 애니메이션 문화예술수업은 마음과 눈빛으로 소통하며 자신과 서로를 알아가고 새로운 세상보기를 통해 그러한 가치들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랑과 우정, 평화의 스펙트럼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은 서로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통하는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었다.

 

 

글.사진_호중훈 만화애니메이션부문 예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