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처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현장을 시민의 눈으로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하여 시작된 「이발하는 기자단」의 시민 기자 22명이 군부대, 교정시설, 지역아동센터 등 총 46곳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찾았다. 아르떼365에서는 「이발하는 기자단」의 기사 중 6편을 골라 총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에 소개할 두 번째 기사는 구미 산업공단 마술 동아리 ‘구미 드리머’. 표광소 시민기자의 글을 통해 구미로 떠나보자.

 

기차

 

지난 12월 3일, 오후 3시 35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오후 7시에 구미역에 도착했다. 역사를 빠져 나와 버스로 20분쯤 달리자 ‘구미 공단’ 앞 정류소에 다다랐다. 버스 정류소 바로 옆에 있는 육교를 건너면 공단 본부 건물. 사무실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1층 회의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다. 1층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떠들썩했다.

 

퇴근 길 마술 수업

 

사람들이 회의실 뒤쪽에 모여 있었다. 강의 분위기를 흐트러트릴까 걱정하며 슬며시 들어서던 방문객은 떠들썩한 분위기에 잠깐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식 시간이었다. 공단의 여러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근길에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원들이 저녁 식사 대신 김밥과 빵, 우유, 커피로 요기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는 듯했다.

 

자신감

 

회원들에게 놀라운 마술의 세계를 전하고 있는 김종섭 강사는 이 곳에서 회원들과 함께 한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 “마술사는 흔치 않은 직업입니다. 매주 수요일에 춘천에서 자가용을 타고 구미에 와서 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마술교육은 마술뿐만이 아닌 무대 연출 및 기획, 강의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참여자들이 무대에서 마술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보람입니다.”

 

‘구미 드리미’ 회원들에게 ‘마술’을 시작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최영근 회원은 “최근 팀장으로 승진했는데, 성격이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해요. 그래서 친목을 다지기 좋은 방법을 찾아보다가 ‘마술’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수강료 20만원을 내고 학원에 다녔는데, 배울수록 수강료가 비싸지더군요. 그러던 참에 공단에서 마술 강좌를 연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수강신청을 했습니다.”라며 “마술을 배우면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마술 하다 실수 해도 큰일 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웃었다.

 

김병구 회원은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이미 마술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다. “회사에서 마술 동호회 회원으로 6개월 정도 활동했어요. 그 때부터 마술 친구도 사귀었고, 마술 공연으로 해외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도 했죠. 여행에서 돌아온 뒤 구미 공단에서 매직포커스의 강좌에도 참여했고요.” 그런 그에게도 여전히 긴장되고 걱정되는 것이 있다. 바로 ‘공연’이다. “공연 도중 실수도 했고, 연습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관객들의 박수, 함성소리를 들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죠. 마술은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줍니다.”

 

퇴근 길 마술 수업퇴근 길 마술 수업

 

일상이자 ‘용기’, 그리고 행복

 

한 회원이 종이컵 두 개를 포개고 뒤집었다. 이어 종이컵 바닥에 휴지 뭉치를 하나 올렸다. 그 위에 종이컵을 또 포갰다. 포갠 종이컵을 뒤집었다. 두 번째 종이컵 밑에 두었던 휴지 조각이 맨 아래 종이컵 속에 담겨 나타났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요?’ 하며 어리둥절해 하자 회원들이 ‘이 정도는 아주 단순한 마술’이라며 웃어 보였다.

 

회원들에게 마술은 ‘지인들과의 모임을 더욱 유쾌하게’ 해주고, ‘명절에 가족들 앞에서 하면 분위기가 좋아’지며, ‘스트레스가 쌓인 채 강좌에 왔다가 돌아갈 때는 맑은 마음이 되는’ 존재였다.

 

‘구미 드리미’는 얼마 전에 열린 ‘2014 구미 산업단지 행복 페스티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들에게 마술은 눈속임으로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어느덧 그들의 일상이자 용기, 그리고 행복이 되었다.

 

마술은 연습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 자칫 막차를 놓칠 수 있겠다 싶어, 얘기를 더 나누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데 눈발이 날렸다.
마술을 보고 배우고, 누군가에게 마술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술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기차가 움직였다. ‘마술은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씀이 기차 창 밖에 지나는 불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눈발이 희끗희끗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표광소

표광소 _ 시민기자

 

ㅇ 사업명: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근로자
ㅇ 사업내용: 산업단지/테크노파크 근로자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동 및 기업 사회공헌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총 41개 프로그램)
ㅇ 주최/주관/협력: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산업통상자원부
ㅇ 수혜시설: 구미 산업공단
ㅇ 수행단체: 구미대학교 평생교육원
ㅇ 프로그램 명: Dreamer 꿈꾸는 사람들 (2014년3~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부터 국방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통일부 등 여러 정부부처 및 산하기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왔으며, 군 장병, 수형자, 소년원학생, 아동청소년, 근로자, 북한이탈주민, 의무 경찰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국악, 미술, 음악, 연극(뮤지컬), 무용, 미디어, 문학, 마술 등 크게 8개 분야를 운영한다.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은 매년 공모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확산에 기여할 운영단체를 선발하여 교육 참여자들에게 유익한 문화예술 체험, 학습,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총 982개 시설에서 1156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약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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