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를 생각한다

지난 7-8년의 시간 동안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은 그야말로 성장 일로를 달려왔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매해 증가하고, 사업 대상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행해 온 결과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로. 누구를 대상으로,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보다는 그 사업의 과정과 절차가 어떤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숨 고르기가 아니라 그간의 좌충우돌 실행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전이다.
2012년 아르떼진은 새해 첫 달의 테마 기획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재은 원장이 그 문을 연다.

실행 과정의 내적 변화를 꿈꾸며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임진년 새해에도 변함없이 문화예술교육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난해 7월 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받은 이래 아주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기존에 계속 진행되어 오던 사업에 대한 파악과 안정적 관리에 주력함과 동시에 2012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도 했습니다.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이 바위를 뚫는다는 ‘일념통암一念通巖’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말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습니다. 새내기 기관장으로서 맡게 된 막중하고 광범위한 일을 잘 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뜻이 통하였는지, 2011년 사업은 무탈하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2012년 문화예술교육에 쓰일 예산 확보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습니다. 특히 올해 주 5일 수업 시행을 맞아 어린이·청소년과 가족 단위 주말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토요문화학교’ 사업이 적지 않은 규모의 신규 예산으로 편성되었습니다. 우리 진흥원은 이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 중심에 머물던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갈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지난 6개월간의 제 일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그 시간은 ‘무엇’에 대해 듣거나 생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기존의 사업을 파악하고 새로운 사업의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진흥원 직원과 관계 기관·단체 전문가들은 제게 ‘무엇’에 관해 말했습니다. “이 사업은 무엇을 위한 사업으로서…….”라든가 “앞으로 무엇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의견 드리자면…….”이라든가.
문득,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모두 ‘무엇What’에 대해서만 말하고 ‘어떻게How’에 대해서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가?

그간 우리 진흥원을 비롯한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은 ‘문화예술교육’이란 말조차 생소한 환경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확장해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조금씩 축적되고 있고 어떤 사업의 경우 가시적 성과로 보이는 시점에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스펙트럼은 넓게 펼쳐졌는데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기존 관행에 머물거나 사업 내용과 상관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현재의 방식이 지닌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확장 중심에만 맞춰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항상 기존의 행정 체계에 기대어 사업을 실행하게 됩니다. 둘째는 기획-실행-평가의 과정에서 사업 참여자들 간의 소통과 교감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여자 간 관계의 끈은 연결되어 있되 끊어질 듯 이어질 듯합니다. 이것이 제가 새내기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파악하게 된 현재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문제이며, 이것은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떻게’라는 단어에 다시 저의 정신을 집중하려 합니다. 2012년 1월 2일 진흥원 시무식에서도 직원들에게 이제부터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 습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의 임직원은 ‘Process Innovator’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하기로 하였습니다. 올 한해 우리의 내부 목표입니다.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데 스며들어 있는 관행적 방식을 바꾸고,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방식을 창출해 내고자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업 내용은 달라지지 않을지언정,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내적 변화를 끌어내고자 합니다.

모두가 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것입니다. 단번에 바꿀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 진흥원만의 힘으로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서 지혜와 경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산 정상만을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라, 올레길·둘레길 걷듯이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 풍경도 살피며 걷는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여정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_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재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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