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학교

아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학교

송정아|웹진 콘텐츠팀<!– | nanaoya@hanmail.net–>

내가 다녔던 중고등학교는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화장실 부근에서 비가 새어들어와 바닥에 흠씬 물이 고였다. 지금 같으면 부실공사라며 펄쩍 뛰었을 일이다. 하지만 그 때는 빗물이 흠뻑 고이면 그 위를 첨벙첨벙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깔깔대었다. 교실에서 공부하고, 밥먹고, 공부하다 화장실 가는 것 외에 학교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는 회색 바닥에 그어진 네모난 줄을 밟지 않고 뛰어가보는 정도였다. 그러니 부실공사의 여파로 들이친 빗물이라도 잉여공간이라고는 없는 네모난 학교에서 반가운 놀이거리가 된 것이었다.

학교 공간이 과거 모양과 구성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그 안에서 아이들의 여유와 개성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감성과 창의성을 고취시키고 아이들이 자유로운 자기 표현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척박한 환경일 것이다. 이러한 학교공간의 ‘척박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교 공간을 재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운동(http://www.school1004.net)이 그것이다.

아르떼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학교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지난호 기획기사로 홍진표 선생님과 김미솔 학생의 글을 실었다. 이번 호 웹진 <땡땡>은 2003년 12월 아름다운 학교운동 경기지부에서 아름다운 학교상을 수상하고, 2003~2005 경기도교육청지정 특기적성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용인의 성복초등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 지금 과자 파티하는 중이에요.”
수업이 끝난 후 오후 세시.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구석 의자 4개가 놓인 조그만 휴게공간에서 세 여자아이가 조촐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 가고, 특기적성교육이 있는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하고, 몇몇 아이들은 나름대로 학교에서 놀고 있었다.

놀 공간이 있는 학교, 놀 수 있는 학교. 용인의 성복초등학교는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기에 공간 구성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중 하나인 특기적성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성복초등학교는 18개 학급, 18개의 특별실로 구성되어 있다. 김원호 교장선생님은 “특기적성교실 전용 공간이 있으니 강사들이 차분하고 사명감있게 가르칠 수 있는 것 같다”며 전교생 634명에 중복수강 인원을 포함해 연인원 710명이 특기적성교육을 받고 있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학교 곳곳에 아이들이 만화그리기, 종이접기, 미술, 디자인 수업 등을 들으면서 만들었던 작품들이 복도에, 전시실에, 계단 옆에, 교실 창에 걸려있고 전시되고 있어서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학교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6학년 1반 담임 류민혜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기가 그린 그림, 공작물들이 전시되거나 자기 얼굴이 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자기 공간을 갖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또 아이들이 학교를 자기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듯 보였다.

성복초등학교에서는 만화, 미술, 디자인, 종이접기 등의 전시회 외에도 바이올린, 플룻, 가야금, 발레. 무용, 재즈댄스 등 특기적성 수업들의 발표회를 연다. 정기적으로는 11월에 강당에서 부모님을 초청해서 여는 발표회가 있고, 비정기적으로는 교사들의 재량에 따라 일 년에 몇 번씩 발표회를 연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의 공간, 그리고 아름다운 학교

지난 6월에는 ‘염색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 만화, 과학, 가야금, 바이올린, 풀룻, 독창반이 참여해서 발표회를 열었고, 악기 부서에서는 부모님과 지역주민,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함께 아파트 분수대에 모여’숲 속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활동을 북돋아주고, 아이들의 성장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즐기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성복초등학교가 아름다운 이유는 지역사회의 유무형의 지지를 받으며 문화예술교육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성복초등학교의 예는 아이들이 가질 공간과 아이들이 채울 공간의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잉여라고 생각할지 모르는 빈 구석에서 놀이를 만들고, 그 공간에서 복닥거린다. 아이들이 제 공간을 갖고, 제 표현물을 보여주고, 놀이를 하면서 머물고 싶은 학교, 그 곳이 곧 살아있는 아름다운 학교일 것이다.

송정아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