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Workshop Review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해가 쨍쨍 내리쬐던 지난 7월 24일. 전라남도 담양에서 뜨거운 ‘맞남’이 있었다. ‘우리 지금 맞나’라는 주제와 ‘2014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전라권역 수행단체 고민파타 워크숍’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맞남’은 전남과 전북, 그리고 광주에서 모인 문화예술교육 예순다섯 단체(전남 열일곱, 전북 스물일곱, 광주 스물한 곳)가 이틀 동안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맞남’을 기획하고 추진한 전남, 전북,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소개로 ‘우리 지금 맞나’ 워크숍의 문이 열렸고, 광주 책문화공간 봄의 정봉남 관장, 전북 미술공감 채움의 고보연 대표의 지역문화예술교육 사례 나눔으로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곧이어 예순다섯 단체는 모둠별로 자리를 잡고 앉아 본격적인 ‘맞남’을 시작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수행단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 다른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해 각각 ‘조용히 시끌벅적한’, ‘흙 냄새가 나는’, ‘나를 벗는’, ‘마음 소리를 맞추는’, ‘(할)애들아 노올자아’, ‘가장 Hot한’ 등 재미있는 이름의 여섯 모둠으로 헤쳐 모였다. 여섯 모둠은 의자나 바닥에 자유롭게 둘러앉아 프로그램 기획서 작성부터 사업운영, 1년차의 고민부터 10년차의 고민까지 주고 받고 나누었다. 오후 나절 동안 여섯 모둠에서 모아진 고민은 참으로 많았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전문분야를 매개하는 단체들이 주로 모인 ‘가장HOT한’ 모둠은 보장되지 않는 사업의 연속성, 참여자 간 소통의 필요성, 영상 등 전문분야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겪는 한계와 어려움, 참여자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과 이해 부족, 안전사고와 장비대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도시와 농촌에서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는 ‘(할)애들아 노올자’ 모둠은 향유기관과 교육대상 선정의 어려움, 신생단체 입장에서 겪는 교육대상의 지속적이지 못한 참여에 대하여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과 관련하여 사업을 진행 중인 ‘마음소리를 맞추는’ 모둠의 경우에는 참여자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서툰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정산 및 관계자들의 지나친 관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장애인, 미혼모, 고려인 등 특수참여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나를 벗는’ 모둠은 문화예술교육과 사회복지 사이에서 겪는 혼란, 충분하지 못한 교육공간, 사업계획서 작성 시 진흥원이나 센터에서 요구하는 방향과 교육과정 중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방향의 불일치와 이러한 사업구조에 대한 고민, 참여자의 계층, 연령층 등 개인적인 특성과 성향 조율의 어려움, 30차시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전통문화를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흙 냄새가 나는’ 모둠에서는 대상자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유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와 비참여자간의 관계, 참여자들간의 소통과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고 하며, 문화와 문학 단체들이 모여 앉은 ‘조용히 시끌벅적한’ 모둠은 연속성과 지속성에 대한 고민과 참여자와 공유하는 비전 설정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여섯 모둠은 각자의 고민을 내려놓은 뒤, 다른 모둠의 단체들과 어우러져 저녁식사를 하며 숨을 돌렸다.
컨설턴트로 자리한 광주 북구문화의집 정민룡 관장과 전북대 무형문화연구소의 이경진 연구원이 모둠별로 다니며 오후 나절 동안 모인 고민을 뜯어보고 공감하고 노하우를 나누었고, 이어서 모둠별 난장토론에서 얻어진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HOT한: 강사들에게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진정성은 곧 참여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할)애들아 노올자: 재미있는 눈높이교육을 지향하자. 향유기관선정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곳에 직접 찾아가고, 교육대상은 소규모 그룹으로 접근해보자.
-마음소리를 맞추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문화예술교육을 하면 지속가능할 것이다.
-나를 벗는: 참여자의 동기부여와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흙 냄새가 나는: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은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쌍방형 교육을 지향하고 교육대상자에 대한 파악과 공부가 필요하다. 진흥원과 센터가 판(pan)을 만들면, 강사와 참여자가 재미(fun)있게 놀고, 딱 꽂히면(pin) 성공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시끌벅적한: 사람과 긍정의 힘, 가치를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로 삼고 대상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교육자 스스로가 재미있게 참여하고 진행해야 한다.
워크숍 참여단체 중에서는 이번 ‘맞남’을 통해 전남과 전북, 광주의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살펴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프로그램과 단체의 역량을 개발하는 일이 끊임없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지금 맞나’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 전우애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워크숍이 되었을 것이다.
_Interview
「우.리.지.금.맞.나」는 전남, 전북, 광주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판을 벌리고, 세 곳의 지역특성화 담당자가 ‘맞나추진위원단’을 꾸리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였다. 그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자세한 이야기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임아영 님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Q. 광주, 전남, 전북 모두 3개 센터가 의기투합하여 판을 벌린 <우.리.지.금.맞.나.> 같이 뭉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평소에 센터가 만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입니다. 교육진흥원에서 사회교육팀 회의를 하면 얼굴 한 번 보고 생사 확인한 후 바쁘게 기차나 비행기에 오르느라 같이 뭘 해보자는 생각은 꿈에도 한 적이 없어요. 작년에 화순문화원에서 광주와 전남의 지역특성화 단체들이 모여 하루 동안 공부한 적은 있었습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도 그렇고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 등 여러 사업이 진흥원에서 센터로 넘어온 지 삼사년 되었는데요. 삼사년 흙에 물주고 거름 주고 하다 보니 이제야 사업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듯합니다. 중심을 잡게 되니 다른 곳을 볼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한날한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됐어요. 전라도에서는 누가 어떻게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지 ‘모태 보믄 괜찮지 않것냐’고 전남센터의 김수재 선생님과 전북센터의 김용운 선생님과 전화를 주고받기 시작했죠. 물론 사회교육팀에서 판을 깔아주어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고요.
Q. 「우.리.지.금.맞.나」,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기획하게 되었나요? 마치고 난 소감은 어떤가요?
‘전라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수행단체 고민타파 워크숍 「우.리.지.금.맞.나」가 이번 타이틀입니다. 전라권 지역특성화 사업을 통해 현장에서 뛰고 계신 예순 다섯 개 단체(광주 21개, 전남 17개, 전북 27개)를 전라남도 담양에 초대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겪는, 활동가로서 부딪히는 문제를 꺼내놓고 답도 우리 안에서 찾아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모임은 두 개의 노래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해요. 하나는 리쌍의 ‘우리 지금 만나’입니다. ‘우리 지금 만나’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말문이 막혔을 때 네가 웃는지 우는지 나는 몰라. 몰라, 몰라, 나는 절대로 몰라.” 현장에서 말문이 막히고 문화예술교육이 대체 무언지 갑자기 혼란스럽고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는 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닌 우리들이기에 일단 만나서 맞는지 서로 묻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각자의 철학과 소신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며 힘 받고 돌아가시길 바랐어요.
다들 헤어지고 담양에서 돌아오면서 귓가에 맴돌던 노래는 산울림의 ‘너의 의미’였습니다.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그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당장 만나면 마냥 즐거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모두의 고민은 깊고 치열했고 틀에 짜인 시공간 안에서 그것을 풀어내고 공감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원기관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원사업의 한계와 맹점을 인정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이 무어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 그리고 사서하는 고생.’
Q. 지역특성화 사업 현장에 계신 분들의 고민들을 직접 들어보니 어땠나요? 주로 어떤 이야기와 고민들이 오고 갔나요?
교육대상, 곧 함께하는 이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끌어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같이 밥을 지어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강사들이 불쑥 장기자랑을 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음 모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 실현한다’ 등 원포인트 레슨을 서로 해주시더라고요. 또, ‘소통’과 ‘지속’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렸어요. 그리고 그 날의 토론을 물 끓이기에 비유하면 끓는점이 100도가 되었을 때 냄비 뚜껑이 열리며 터져 나온 질문은 “도대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은 무어냐”였습니다.
Q. 3개 센터가 같이 모여서 이런 자리를 기획․진행하는 특별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기존에] 여럿이 기획해서 마무리까지 함께 했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센터끼리는 물론이고, 센터 안에서도 말이죠. 아마 다른 센터 분들도 묵묵히 고독하게 일하고 계실걸요.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라 같이 하면 못할 게 없겠더라고요. (잘해내는 건 두 번째 문제지만요.) 매주 한 번씩 만났습니다. 광주, 담양, 전주에서 백리 길 마다 않고 모여서 화장실도 안 가고 앉은 자리 그대로 2시간을 꼬박 이야기했어요. 저희들은 문화예술교육과 활동가분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간 많이 괴롭고 외로웠나 봅니다. ‘우리는 대체 그간 무얼 했나, 우리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하나, 우리 지금 맞나.’ 바쁘답시고 외면했던 질문들, 저희도 무척 되묻고 싶었거든요. 활동가 분들이 힘 받으셨으면 했지만, 어쩌면 저희들이 더 힘 받고 돌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Q. 이번 자리를 통해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앞으로 ’맞나추진위원단‘은 어떻게 되나요?
‘맞추위’는 영원합니다. ‘맞나’ 끝내고 일주일 지나서 셋이서 전북센터에서 모였어요. 사실 아쉬웠어요. 세 지역의 특성이 각각 다르고 욕구도 다른데 너무 일찍 한 자리에 모인 건 아니었을까, 단체끼리 제대로 사귀도록 프로그램을 확 줄였어야 했나, 각 센터가 우선 단체와 활동가 분들을 제대로 알고 있나, 두 분의 해결사가 여섯 모둠을 소화하기는 너무 벅차지 않았나 등 통렬하게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동지들을 만나 벅찼고 센터의 역할에 대해 다시 깨우쳤으니 ‘처음’에 의미를 두고 꾸준히 해보자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내년에는 센터, 단체가 함께 이 워크숍을 기획하고 실행해보자 다짐했고요. 살면서 이웃과 동지를 만나는 일은 참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맞나보려고 만나보려고 합니다.
Q. 이 자리를 만들어간 분들, 참여한 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세요!
우.리.다.시.만.나.
※ 본 기사 중 ‘워크숍 리뷰’는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에 게재된 기사로 제작자의 허락을 통해 일부 편집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사업명: 201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전라권역 수행단체 컨설팅 워크숍
– 주관: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 워크샵 취재일시/장소: 2014년 7월 24일(목) ~ 7월 25일(금), 전라남도 담양 일대
– 워크샵 취재: 이다롱 워크숍 코디네이터(광주센터 3기 통신원)
*기사전문: www.gjarte.or.kr
– 인터뷰 취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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