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찾은 공동체 문화예술교육 – 댄 바론 코헨 인터뷰

브라질에서 찾은 공동체 문화예술교육 – 댄 바론 코헨 인터뷰

문_조성희(편집부)/ 답_댄 바론 코헨(국제연극교육협회 의장)

댄 바론 코헨(Dan Baron Cohen)은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극작가 겸 문화예술교육가이다. 지난 25년 동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연극교육 활동을 펼쳐왔고 이를 통해 민주적인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현재 국제연극교육협회(IDEA, International Drama Education Association) 의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7월 한국민족극운동협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경북 성주에서 연극교육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이번 11월 한국을 다시 찾을 댄 바론 코헨을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리 만나봤다.

댄 바론 코헨 발표 일정
– 문화예술교육 국제심포지엄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다문화 이해>(11월 21일 11:00-12:30)
–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준비회의 <아태지역 문화예술교육 교류 확대 방안>(11월 24일 11:00-12:30)

영국에서 브라질로 이주한 뒤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브라질’인가요?
항상 이 질문을 받습니다. 부모님조차 저의 이러한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어하시더군요. 1998년 초에 공동체 교육연극 활동을 같이 하는 한 동료와 함께 5개월간의 공동연구를 위해 전임 교수자격으로 브라질에 갔습니다. 연구가 잘 진행되어 한 해 더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브라질에서 머문 18개월 동안 토지 무소유자들과 토착민 및 교사들과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문화교육을 연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의 다문화적 정체성(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북유럽, 토착민의 역사가 어우러지는)과 풍부한 자연유산,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이 제가 평생을 바쳐온 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론 개발과 협동과 민주화를 위한 월드 프로젝트에 훌륭한 조건들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의 농촌 공동체와 함께 워크숍과 공동 창작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그 의도는 무엇입니까?

문화예술교육활동을 통해 세계를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댄 바론 코헨 Dan BC (Canada)
이 농촌지역들은 아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곳이고, 사회적 혁신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뛰어난 카톨릭 신부들과 교육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정의롭고 협동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아울러,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교육법도 탐색해왔죠. 브라질의 농촌 문화는 서로 공감하고 단결하고 공동참여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만약 이것을 빈곤에 대한 두려움과 기억들 그리고 무의식적인 반사행동에서 분리시킬 수만 있다면 인간애를 형성시켜주는 소중한 자원이 될 겁니다. 토지 무소유자들의 주거지역을 처음 방문한 뒤 이곳이야말로 ‘인간의 변화[변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곳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들과의 공동 창작 작업은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폭력과 자기파괴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근본적인 사회변화는 인내와 협력이 요구된다는 것, 인간과 환경에 대한 진정한 관심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극작가이면서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어떤 계기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사실 부모님 두 분이 다 예술교육자셨어요. 비밀스럽게 말입니다! 아버지는 시인이, 어머니는 무용가가 꿈이셨거든요. 우리집은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두 개의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죠. 아버지는 웨일즈 지방의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책을 중요하게 여기고 교육이야말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하신 분이었습니다.

캐나다 퀘벡지방 출신의 어머니는 변호사와 문학교사의 딸이었어요. 두 분 모두 우리 형제들의 창의성과 권리, 사고력을 존중해주는 교육을 위해 애쓰셨어요. 그러나 내가 더 운이 좋았던 점은 실험적인 여러 교육법이 시도되고 있던 당시에 특히 파울로 프레이리의 영향을 받은 교수법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시절부터 대학까지 혁신적이고 용기 있는 선생님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답니다. 대학 재학 중에 정말 ‘우연히’ 연극이 실험적이고 다언어적이면서 변형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고요.

당신이 말하는 ‘문화적 리터러시(cultural literacy)’ 그리고 ‘변형의 시학(poetics of transformance)’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지난 25년간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법을 이해하고 배우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장 위협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과 자신의 개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타인을 인식하는 시각 그리고 협동적인 의사결정이나 변화에 적응하는 기술의 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합리적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해석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타인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우리 모두(죽은 자와 산 자 그리고 태어나지 않은 자까지도) 입장하고 퇴장하는 인간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고 상호작용을 하는가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행해온 산업사회적이고 식민주의적인 경쟁중심의 교육법이 통용되고 있고, 거기서 사용되는 자기 방어적인 언어가 쓰이고 있어요. 그 대신에 자기 표현적이고 공동 학습적인 긍정의 언어들이 필요합니다. 이 언어들은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민주주의를 고양시켰기에 ‘예술’이라 불리어졌지요.

문화적 리터러시는 바로 이 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론입니다. 모든 인간은 대화 중심적이며 연극적인 면을 지니고 있고 또한 이러한 점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력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받아왔고 이로 인해 고통 받아왔지만, 이러한 교육이 여전히 오늘날의 위기상황에서도 우선시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에 대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문화적 리터러시는 대화 중심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사려 깊고 협동적인 주관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권위에 찬 세상을 참여적인 민주주의로 바꾸고 학습하는 일에 개인과 공동체가 개입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은 경쟁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지각능력을 사용해 활발히 참여하며 듣고, 읽고, 대화하며 함께 공동의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문화적 리터러시를 통한 교육법은 연극, 무용, 조각, 그림, 문학을 이용하여 신체에 담긴 지식과 역사를 드러내어 우리의 주관성을 스스로 혹은 타인과 함께 질문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의 일상적인 몸짓과 행동에 새겨진 종속과 자기희생, 배제의 역사가 드러나는데, 이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사람들 개별의 자기 인식 또는 공동의 자기인식이 바뀌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퍼포먼스-인지(performance-awareness)’라는 개념입니다. 과거를 재생산하지 않도록 자신감 있게 현재의 문제에 개입토록 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배려하면서 참여 민주주의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이 교육법은 모든 교육 공간(특히 학교 교실)을 친밀감이 느껴지는 연극 공연장으로 변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사회적 무대에서도 연기해낼 수 있는 능력을 연마토록 하지요. 그래서 자신의 문화적 역사와 열망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동 창작 및 제작 관련 예술 프로젝트에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서 참가자들은 참여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미래 세대의 지혜에 기여할 자신들의 상징적인 표시를 세계 각지에 남기는 것이죠. 그렇기에 예술 작업과 문화적 리터러시는 사회적 배려와 책임 있는 시민의식을 키우는 기본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이 교육법은 예술 개념을 인간의 생각과 표현, 실험과 제작을 위한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언어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를 과외활동이나 많은 교육법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교육자들이 대화의 방식으로 교육할 수 있는 기본토대로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를 ‘변형의 교육법 혹은 변형의 시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연극교육협회와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에서도 활동 중인데, 거기서는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요?
국제연극교육협회 의장 및 세계사회포럼의 멤버로서 하는 일은 우리 시대의 요구사항과 어려운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정책과 프로젝트 및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는 세계를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 예술가, 정치가, 언론인이 모여 있는 거대하고 강력한 네트워크의 구성원들과 대화를 요구하고 허락하는 역할이라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번 11월에 한국에서 당신이 발표할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국제연극교육협회를 대표하여 발표할 내용은 국제적 협력을 위한 혁신적 방법들과, 기술과 교육방법의 상호 교류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회의 후 한 사람의 예술교육자로서 한국민족극운동협회, 경북대학교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학습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이것은 <2006년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와 2007년 홍콩에서 열릴 <국제연극교육협회의 세계 연극교육회의>를 위해 중국, 홍콩, 대만, 한국에서 진행 중인 ‘변형’을 주제로 한 저의 워크숍 및 세미나 투어 중 일부분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오는 것이지만, 아시아에서 제가 나눌 수 있는 부분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여지가 더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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