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공주에 있는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友樂部落)시즌 4 ‘비밀의 방’ 행사가 있었다. ‘아티스트와 놀다’를 핵심 콘셉트로 하는 본 행사장을 아르떼진이 찾았다. ‘비밀의 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2가지의 수수께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아르떼진은 ‘산은 산인데 못 넘는 산은?’이라는 수수께끼를 가진 비밀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티스트 부부인 올리버 그림과 임지영 씨를 만나게 되었다.

Q.먼저 두 분이 창작한 비밀의 방 컨셉이 궁금합니다.

A.일단 아이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방에 천막을 쳐서 또 다른 방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간은 쉼터로 사용되기도 하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낮잠을 잘 수도 있습니다. ‘그냥 공간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이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무늬와 글씨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되었습니다.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더불어 이 공간에서 각자의 소중한 비밀이나 소원을 쓴 종이를 어떤 모양에 넣어서 야외에 나가 태우는 작업을 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소원을 태우면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정신병원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저희는 무당이나 굿을 좋아합니다. 일종의 제의식을 통해, 아이들은 종이가 타는 모습을 보며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상한 경험을 하는 거죠. 그리고 그런 이상한 느낌, 낯선 느낌들 속에서 아이들은 진실한 자기 내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A.요즘 아이들은 대중문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의교육이나 창조적인 인재양성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물론 창의적인 생각은 모방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지만, 너무 편중된 모방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 이상한 느낌, 낯선 관계 맺기를 마련해보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Q.우락부락 캠프에 참여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십니까?

A.사실 아이들을 만나면 도전의식을 느끼곤 합니다.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굉장히 직선적인 편이어서 종종 저희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일종의 관계맺기를 통한 자연스러운 배움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캠프에 가끔 참석해 오다가, 우락부락 시즌 2에 설치작업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이번엔 직접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우락부락 캠프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A.일단 아이들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사실 저희는 아주 큰 틀을 마련해 놓기만 했어요. “자, 방을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열심히 방을 만들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장식들을 만들어 달고, 소원과 비밀이 담긴 종이를 열심히 태우는 모습들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친구들이 매우 착한 것 같아요.(웃음) 이번 캠프를 하면서 확실해진 것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정해진 어떤 것을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입니다. 최소한의 규칙만 정해둔 상황에서 우연성에 맡겨두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숨겨진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락부락 캠프는 우연성이 열려있는 캠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해진 교안 없이, 최소한의 규칙을 통해 참가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자유롭게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협력하는 캠프인 거죠. 이 캠프가 확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사소개

올리버 그림

미디어 아티스트.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영상과 인터렉티브 설치작업을 진행하여, 최근에는 무빙라이트를 이용, 조명기기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운드를 만들고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들을 만들어내는 설치 작업 진행하고 있다.
www.fischkalb.com

임지영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영상, 인형 만들기, 사운드 채집, 설치 등 잡다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집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했다.
www.rimzi.com

글_ 박정숙 대외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