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명예교사를 만나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 씨. 그는 문화예술 명예교사이기도 하다. 이이남 명예교사와 함께하는 방학예술캠프 현장에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살아 움직이는 나비, 바람에 일렁이는 꽃, 물소리와 매미소리가 들어 있는 그의 작품에는 오롯이 자연이 담겨 있다. 우직하고 순수한 그는 자신의 작품과 많이 닮아 있었다.

 

자연과 함께 성장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이남 명예교사는 논과 들을 돌아다니며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봄에는 들판을 뛰어다니고 여름에는 멱 감고요. 가을에는 과일 서리하고 겨울에는 썰매 타고 얼음 깨어 물고기를 잡았어요. 집 바로 옆이 논이라서 풀벌레, 귀뚜라미, 개구리 소리 등 자연의 모든 것과 함께 컸던 것 같아요. 또 부모님 농사를 도와드리면서 풀, 벼가 성장하는 모습도 보고, 아무 것도 없는 들판에서 추수를 하고 겨울이 오면 잠자고 봄 되면 새싹이 돋는 자연과 언제나 함께였어요.”

 

이이남 명예교사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갤러리에서 자연의 소리가 들려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작품마다 자연을 배어들게 하는 그는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삶이 작품세계의 큰 바탕이라고 말한다.

 

 

 

머무름과 교감이 있는 작품

 

미술관에 가서 어렵고 난해한 작품을 만나면 사람들은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이남 명예교사는 작품에 사람들이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사람들을 작품에 머무르게 하고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품의 이야기 구조 안에서 보는 이들이 새로운 상상을 하고 말을 건네보며, 뭔가를 가져갔으면 했죠. 나아가 대중의 심금을 울린다면 더욱 좋겠고요.”

 

이이남 명예교사의 작품세계는 어떻게 성장해 왔을까 궁금했다. “대학교 3학년 때 현대미술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전공인 조각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브제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 이후에 작품에 많은 변화를 갖게 됐다는 이이남 명예교사. 그는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무명작가에 불과했다고 스스로를 회상한다.

 

“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보다 그림을 잘 그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고전 회화들을 내 방식대로 해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질적인 분위기의 동양화와 서양화를 접목시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내 방식대로의 해석이 의미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파격을 시도하고, 더불어 자신의 예술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이남 명예교사의 ‘파격’은, 일반적인 것을 남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재해석해 창조하라는 것.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너는 귀한 사람이다

 

이이남 명예교사가 후배와 학생들, 그리고 오늘 이 캠프에 참여한 어린 친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다.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기준이 어린이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모든 사람이 ‘공부 잘 하는’ 기준에 맞출 수는 없잖아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소질을 찾아줄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봐요. 교육이 개개인의 꿈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되었으면 하네요.”

 

특히 이이남 명예교사는 미술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미술 안에서 편히 쉬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되기 위해,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되는 한 마디다.

 

또한 그는 ‘나눔’을 통해 예술의 바탕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고아원, 양로원과 같은 사회시설에 가서 나눔을 실천하는 가운데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예술교육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나누는 것을 체험해 본 아이들은 보람과 함께 정서적 교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지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라고 강조하는 이이남 명예교사는 그로 인해 어린이들이 주어진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고 따스한 예술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제가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독특한 감성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 같아요.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산다면 자신이 내면이 더욱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언제나 함께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뿐 아니라 전국민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이남 교사.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미디어아트라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먼저 들지만, 이이남 명예교사의 작품에선 위트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건 아마도 그가 사람 내음 물씬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넉넉한 웃음과 말솜씨로 캠프에 참여한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는 이이남 교사를 보면서 그의 작품이 풍기는 훈기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글.사진_ 권정효 광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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