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현장, 결과에서부터 시작을 보다

‘사람은 평생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10%도 발휘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하지만 다행인 것은 꾸준한 실험과 확장을 통해 잠재력은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인 ‘나의 삶, 시가 되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할머니들이 깊이 가둬 두었던 자신의 우아한 자아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며 문화예술교육의 현명한 시작점을 볼 수 있었다.

결과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인 ‘나의 삶, 시가 되다’ 라는 프로그램을 참관하였다. 현학적인 목표를 가진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백발의 할머니가 자신만의 공책을 펼치고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어 지우개로 지워가며 엎드려 글을 쓰고 있었다. 느낌을 오롯이 모아내는 시간이다. 깊은 우물에 타래박을 내려 물을 올리고 있다. 예술의 시작이다.

내가 감동적으로 본 이 현장은 전문(예술)교육자들의 기획과 실행력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현장 전문가로서 여러 해 동안 축적된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프로그램에 녹아 들어가 결국 교육 참여자들로 하여금 뭔가를 발현시켜내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장면일 것이다. 그동안 논의되었던 문화예술교육의 모습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최근까지 제삼자에게 목격되는 ‘그래 이런 것이 문화예술교육일지 몰라’라고 하는 것들은 교육 참여자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끌어내어 표현하게 하는 것이었다.

과정

‘나의 삶, 시가 되다’ 프로그램 역시 여러 가지 공정 과정이 있었다. 지역의 강사들을 모아 문화예술교육을 공부하면서 프로그램 습작을 거쳐 대표적인 사업을 확정하여 강사들이 협업체계를 만들고, 지역의 복지관과 연계하여 교육대상자들을 만나고 이들과 만나면서 프로그램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표현하게 하였다. 물론 교육생들은 그동안 가두어두었던 삶의 희로애락을 끄집어내고 웃고 울면서 하나씩 그림으로, 글로 표현하면서 그러한 표현들이 하나하나 작품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이 났다. 자존감도 높아졌다. 우아한 할머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예술교육이 어떠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시작

대부분의 공모사업은 기획서 제출, 심사(서류, 면접 등), 선정, 평가의 과정을 거친다. 2년째 하고 사라진 문화예술교육 거점네트워크 사업의 경우, 진행과정은 일반 공모사업과 유사했으나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지역문화교육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시범적인 도전이었으나, 지금 생각해도 올바른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점들이 담겨 있었다. 2012년 올해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개별 예술가에 의한 것이 아닌, 그리고 개별 문화단체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이 터하고 있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자원과 인적, 물적 자원들이 결합하면서 이루어내는 형태를 지역특성화라고 의미를 부여해 본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제안 하나

공모사업의 관건은 지역 특성화와 차별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 하에서 각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어 프로그램이 실행될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해도 저곳에서 해도 다를 바 없는 같은 프로그램이 실행될 것인지.
어떻게 지역 특성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 고민에 대한 답으로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바로 ‘과정을 만들어 가는 작업’에 대한 지원이다. 예컨대 기획서 작성에서부터 기획자, 강사들의 협력교육,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대상자에 대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를 다시 공

부하고 현 단계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들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도 지원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를 위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도 있다. 그러나 항상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정책목표 중 하나로 설정되어 왔던 ‘문화예술교육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서는 개별 지역센터가 아닌 문화부와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차원에서 ‘과정 설계’에 대한 지원을 공식화해주길 바란다. 이것이 바로 2년간의 실험적인 거점네트워크 사업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지원사업 공모시스템에 대한 나의 작은 제안이다.

글_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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