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에 바람을 주입하던 중 우연찮게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재미로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를 시도해봤는데 7개의 음계가 분명히 들렸어요. 타이어서 말이죠” 2005년의 어느 날이었다. 계기는 ‘우연찮게’, 과정은 ‘재미로’ 시작됐는데 소문에 소문을 타고, 어느새 일명 ‘폐타이어 연주가’라는 독특한 수식어가 ‘강찬호’라는 이름 앞에 붙었다.
예술은 생활 속 폐타이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다!
사무실 한 켠에 자리 잡은 기타, 미니 전자드럼, 키보드. 누군가의 손을 여러 번 거쳐 간 듯 보이는 이들로부터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보인다. “음악을 학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음악이 좋아서 기타와 드럼을 조금씩 연주했던 것이 전부죠.” 그의 폐타이어 연주는 단순히 신기한 음악이 아니다. 타이어의 역사와 함께 강찬호 씨의 혼이 담겨지기 때문이다. “타이어로서 생을 마감하고 버려지는 것이 폐타이어잖아요? 그 폐타이어는 분쇄기에서 부셔지고 다시 재생되어 새 타이어가 되죠. 분쇄기에 들어가기 직전, 생을 마감하기 직전, 내 손에서 연주하면서 그 타이어에 담긴 그것만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내 모든 것이 담기는 거죠.”
음향적으로는 서양악기 트럼펫처럼 위풍당당하다. 그리고 때로는 국악 현악기 해금의 구슬픈 멜로디 라인이 연상된다. “타이어의 소리가 다양하게 느껴지는 만큼 이로써 활용될 수 있는 소재 또한 다채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악기들과 합주도 생각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악기와 함께 연주 해보고 싶어요.” 그는 이제 혼자만의 연주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나눔의 연주로 전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김남은씨에게 연주에 대한 여러 정보와 방법을 나누고 있다. 곧 페타이어 듀엣 무대를 기대해도 좋으리라.
“연주할 때 손목 위의 손바닥 부분으로 센 공기를 막아내며 연주합니다. 관악기가 리드의 모양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듯 폐타이어 연주는 손바닥의 모양, 두께에 따라 다르죠.” 타이어 바람의 세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직접 손을 대보니 무언가 찌르는 듯 매우 아팠다. 그는 이 아픔 때문에 연주할 때에는 마냥 미소를 띄우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아픔의 인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이기에 더 깊은 감동이 느껴진다.
“음악이란 저에게 소화제 같은 역할을 해요. 슬플 때나, 답답할 때, 힘들 때는 특히 음악이 없다면 정말 무의미할 것 같습니다. 그런 순간, 마치 해결사처럼 모든 것을 풀어주는 것이 음악이거든요. 요즘은 기계적인 음악이 많잖아요 만들어지는 음악, 그보다 저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이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삶 속에서 재현되는 자연스러움 때문이겠죠.” 폐타이어 연주는 녹음으로 소리를 재생할 수 없다. 직접 연주 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순간’, ‘단 한 번뿐’인 음악인 것이다.
그가 이 연주를 계속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연주에서 감동을 느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동물원에서 연주를 했는데 어린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다고 한다. 경로당에서 연주했을 때는 어르신 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단다. 바로 그 순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단 한 번의 음악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가치가 있고 이를 모두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가끔, 사람들은 전문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 또는 어려서부터 음악 교과서에서 봐온 익숙한 모양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 또는 대중 가수가 브라운관에서 환호 속에서 노래하는 이런 것 만이 음악이라 규정짓는다. 그는 이러한 고정 관념을 깨고 음악에 대한 정의를 새로 만들고 있다. 낡아서 버려지는 물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생활 속 물건에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 살아나고, 숨 쉬게 한다. 그곳에 자신의 혼을 담아 음악을 만들었고, 이웃과 나누며 감동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의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그 연주를 음악이라 인정한다. 세상 어느 곳이나 음악의 소재, 예술의 소재가 무한하다는 점을 그를 통해 배우게 됐다. 예술적 잠재력 또한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글_ 허소민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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