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선생, 학교 현장의 문화예술교육을 닦다

김지우|웹진 콘텐츠팀<!– | nanaoya@hanmail.net–>

박만용 선생님은 걸레선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구차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를 더럽혀 가면서 세상의 지저분한 것들을 깨끗하게 만드는 걸레 같은 사람이라는 글을 읽고 그런 생각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스스로 지은 별명이라고 한다.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박만용 선생님은 부명고등학교 미술선생이라는 직함 외에도 전국미술교과모임 교육과정 연구팀, 부천 청소년 영상미디어 영상잔치(PYFF) 교사 준비팀 활동 등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걸레질을 끊임없이 하고 계신 듯 하다. 박만용 선생님을 아르떼에서 만나보았다.

공교육을 가장 공교육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문화예술교육 입니다!

아르떼: 박만용 선생님께서는 기존의 미술수업과는 사뭇 다른,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수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다’ 라든지,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 라든지, ‘노래극 만들기’, ‘슬라이드 영화 만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미술수업을 진행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만용: 부임 첫 해, 아이들의 ‘자기장’을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기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꾸미는 일기장 같은 것인데, 매우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재밌어하며 꾸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이것을 수업시간에 활용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열정이 없고, 능력이 없고, 미술에 대한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업이 재미없기 때문에 미술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미술수업을 재미있다고 느끼고, 단순히 그림을 대상과 똑같이 잘 그리지 않아도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필요하다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미술수업을 하면서 물감을 쓰지 않습니다. 물론 미술을 전공하려고 하는 학생의 경우는 다릅니다만, 전공학생이 아닌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은 전문교육이 아니라 소양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공교육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느끼고, 나에게 주어진 것을 어떻게 적절하게 쓰고 내 것으로 만들지를 생각해 보는 것과 같이, 당장 현실에서 필요한 것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을 만드는 수준은 전문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없다면 사진을 찍어보면 되고, 컴퓨터로 만들어 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내용을 담기 위한 방법은 학교에서 도와주거나 아이들과 협력하면 됩니다.

아르떼: 모든 학생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괜찮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수업을 했을 때의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박만용: 연간 수업 평가를 학생들에게 받으면, 이상했다,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저 선생님이 말하는 것이 맞나, 못 믿겠다, 그림 정말 못 그려도 되나하는 걱정도 있고, 점수는 잘 받을 수 있을까와 같은 의구심 등 기존 편견을 깨는데 한 학기가 걸립니다. 한 학기를 해보고 자기 성적을 받아보면서 ‘정말 괜찮구나’를 느낍니다.

저는 매 수업시간에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알려줍니다. 미술을 우습게 알라는 것이 아니라, ‘사진처럼 닮게 그리지 않아도 된다’, ‘닮게 그리고 싶으면 찍어 와라’ 라고 이야기합니다. 종이를 안보고 대상만 보고 그려 대상을 어그러뜨리는 그림을 그리면서 잘 그렸다는 것이 아닌 망가진 것을 칭찬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미술에 대해 부담 없어서 좋아하고, 잘 그린 애들만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아니어서 좋아합니다.

미술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잘 그리는 것을 못할 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술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을 느낄 줄 아는데 굳이 잘 그릴 필요가 있을까요. 화가가 될 것 아닌 이상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공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기 취향에 맞는, 아름다움을 스스로 파악하고 고민하고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떼: 공교육은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을 강요하기 보다는 기본교양을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식의 수업들은 거의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공교육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만용: 공교육이 공교육다워야 하는데, 공교육답지 못하게 된 것은 ‘입시 위주의 사회’. ‘입시를 위한 교육’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잘 보내야 한다는 철칙은 한 군데도 없는데 실제 학교교육은 입시위주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문제 5개 중에 하나 찍기의 세상은 현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에는 정답이 없고, 그것 자체가 현실입니다. 또,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에 따라 달리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은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고 공교육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은 결국 소양교육이고 기본교육, 평등교육이어야 하는데 모든 교과가 거기에 맞게 돌아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현재 미술, 음악, 체육교육도 공교육의 목표에 맞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은 어느 누구보다도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깨고 바꿔내야 하고, 엘리트 교육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문광부에서 문화예술교육과를 신설하고자 하는 것도 개혁적인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을 위한 지원보다도, 아니, 오히려 전문가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일반 시민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절대 필요합니다.

사람이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이 문화예술교육이고, 그 중 하나인 미술교육이 공교육의 기본목표에 맞게 돌아간다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마치 문화예술교육이 지식교육과 똑같이 되어야 되는 것인 양 수치로 만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계속 기술 중심, 표현력 중심으로 평가하려고 하니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살아있습니다. 학교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르떼: 현 공교육에서 아이들이 숨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교양을 높여줄 수 있는 기회가 높은 수업이 음/미/체 수업인데, 7차 교육과정이 진행되면서 음/미/체 수업일수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현직 미술선생님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만용: 아직 통합교과화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7차 교육과정으로 인하여 음/미/체 수업시수가 줄었습니다. 교육부에서 음/미/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의 경우 주당 36시간에서 주5일제 수업을 하면서 6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그 때 줄일 것은 음/미/체가 될 것은 뻔하지 않겠습니까. 현재의 미술교육도 사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끼여서 망가지고 있는 것이고, 미술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입시교육의 경쟁력 때문입니다. 실제적인 삶의 경쟁력 때문이 아닙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삶의 질에 가장 적합한 것인데 그것 빼고 경쟁력을 찾겠다하면서 삶의 질을 위한 경쟁력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경쟁력, 자본과 돈의 경쟁력밖에 되지 않습니다.

7차 교육과정에서 미술은 고1까지 주당 한 시간, 2학년부터는 음/미/체 중에 한 과목만 선택해서 주당 2시간이 배정되었습니다. 학생 중 절반 정도가 체육을 선택하고 나머지 절반이 미술과 음악으로 나뉘는데, 제가 근무하는 부명고등학교의 경우, 16개 반 중에 미술반이 전공반까지 4개 반 정도 나오게 됩니다. 2학년 까지 주당 2시간 하고 나면 끝이고 고3의 경우에는 아예 수업시간이 없지요. 이 시간이 부담이 되서 공부 못 한다는 학생들은 거의 없습니다. 7차 교육과정 되기 전, 작년까지는 숨을 쉴 구멍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은 차라리 그런 수업을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CA, HR 모두 자율학습으로 빠지니까 아이들이 대단히 답답해 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예술은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삶의 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워나갈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사람 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익히는 것이고, 학교공간에서는 그것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을 2배 이상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이 왜 필요한가의 고민부터 시작해서, 학교의 목적이 이러이러한데 거기에 필요한 교과는 무엇이고 어떻게 가르치고 누가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학교의 목적을 새로이 고민하면서 판을 새로 갈자는 것을 논쟁 중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는 한 음/미/체는 이 상황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르떼: 선생님께서는 미술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먼저 언론에 모범사례를 선보이며 미술교과교육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범사례를 먼저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만용: 세상의 변화는 ‘잘해라, 잘해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먼저 잘 하면서 ‘너도 잘해라’ 해야지만 변하는 것이 세상입니다. 모두가 같이 변해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그 사례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기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의 핵심은 결국 실천이고, 실천은 스스로 모범이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이 빠지면 결국 공염불이죠. 두말 할 여지없이 당연히 실천하면서 해야 할 거고 능력 닿는 만큼 좋은 사례를 한 번 더 보여줘야만, 심증적 동의는 하나 실천하지 못하는 분들도 힘을 내서 따라 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아르떼: 아직 필요성을 인지해 가는 과도기적 과정이기 때문에 혼자하기엔 분명 힘든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공교육에서의 문화예술교육에 관하여 다른 선생님들과의 교감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만용: 제가 속해 있는 전국미술교과모임 단체의 유료회원이 400명 정도 됩니다. 그 선생님들하고는 거의 합체가 되어가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있고 새로운 교육과정, 대안교과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결국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죠.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조직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강의를 나가거나 선생님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때, 그런 어려운 부분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새내기 선생님들에게 이야기 하면 좀 더 빨리 바뀔 수 있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수업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자발적인 모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르떼: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공교육의 문화예술교육과, 선생님의 미술시간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점을 듣고 싶습니다.

박만용: 우선 한계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전형적이지 못한 점이 가장 큰 한계점인 것 같습니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시고 좋아하십니다. 하지만, 깊이와 체계가 아직 부족해,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학문적 연구나 토대. 배경지식까지 통달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런 것에 대한 공부는 꾸준히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부분이 혼자 하기 힘들어서 문화연대와 같은 다른 단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성 부분은, 이제는 가능성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모두를 위한 것, 모두가 함께 나누는 문화입니다. 학교는 아직 아니지만 사회는 이미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필연이고 싫어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싫어도 할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서둘러서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요. 지금도 학교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특히 음/미/체 교과가 필요 없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 나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르떼: 마지막으로, 앞으로 선생님의 계획은 무엇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박만용: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1년에 하나씩 연구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골라먹는 미술수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사진으로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디지털 사진을 이용하여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다 같이 감상하고 공유하면서 나뿐만이 아닌 내 주위의 사람들의 삶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 정말 창의적이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해옵니다. 아이들이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업시간이 재미없는 것일 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복도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학생들이 작은 장난을 쳐 놓은 것을 보며, 학생들의 작지만 기발한 창의력에 즐거워하시며 미소 짓는 박만용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교육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담론들이 오고가는 이때, 작지만 옹골차게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계신 한 희망은 언제나 살아있음을 실감하고,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 라는 박만용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만용 선생님의 문화예술교육의 실제 사례는 아르떼 홈페이지 정보쌈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