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새로운 플랫폼을 기대한다

문화예술 정책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정책사업 추진 초기에는 기본의 방법에 상당 부분 의존했지만 이제부터는 방법과 절차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갖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올 해 또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012년이 새로운 플랫폼이 되길 기대하며 문화예술교육에 힘쓰고 있는 모든 사람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어떻게’에 대한 질문, 2012년의 의미 있는 출발

1960년대 미국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지원의 이론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학문 연구가 본격 시작되었다. 국가의 개입이 국민 생활의 기초 욕구 충족에서 정신 욕구 충족으로 확대됨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의 주체가 귀족계층으로부터 정부 차원으로 전환한 유럽 같은 역사적 경험이 미국엔 없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학문적 접근의 결과에 따르면 정부 지원과 개입의 형식에 정당성을 확보하는 근거로 ‘효율성’과 ‘공정성’이 논의되었다.

딱히 문화예술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이러한 선언적 수사를 현장에 옮기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 사회 역시 정부의 재정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을 ‘효율성’과 ‘공정성’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둘러싼 이견과 논쟁, 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 역시 그러하다. 정책사업 추진 초기에는 기존의 방법에 상당부분 의존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으나, 실행 10년 차가 가까워지는 시점이 되면 그간의 방법과 절차가 맞는지에 대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원사업의 특성에 맞는 다면적이며 입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한 논의는 2012년 문화예술교육에서 의미 있는 출발일 것이다.

직선적 흐름도로 기준과 절차를 설정할 수 없는 문화
예술교육

올해 1월 현재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이 재정 지원의 기준과 과정에 대한 추측과 논의로 분주하다. 매년 취지와 의도 및 목적이 유사한 무수히 많은 사업이 지원을 신청하고, 현장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여러 사업이 유사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지원 심사의 기준이 쟁점이 된다. 그 쟁점은 ①사업 간의 변별력 확보, ②개별 사업의 차별적 기획과 실행, ③사업 과정 및 결과, 성과의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환류 체계 구축의 가능성에 대해 검토라 할 수 있다. 2012년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지원사업의 기획과 실행을 위해 이들 개념을 재확인하고 적용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효과성이 사업의 내적 성과나 효과를 의미한다면 효율성은 사업 외적 결과로 사업 주체기관이나 주관단체가 사업 운영과 관리를 말한다. 사업의 효율성은 투입, 활동, 산출(결과), 성과와 효과의 직선적 흐름도인 로직 모델을 적용하여 단계별로 과정을 검토하여 도출된다. 이러한 평면적 사업의 구성과 기획은 결과적으로 예산 투입으로 활동이 제공된다는 단순화된 과정과 이를 통해 발생하는 교육적 만족도 정도 외에 다른 성과나 효과성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심성과 정서를 다루는 문화예술교육에는 매우 결정적인 취약점이다.

실행이 끝났을 때 바라는 모양새에 대한 상상이 사업의 시작점

사업운영 개선방안은 개별 사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 현장의 구체적 이슈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의 양극화와 문화적 격차 해소, 소외계층의 접근권 등 이미 너무 친숙한 수사적 목표가 아닌 현장에 대한 실제적 진단과 수요자 특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없이 사업을 실행하는 것은 예산의 효율성도, 활동 효과의 변별력도, 기대효과도 도출하기 어렵다.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이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 중 하나는 활동의 성과나 효과를 도출하는 것인데, 이를 끌어내기 위한 원칙은 분명하다. 사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이 사업이 끝났을 때 얻고자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상을 정확히 잡은 후, 이를 가설로 삼아 사업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아 조정하고 해결하는 전략을 마련한 후 지원 기준과 절차를 만드는 것이 순서이다. 사업 내용의 건강성과 운영 기획의 전문성 확보는 바로 ‘결과에 대한 상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한 가지 사항을 더 고려해야 한다. 지역의 특성이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공통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나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 지원이 이뤄질 때 가치 함몰에서 벗어나 비로소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업이 지원되는 공정성과 정교함을 확보하게 된다.

지역별로 사업 실행의 파트너를 균형 있게 찾게 되고, 이들과 수평적 협업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다양한 자료와 정보의 공유, 인적 교류가 가능한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관이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센터’가 아닌 ‘플랫폼’이 되었을 때 현장 전문가, 예술단체, 연구자 등과 기관의 유기적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기관이 상상한 성과를 도출해 낸 우수 지원사업 사례를 발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고 사회적으로 제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과 문화예술 교육은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독특한 질’을 지닌 가치재라 생각된다. 이러한 가치재를 확산하고 진흥시키기 위한 지원은 현장과 밀착되어야 한다.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복합적인 사고와 실행 가능한 기획과 안정화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의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현장에 정착하며 지역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는 사업의 기획과 운영을 기대한다.

글_백령 경희대 문화예술경영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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