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다시 희망을 꿈꾸게 하는 것. 소통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 바로 예술이 지닌 힘이다. 하지만 이를 향유하는 것은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요건 등 다양한 이유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를 위한 풍요로운 삶을 상상하며 조금 특별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해외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나’에서 시작하는 다양성의 가치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미국의 문화예술교육 추이는 국제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수교육과 미술을 전공한 부부가 설립한 비영리 예술교육단체 ‘크리에이티브 키즈(Creative Kids)‘는 어린 환우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중 ‘에임(AIM, Arts in Motion)’은 프로비덴스 어린이병원(로드 아일랜드주 소재) 소아암 환자가 예술교육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치유하고 병원생활의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다. ‘국립예술기금(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의료부문 예술 프로그램 기획 사례로도 선정된 바 있으며 아이들의 작품은 병원 내 ‘상상갤러리(Imagination Gallery)’와 시내 곳곳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는 조각품을 직접 만지며 감상하고 토론하는 ‘터치투어(Touch Tours)’, 앞을 보지 못해도 작품이 주는 감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비쥬얼 디스크립션(Visual Description)’ 즉 해설이 있는 전시 감상이 가능토록 하는 ‘아트 인사이트(Art inSight)’ 프로그램 지원 등 장애우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점자 작품설명은 물론 청각감응장치, 적외선 음향증폭장치, 수화 해설, 실시간 컴퓨터 자막서비스를 시행하여 ‘장애를 불문한 모두의 현대미술감상’이 가능토록 한다. 그 밖에도 치매노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알츠하이머 프로젝트(Alzheimer’s Project)’는 환우들에게 병이 아닌 자기 자신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다양한 행사 개최와 연구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올해 7월 케네디 예술센터 주최로 열린 ‘예술과 특수교육 컨퍼런스(2014 VSA Intersections : Arts and Special Education Conference)’에서는 ‘예술교육과 특수교육의 접점탐구’ 라는 주제로 장애학생 대상 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교육자, 행정가, 연구자, 예술강사들이 모여 우수사례와 교수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예술기금 후원으로 진행된 ‘예술과 인간발달(Arts and Human Developmnet)’ 연구는 사회‧경제적 취약층(SES, low Socioeconomic Status) 유아‧아동, 비행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계층 대상 문화예술교육과 삶의 질 향상의 연관성을 밝힌 바 있다.
영국, 어린이들의 잠재된 문화예술을 끌어내다
예술위원회의 ‘예술을 위한 10년 전략체계 중기 계획(2011~2015)’ 중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어린이 대상 예술경험 기회 제공을 위해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수혜자 중심 프로젝트 시행’이었다. 관련하여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아이-오케스트라(i-Orchestra)’ 프로젝트를 눈 여겨 볼만 하다. 지역민들은 최첨단 기술이 겸비된 ‘예술텐트(state-of-the-art-tent)’에 자유롭게 방문해 컴퓨터 안내에 따라 가상 혹은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리라이트(RE-RITE)’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오케스트라 체험 시설을 갖춘 예술버스 ‘뮤직랩(MusicLab)’에 올라타 오케스트라 단원, 지휘자, 공연감독과 작곡가가 되어볼 수 있다. 참여자들이 직접 연주와 기획에 참여하는 결과발표회도 개최된다.
수혜자 맞춤식 프로그램뿐 아니라 매개자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도 있다. 영국 창의문화교육단체인 CCE(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는 ‘예술가와 창의교육 매뉴얼(a practical online guide for Artists in Creative Education) 개발사업’을 진행하여 유럽권역 낙후지역 초등학생 대상 창의교육을 시행하고자 하는 예술가를 위한 실무매뉴얼을 구축한 바 있다.
호주, 국가 경쟁력은 원주민의 전통 문화로부터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한 예술 분야 지원’을 강조하는 호주의 경우 원주민 문화 존중이 강조된 사례가 특히 눈에 띈다. 다양한 소외계층의 주요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들 안에서의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빅하트(big hART)’의 ‘이잘라 얄라(Yijala Yala)‘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민 참여형 예술교육을 통해 서부 로번(Roebourne) 지역의 현존하는 문화적‧정신적 유산을 지킨다. ‘네갈루마(Ngarluma)’와 ‘인드지반디(Yindjibarndi)’ 주민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다시 보는 연극 프로그램 ‘힙본 스티킹 아웃(Hipbone Sticking Out)’, 현지어를 만화 형식의 전래동화로 기록한 ‘네구라라(Ngurrara)’, 지역민과 교도소 수감자가 싱어송라이터와 합작한 음반제작 프로그램 ‘무루(MURRU)’ 등 다양하다. 「창의호주(Creative Australia) 2013~2022」정책이 발표되고 일상 속 문화예술의 역할과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력이 강조됨에 따라 호주 문화예술교육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캐나다, 청소년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소외아동 자신감 상승, 리더십 함양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어아츠(DAREarts)’는 교육 참여자 스스로 잠재된 능력을 찾아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수혜자는 연간 약 만 명 정도인데 본 기관이 마련한 프로그램 시행으로 약물남용, 자살, 우울증 등 청소년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는 자연스럽게 활발한 학교생활뿐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배운 내용을 학교 친구들에게 다시 가르쳐주는 과정이 포함된 예술워크숍 ‘올-디-아츠(All-The-Arts)’, ‘스트렛퍼드 셰익스피어 축제(Stratford Festival)’에서 최종결과발표회를 진행하는 연극 프로그램 ‘대어투드라마(DARE2drama)’, 대어아츠 출신 학생이 직접 대인관계와 진로 설정을 주제로 진행하는 워크숍 ‘대어투액트(DARE2act)’, 연합 합창단 ‘대어투씽(DARE2sing)’ 등 해당 장르와 교육 형태가 다채롭다.
핀란드, 문화예술이 가진 긍정의 힘으로 자신감을 찾다
우리에겐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인 서커스를 적극 활용한 경우도 있다. 유럽사회기금(European Social Fund)* 사업으로 탐페레대학교(University of Tampere)의 공연분야연구센터(Center for Practise as Research in Theatre)에서 시행한 ‘이펙티브 서커스 프로젝트(Effective Circus Project, 2011~2014)’는 소셜 서커스 프로그램 시행을 통한 문화 복지 향상이 주목적으로 수혜대상은 경제적 소외계층, 특수교육학교 학생, 장애아가 있는 가족, 이민자, 다문화가정, 지적‧발달장애우, 약물중독자, 정신질환자, 지리적 소외계층, 노인 등 다양하다. 참여자는 서로의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협력하는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관계를 형성할 줄 알게 되고, 실수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터득하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본 프로젝트 참여자, 예술강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소셜서커스의 웰빙효과(Wellbeing Effects from Social Circus)’ 연구도 이루어진바 있다. 문화예술, 교육, 복지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떠오르는 북유럽의 행보가 기대된다.
* ‘유럽사회기금(ESF, European Social Fund)’은 유럽 내 청년 및 소외 계층과 관련한 사회 문제 지원 및 해결을 위해 EU차원에서 마련한 기금이다
◆ 미국
ㅇ‘크리에이티브 키즈(Creative Kids)’ 공식 홈페이지 http://creativekidsart.org
ㅇ‘뉴욕 현대미술관(MoMA)’ 장애우 방문객을 위한 웹 페이지 http://www.moma.org/visit/plan/accessibility
– 시각 장애우를 위한 프로그램 (터치투어, 아트 인사이트) http://www.moma.org/learn/disabilities/sight
ㅇ뉴욕 현대미술관(MoMA) ‘알츠하이머 프로젝트(Alzheimer’s Project)’ 페이지 http://www.moma.org/meetme
◆ 영국
ㅇ‘아이-오케스트라(i-Orchestra)’ 공식 홈페이지 http://www.iorchestra.co.uk
◆ 호주
ㅇ‘빅하트(big hART)’ 공식 홈페이지 http://bighart.org
– ‘이잘라 얄라(Yijala Yala)’ 프로젝트 페이지 http://yijalayala.bighart.org
◆ 캐나다
ㅇ‘대어아츠(DAREarts)’ 공식 홈페이지 http://www.darearts.com/index.shtml
◆ 핀란드
ㅇ‘소셜서커스의 웰빙효과(Wellbeing Effects from Social Circus)’
http://www.uta.fi/cmt/index/wellbeing-effects-from-social-circus.pdf
- 양혜진 _ 국제교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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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에서 시작하는 다양한 가치” 에서 미술활동이 환자와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미술교육프로그램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