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장애를 만든다, 편견 대신 희망과 자신감을!

2007년, 2000년에 있었던 오토바이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강원래를 중심으로 ‘꿍따리 유랑단’이 출범했다. 안면장애, 청각 장애, 외팔이, 저신장장애, 지체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자신의 장기와 끼를 뽐내고 사연을 소개하는 이 공연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장애인을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한다. 꿍따리 유랑단은 장애를 만드는 편견, 그 편견 대신 희망과 자신감을 선사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외팔이 무에타이 챔피언 최재식, 저신장 장애 트로트 가수 나용희, 한손의 마술사 조성진, 안면장애 심보준, 지체장애인 김지혜, 청각장애인 댄서 지망생 김희화 그리고 힘차게 “꿍따리 샤바라”를 연호하다 오토바이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클론의 강원래, ‘장애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들이 2007년부터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등에 수감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통해 출범한 ‘꿍따리 유랑단’ 공연은 ‘꿍따리 유랑단’ 단원을 뽑는 오디션에 안면장애, 청각 장애, 외팔이, 저신장장애, 지체 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찾아와 자신의 장기와 끼를 뽐내고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꿍따리 유랑단의 강원래 단장이 사고 후, 방송에 복귀해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TV,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끼 많은 장애인들이다. “양아치들, 평생 나쁜 짓이나 하는 놈들! 그런 놈들을 위해 제가 왜 공연을 합니까? 됐어요.” ‘꿍따리 유랑단’ 공연 중 소년원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부탁하는 법무부 직원에게 던지는 강원래 단장의 대사다. 그런 강 단장을 설득하는 법무부 직원의 대사 역시 의미심장하다. “장애인이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바꾸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세요.”

강원래 단장 자신도 학창시절에는 말썽꾸러기였고, 양아치였으며 집안에서는 내놓은 자식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춤꾼이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 성공했다. 한 팔을 잃었지만 무에타이 챔피언이 된 최재식도, 성대결절로 목소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노래를 하고 있는 오세준도, 생명과도 같은 손 한쪽을 잃었지만 마술사가 된 조성진도, 자신들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꿍따리 유랑단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 깨닫기다. 말로 “너희들도 힘들겠지만 우리도 힘들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재밌게 살아가려고 한다”고 전하기보다 보통의 사람들이 안쓰러워하고 불편해하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감을 주고, ‘집에만 있어야할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깨는 것이다. “장애는 피해갈 수 있지만 나이 들어 죽는 건 누구도 피하기 힘들잖아요. 장애인들이 노력하는 걸 보면서 그들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랐어요. 이 세상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도, 소위 말하는 ‘엄친아’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자동차를 만드는 대기업의 총수만 있는 게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고 백미러를 만들고, 타이어를 끼고, 색을 입히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사회에서 ‘문제아’ ‘양아치’ 쯤으로 치부되며 소외되고 외면당하던 아이들은 꿈을 꾸게 되고, 자신감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할지 모르니까 나가지 마라. 네 잘못이 아니다. 다 이 못난 부모 잘못이다.” 꿍따리 유랑단 공연 중 장애인에 대한 부모의 대사에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에 있는 아이들이 움찔거리고 눈물을 흘린다. 장애인은 어디 한두 군데 부족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편견을 받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 부유한 집의 말썽꾸러기 아들은 강 단장에게 “내가 1억 원으로도 말을 안들었는데, 강원래 씨 말 한마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날 수 없어서 불편하세요? 아니죠? 장애인들도 못 걸어서, 팔이 없어서, 얼굴이 변형돼서, 키가 작아서 불편한 건 없어요. 아주 잘 살고 있죠. 하지만 걸을 수 있고, 팔이 두 개고, 얼굴이 멀쩡하고 키도 작지 않은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불편하지 않냐는 눈빛을 보내죠. 그게 바로 편견이에요.” 꿍따리 유랑단은 보는 청소년들에게 자신감과 꿈을 꿀 기회를 주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좌절과 포기에 익숙해져 있던 단원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에게도 자신감을 주고 꿈을 꾸게 한다. 또한 공연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써 책임감과 의무도 깨닫게 된다. 이에 요즘의 꿍따리 유랑단원들은 집합시간보다 먼저 모여들고, 보다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장애인의 절망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로 설정된 바닥에서 휠체어에 오르는 모습을 부끄러워하던 지혜는 이제 “어떻게 타야 더 슬프게 보일까?”를 고민하고 연습한다.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빠빠빠빠빠빠빠빠공연 마지막, 무대에는 ‘꿍따리 샤바라’가 울려퍼지고,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안무를 가르치면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수십만 번이나 부른 ‘꿍따리 샤바라’가 어느 순간 저에게 힘이 되는 것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어요. 꿍따리 샤바라를 부른 지 10년 만에야 느꼈죠. 다른 이들에게 이 감동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편견을 깨뜨리는 ‘꿍따리 유랑단’은 청소년 소설로 출간됐다. 그리고 곧 다큐멘터리 영화로, 뮤지컬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공연은 오디션 과정이지만 영화나 뮤지컬은 공연이 만들어지고 장애인 단원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또한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갈 채비도 한창이다. 이를 위해 전용 극장과 연습장을 마련하고, 해와 공연 관계자들과의 왕래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강원래 단장이 앞으로의 목표와 바람을 털어놓는다.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어요. 공연을 계속 하고 싶을 뿐이죠. 그것이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깨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자장면을 먹고 싶은 것처럼요. 이에 꿍따리 유랑단이 공연은 물론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활성화되면서 장애인이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사람으로 인식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