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문화교육 프로젝트, 컬처 온라인

신정수|웹진 콘텐츠 팀<!– | nanaoya@hanmail.net–>

이번 ‘문화예술교육 길찾기+길닦기’는 영국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인 컬처 온라인(culture online, www.cultureonline.gov.uk)을 리뷰해 봄으로 대체합니다. 컬처 온라인은 디자인 교육 새야 5호(2004, 여름호)에 출판기획 및 번역을 하시는 길예경님에 의해 리뷰되었습니다. 길예경님의 리뷰 글 말미에는 지난 5월에 정식 문을 연 아르떼(www.arte.ne.kr)에 대한 기대와 제안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컬처 온라인에 관한 리뷰는 아르떼의 2005년 전망 중 하나인 온라인 상에서의 학습 구조(e-learning system)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컬처 온라인은 ‘온라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컬처 온라인’이라는 사이트로 방대한 실체가 존재한다기보다는문화 예술과 교육을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만나게 도와주는 프로젝트 생산팀이자, 프로그램 자체입니다.문화기관들과 첨단 기술자들을 연결하고, 학교 현장과 예술가들의 작업현장을 연결하는 기획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문화 예술 참여를 높이는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냅니다. 컬처 온라인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를 늘리고, 더불어 그들의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영국의 공공문화기관과 조직들을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교육대상층을 전 연령으로 확장시키려는 목표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컬처 온라인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취학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성되고 또한 문화와 예술 참여의 기회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함께 구상합니다.

컬처 온라인은 영국의 DCMS(Department for Culture, Media & Sport)의 e-business 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의 e-business 정책은 영국 정부의 온라인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영국 정부의 온라인 프로그램은 2005년까지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람들의 디지털 매체 사용능력과 감각을 길러 첨단 지식경제를 이끄는 주체로 만들어 가려는 계획입니다.

따라서 컬처 온라인에서 기획/생산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디지털 매체와의 연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컬처 온라인 팀 또한 다양한 쌍방향 소통 매체, 미디어 등에 관한 숙련된 경험을 가진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컬처 온라인은 프로젝트 그 자체를 기획/운영한다기 보다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위해 영국 내 문화기관들과 프로덕션들, 최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기술과 자산 등을 하나로 모으고, 이들 사이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합니다.이들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개시할 때까지 각 파트너 기관들과 긴밀하게 사전작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돌봅니다. 컬처 온라인의 프로젝트들은 국가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에 부합하도록 설계되고, 나아가 아이들과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첨단 기술과 영국의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교육 내용이 진화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예인 스테이지 워크 프로젝트는 새야 5호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새야의 기사를 인용하자면 스테이지 워크는 ‘영국 국립극단 및 연계 극단, 미디어 제작사인 일루미나 디지털Illumina Digital과 웹 기반 정보관리 솔루션 제공과 시뮬라크라Simulacra, 교육기술부Dept. for Education and Skills의 국가 교육과정 학습방안 등 세 개의 주춧돌이 만나’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컬쳐 온라인은 2004년 전후로 총 15-30개의 프로젝트를 발주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현재는 아이콘(Icons) 프로젝트를 개발 중입니다. 이것은 영국의 스톤헨지부터 옛 금화에 있는 미카엘 대천사, 2층 버스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수백 가지 문화아이콘들을 가상의 콜렉션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아이콘들은 역사적, 과학적, 사회학적, 예술적인 다양한 관점으로 조망되고, 3D나 이미지 확대도, 청각적/시각적 서술과 온라인 애니메이션 등으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의견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겨진 프로젝트는 헤드라인 히스토리(headline history)와 식물 문화(Plant culture)입니다. 헤드라인 히스토리(www.headlinehistory.co.uk)는 가상의 신문으로 영국의 튜터, 빅토리아 왕조를 비롯하여 20세기 영국의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관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헤드라인 히스토리는 아이들이 역사와 같은 특정 주제들을 통해 정보 통신 기술(ICT)과 문학,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한 학급의 아이들은 취재기자나 사진기자 등의 역할을 맡고, 교사가 편집장의 역할을 하며 마치 신문사에서와 같은 역할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역할 놀이를 통해 그 시대를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건들-중대한 살인자들, 가혹했던 시대적 이야기, 빅토리아 시대의 학교 이야기 등-을 돌아보고, 또한 그 시대에 대한 사람들의 증언 자료 등을 통해헤드라인 히스토리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실 뒤에 있는 풍부한 지역과 국가적 콘텐츠들을 탐험할 수 있도록 준비됩니다.1901년까지 이어졌던 빅토리아 왕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구술 역사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식물 문화(plant culture)는 추측 건데, 영국 내에 많은 남아시아계 영국인/이민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가 아닌가싶습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이 마당에 상추, 쑥갓, 깻잎 등의 한국에서 널리 먹고 있는 야채들을 심고 가꾸었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서 신기하게 관찰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랑스인 남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의 식용풀들을 참으로 꾸준히 매년 씨 뿌리고, 물주고 길러 뜯어 먹었다고 합니다. 나라와 문화에 따라 식물의 쓰임새와 기대하는 효능이 무척 다릅니다. 이 프로젝트는식물에 얽힌 삶과 문화를 추적해보며, 다 문화 간 이해를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식물에 얽힌 이러한 문화적 배경들을 추적해보면서 영국 내 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음식, 미신, 종교, 의상과 예술 등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며, 더불어 식물학과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젝트입니다.이 프로젝트는 식물학 전문가들과 지역 커뮤니티들이 삶 속에서 발견되는 식물의 의미를 함께 모으며, 런던 박물관과 국립 식물원 등의 도움을 얻어 개발 진행 중입니다.

컬처 온라인은 온라인과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문화적 활동들을 엮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e-learning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문화예술은 삶의 표현이고 양식이기 때문에 삶 속에서 긴밀하게 작용하는 실천력이 강합니다.컬처 온라인은 이런 문화의 각 특성에 맞는 첨단 기술 매체의 특성을 연결하여 사용자들이 온라인을 매개로 다시 자신의 지역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생각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티비 시리즈는 여기 다 모였다’는 모 케이블 채널의 카피 문구가 떠오릅니다. 컬처 온라인은 문화, 예술, 교육에 관한 정보와 프로젝트들을 집적해 놓은 뚱뚱한 사이트가 아니라,온라인을 매개로 다시 삶 속의 문화 예술, 역사를 돌아볼 수 있도록 연결합니다. ‘이곳의 정보와 저 곳의 기술, 그리고 이 교육적 요소를 통합하면’이라고 하루하루 고민하고 있을 컬처 온라인 팀의 머릿 속이 상상됩니다. 추적놀이의 암호를 풀어가듯, 한국사회의 문화와 예술을 영양가 있게 삶과 결합시키는 일. 문화 향유의 능력을 키우고, 감수성을 키우도록 매개하는 역할. 저의 머릿 속에서도 컬쳐 온라인을 리뷰해 보면서 아르떼의 개편과 앞 날에 대한 구상과 고민이 가을처럼 깊어갑니다.

신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