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려 주는 재미있는 세계 동화!
온 가족이 함께하는 生生 다문화 체험의 장

 

풀뿌리 시민단체 『푸른시민연대』 부설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어린이 도서관 『모두』(이하 『모두』)’엔 다른 어린이 도서관과 다른 점이 있다. 우리말로 된 어린이 도서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어린이 도서와 다문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의 다양성에 기반한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모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유쾌한 다문화 운동

 

『모두』의 다문화 프로그램 ‘함께 떠나는 엄마나라 동화여행(이하 ‘엄마나라 동화여행’)’은 올해로 2년 째 진행되는 지역 다문화 프로그램이다. 2010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역 다문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대상이기도 한 ‘엄마나라 동화여행’은 다문화 축제, 세계동화구연대회, 각국의 동화를 바탕으로 한 인형극 공연, 다채로운 전통놀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엄마나라 동화여행’은 제작, 출연, 동화구연 등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다문화 어머니들이 담당한다. 이른바 ‘문화 다국적군’이라 할 수 있는 각 나라 출신의 어머니들은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모국의 문화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달하는 문화예술 전령사가 된다.

 

‘엄마나라 동화여행’은 지역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공고히 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모두』가 위치한 동대문구 이문동에는 큰 대학교가 여러 개 있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고, 타 지역에 비해 다문화 가정의 수효가 높은 편. 이에 따라 생활 속에서 유학생, 이주민, 다문화 가정 자녀 등을 만날 기회가 많은 지역 어린이를 위한 생생한 다문화 교육이 바로 ‘엄마나라 동화여행’이다. 뿐만 아니라 인형극 공연, 동화구연 행사와 같은 유쾌한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어린이는 물론 지역의 어른들까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다문화 가정 및 결혼이주여성들의 건강한 네트워크를 조성한다는 점. 혼인을 통해 만난 ‘제2의 고향’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동시에 모국의 문화를 지역사회에 알리며 진정한 다문화를 만들어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교류를 가지며, 함께 일구어 나가는 문화예술 체험으로 보람과 기쁨을 공유한다.

 

 

우리 손으로 만든 뿌듯한 결실

 

지난 7월 2일 오전, 다문화 어머니들이 도서관에 모였다. 『모두』의 모태가 되는 풀뿌리 시민단체 『푸른시민연대』 한국어 교실 학생이자 ‘엄마나라 동화여행’의 주역인 어머니들의 얼굴에 새삼스레 뿌듯한 자부심이 배어난다. 오늘 모임은 6월 29일 성황리에 펼쳐진 ‘제2회 세계동화구연대회’의 뒷풀이를 위해 모인 자리. 설렘과 기쁨의 며칠이 흐른 후 차분해진 마음으로 지난 행사를 돌아보고 서로의 소감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어머니들의 웃음과 토론은 끊일 줄을 모른다.

 

특히 오늘 이 자리가 더욱 의미있는 까닭은 지난 대회를 오롯이 다문화 어머니들의 힘으로 치러 냈기 때문이다. 2009년 ‘엄마나라 동화여행’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참여한 다문화 어머니들은 올해 ‘선배’의 자리에 서서 동화구연대회의 기획부터 실무제작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거기에 2010년 프로그램 참가자인 또 다른 다문화 어머니들은 ‘후배’의 자리를 지키며 선배와 함께 멋진 무대를 만드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고.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 입이 떨어지지 않아 답답하던 것도 잠시, 꾸준한 연습을 통해 성공적인 공연을 선보인 이들의 소감은 한 마디로 ‘감개무량’. 선배 어머니들은 1년 여 만에 익숙하게 동화 구연을 하고 인형극을 공연하는 등 스스로 보람찬 문화예술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된 자신의 모습을 새삼 신기해한다. 후배 어머니들에겐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즐겁게 ‘엄마나라 동화여행’ 활동에 참여하는 선배의 모습이 부러움의 대상이자 의욕을 돋우는 자극제다.

 

일상과 문화는 서로 다르지 않기에, 다문화 어머니들의 공연엔 생생한 삶의 내음이 묻어 있다. ‘엄마나라 동화여행’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말과 글을 배우고 동화를 읽어 주며 인형극을 펼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다름과 아픔까지 털어놓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낯선 땅에서의 생활로 외로움에 시달리던 결혼이주여성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정 언니’같은 선배를 얻고, 그 관계는 다시 가정과 사회로 뻗어나가 서로를 엮는 든든한 바탕이 된다. 이렇듯 삶에 깊이 뿌리내린 ‘엄마나라 동화여행’의 공연에는 즐거움과 공감이 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다문화의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다.

 

‘엄마나라 동화여행’의 기획 및 운영 담당자 ‘모두지기’ 김정연 씨는 “(행사를 잘 치러 낸)어머니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동화 구연, 인형극 등 모든 활동이 스스로의 숨겨진 역량을 발견하고 소통의 능력을 확인하는 귀한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더욱 다채롭고 신나는 ‘엄마들’의 활약 기대

 

‘엄마나라 동화여행’은 내년, 내후년에도 동화구연, 인형극, 전통놀이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하고픈 다문화 어머니들의 더 많은 참여 또한 기대하고 있다. ‘엄마나라 동화여행’의 어머니들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은 초등학교, 어린이집, 타 지역 어린이 도서관, 문화원 등 다문화 관련 교육이 있는 어디든 찾아가 세계 각국의 문화를 선보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화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