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Art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스티븐 워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로큰롤 인생>은 ‘노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하나의 힌트를 제공한다.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등 이른바 ‘4고’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에게 문화와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지에 관해 영화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영화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던 <로큰롤 인생> 얘기다. 이 영화의 원제는 <영 앳 하트(Young@Heart)>. 평균 연령 80세인 노인 코러스 밴드 ‘영 앳 하트’의 가슴 뭉클한 사연을 엮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하나의 힌트를 제공한다.평균 80세 합창단 ‘영 앳 하트’가 주는 교훈백발의 할머니·할아버지 합창단인 ‘영 앳 하트’가 결성된 것은 지난 1982년. 벌써 창단 27주년을 맞았지만 그들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70세에서 90세에 이르는 미국 노인들이 하는 로큰롤 콘서트라는 어쩌면 괴이한 컨셉트의 이 공연은 동영상 웹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에는 이들의 연습 장면과 공연 모습, 일상생활 외에도 밥 샐비니, 조 브누이 등 2명의 단원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암이 재발해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한 조 브누이 할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이렇게 말한다. “노래하는 게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게 내 장수 비결이에요. 노래를 부르면 힘도 나고 가슴이 뿌듯해져오곤 했습니다. 특히 무대에 섰을 때의 황홀한 기분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에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그들도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백발의 그들에게 음악은 젊음이자 행복이요 또 다른 미래였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전해들을 수 있는 교훈은 예술(혹은 문화)의 효용성에 관한 것이다.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등 이른바 ‘4고’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에게 문화와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지에 관해 영화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멀리 떠나보내고 병마와 죽음 앞에 속수무책 놓여 있는 황혼의 그들에게 예술을 향유하고 또 그것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을 찾아가는 ‘행복한 여정’이자 일종의 ‘치유 과정’인 셈이다.어르신들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찾기 힘들어이쯤에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어서고 30년 뒤인 2040년에는 3명 중 1명이 노령인구에 포함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제출돼 있지만 노인과 예술은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 이항(二項)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1년이면 수천 건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즐길만한 것은 많지 않다. 문화를 배우고 예술을 즐기고 싶어도 그들을 가르치고 수용할 만한 곳은 없다. 한때 악극이니 마당놀이니 하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을 선물했던 문화상품들도 지금은 자취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초 황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러브>가 ‘노인들을 위한 뮤지컬’을 표방하며 제 나이에 맞는 아마추어 배우를 캐스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펼쳤지만 그것 역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맹아(萌芽)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문화재단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보다 행복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사업이 모태가 되어 시민문화예술교육사업의 일환으로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을 2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60세 이상의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은 서울 곳곳의 공연장과 노인복지관 등과 연계해 ‘가슴뛰는 인생 2막1장’ ‘영상 자서전 UCC 만들기’ ‘국악 뮤지컬 교실’ ‘라디오 실버스타’ ‘영화 만들기 레디∼액션’ 등 20여개의 프로그램을 현재도 진행 중이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한국의 ‘영 앳 하트’를 꿈꾸다또 지난 5일에는 65세부터 78세에 이르는 6명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뮤지컬단’이 첫 공연을 가져 주목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서울시 중구의 지원 아래 지난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창작 뮤지컬 <오래된 시냇가>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5∼6일 양일에 걸쳐 공연했다. “아침에 외운 대사를 저녁에 잊어버리고 안무를 수백 번 배워도 또 틀리고 노래를 목 놓아 불러도 뭔가 개운치 않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는 실버파워’라는 이름의 어르신 연극교실을 운영했던 충무아트홀은 ‘한국의 영 앳 하트’를 꿈꾸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수강생을 모집해 내년 1월 개강하는 ‘실버남성합창교실’은 일정한 교육 기간을 거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향수의 기회를 주는 문화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년 후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젊음과 행복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는 ‘한국의 영 앳 하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1. 한국 : Young@Art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2. 미국 : 황혼의 동반자, 미국 시니어 센터(Senior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