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세계적인 교류의 물꼬를 트다- 2006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문화예술교육, 세계적인 교류의 물꼬를 트다- 2006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문화예술교육, 세계적인 교류의 물꼬를 트다’
– 2006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글 l 박남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홍보팀 팀장)

지난 3월 6일부터 9일까지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World Conference on Arts Education)가 나흘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세계 97개국에서 1,200여 명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 담당자, 학자, 전문가 및 NGO 관계자가 참여했으며, ‘21세기 창의력 개발(Building Creative Capability for the 21st Century)’을 주제로 전체 회의, 주제 발표, 워크숍, 세미나, 프리젠테이션 등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을 통한 활발한 정보 교류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세계대회는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비교적 오랜 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포르투갈 정부가 함께 공동 주최를 맡아 몇몇 국제적인 민간 예술교육 NGO의 협력을 바탕으로 마련되었다. <2006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의 철학적 근간은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예술가의 지위>에 대한 국제회의와 1998년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열린 <개발을 위한 문화정책>에 대한 국제회의에 바탕을 둔 것이다. 1997년의 파리회의는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를 규정하고 지원하기 위한 회의로 이루어진 것이며, 1998년의 스톡홀름 회의는 국제사회에서 예술교육을 상호교류하기 위한 정부 상호간의 첫 번째 시도였다는 의미가 있다. 이 두 회의를 통해 부각된 쟁점들은 유네스코의 정례회의들을 통해 구체화되었고, 2003년의 32번째 정례회의에 이르러서는 <2006년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를 포르투갈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게 된 것이다.

대회 첫 날 축하공연을 곁들인 개막식과 기조연설로 나흘간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기조연설 가운데 특히, 새로운 비전으로서의 공교육이 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해야 함을 역설한 켄 로빈슨(Sir Ken Robinson)은 특유의 호소력 있는 화법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어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주제로 전문가 패널과 예술교육이라는 공공영역 활성화에 필요한 다양한 파트너십을 다룬 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같은 시간대에 음악, 무용, 문학, 연극 등 다양한 분야별로 사례 발표와 소그룹 형태의 워크숍도 병행 진행되어 참가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장소를 바꿔가며 네트워크를 넓히고, 정보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예술교육의 사회, 문화,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로 시작된 이틀째 행사의 두 번째 패널과 같은 시간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구체적 실천 과제를 논의하는 ‘액션 아시아 플랜(Action Asia Plan)’이 진행되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주호 원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관련 기관 및 전문가 간의 예술교육에 대한 지식의 공유 및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온라인 기반이 되어줄 옵서바토리(Observatory)의 모델로 문화예술교육 사이트 ‘아르떼’를 소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대형 공연장 객석에서 진행된 이틀간의 회의와 달리 사흘째 행사는 소강당에서 열렸으며, 각 지역별, 국가별로 세분화된 주제 하에서 치러졌다. 먼저 이번 세계대회를 위해 4개 권역별로 개최된 준비회의의 결과가 권고안의 형태로 보고되었는데, 창의력 향상을 예술교육의 주목표로 삼고 있는 점과 파트너십, 새로운 교수학습방법론,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공통의 관심사로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진행된 주요 국가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례 발표에서는 문화관광부 용호성 문화예술교육과장이 문화부를 중심으로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법무부와의 협력을 통해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사업과 지난 해 12월 통과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대하여 소개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벤치마킹 사례로서 깊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회의 기간 동안 향후 협력과 교류 여부를 넌지시 타진하기 위한 접촉을 시도해오기도 했다.

오후에는 세계대회 이전부터 온라인 형태로 세계 각지 전문가들을 연결해 가동된 ‘예술교육 로드맵 위원회’에서 작성한 로드맵 초안이 발표되었다. 로드맵은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 증진을 위한 주요 개념, 목표, 실천 전략, 연구 및 지식 공유 방안 등을 내용으로 포괄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나흘 간 회의 기간 가운데 가장 뜨거웠는데,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각자의 처한 입장과 견해에 근거한 다양한 이견이 제기되었고, 항목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인도나 아프리카권 중심의 저개발 국가는 물론, 프랑스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대표들도 각자의 의견을 보탰다.

  

한국 대표단에게는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나흘째 회의는 장관급 인사들이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와 관련된 각국의 정부 역할과 비전에 대하여 발표로 시작되었다. 대표단 단장으로 연단에 나선 문화관광부 박양우 정책홍보관리실장은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한 대안으로서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 등을 예로 들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예술교육 활성화 정책이 사회공동체성 강화와 창의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의 정례화 필요성에 대한 언급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강한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2010년으로 예상되는 차기 대회를 유치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 발표하여 청중석으로부터 박수와 함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와 같은 차기 대회의 한국 유치 의사 표명은 대회 권고안(Recommendations)에 명시되었고, 유네스코 본부에서 회의가 끝난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번 대회의 두 번째 주요 성과로 제시되기도 했다. 사실 차기 세계대회의 국내 유치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준비회의에서 회원국들로부터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예술교육 세계대회에서도 한국정부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이 모범사례로 부각되면서 차기대회의 국내 유치가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회의 마지막 날에는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로드 맵과 권고안 초안이 채택되었는데, 예술교육이 문화적 감수성을 함양하고 창의력을 신장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인류의 번영과 평화적 공존에 기여한다는 공감대가 명문화되었다. 이러한 정신은 이번 세계대회에서 채택한 대회의 목표나 주제어와도 긴밀히 연관되는 것이다. 이번 세계대회는 첫째, 예술교육의 의미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규정하고, 둘째, 창조력을 강화시키는 실용적 예술교육의 기회를 사회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제공하며, 셋째,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천명하고 그 교육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지적, 정서적 성장에 영향을 주도록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 세 가지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세계대회는 네 가지의 주제어를 채택하였는데, 예술교육에 대한 옹호(Advocacy), 예술교육의 영향(Impact), 예술교육의 구체적 전략(Strategies), 그리고 교육을 위한 교사의 훈련(Training)이 그것이다.

 

결국, 후기산업사회에 예술교육을 통한 창조력의 중요성을 옹호하고, 실제로 예술교육의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 영향력을 설파하며, ‘모두를 위한 예술교육’ 이라는 유네스코의 목표처럼 각국의 정책을 연구하고 전파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예술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의 훈련을 강화시키고자 함이 이번 세계대회의 주요한 핵심이었던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와 같은 전 세계적인 공감대나 정책적 교류와 함께, 한국대표단 차원에서도 이번 세계대회는 뚜렷한 성과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세계대회를 통해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한국의 위상에 대하여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간 한국이 추진해온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 사례가 폭넓은 관심과 공감대를 얻었으며, 이를 밑바탕으로 차기대회 유치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많은 호응을 얻어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예술교육 세계대회는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정책을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차기대회의 국내 유치로 향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감과 동시에 학계, 교육계, 문화예술계를 아우르는 문화예술교육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국제회의를 유치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세계대회를 토대로 또는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물을 생산하고, 어떤 과정으로 준비해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번 대회는 각국의 서로 다른 환경과 출발점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조건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되는 입장이나 견해의 차이 역시 확인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환경과 조건, 입장과 견해의 차이는 결국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범세계적인 교류의 현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번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는 나름의 한계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회의로 평가할 수 있겠다. 예술교육의 교류와 국제적 연대는 그 한계와 차이를 서로 확인하는 것을 바탕으로 출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 포르투갈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그 물꼬를 텄다면, 이 물꼬를 넘고 돌아 땅을 적시고 강을 흐르게 만드는 것은 한국에서 열릴 차기 대회에 맡겨진 책임이자 역할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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