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창작스튜디오는 상반기 국제교류프로그램 결과보고 전시=”” <아시아퍼시픽="" 장학연수프로그램>과=”” 참여작가는 총 9명으로 Cecilia Corzo Robledo(멕시코), Martina Mezak(크로아티아), Luiza Margan(크로아티아), Apl315(우크라이나), Boris Oicherman(이스라엘), Yoko Shimizu(일본), Yoshitaka Iwamoto(일본), I Made Arya Palguna(인도네시아), Jupiter Pradhan(네팔) 이다.

 

연극을 통한 변화의 시작

 

 

이날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은 지금껏 연극을 본적이 없거나 또는 예술공연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들이었다. 오히려 문화예술공연이나 교육은 고사하고 하루 잠자리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아마추어 배우들도 같은 삶을 고민했던 경험을 가졌었다. 때문에 그들의 무대는 어느 프로극단의 무대보다도 열정적이고 진지했다. 연극의 이야기는 20년 전 자신이 겪었던 삶의 이야기, 곧 등장 배우들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숙인’이라고 부른다.
그분들과의 만남은 2년 전 종로 쪽방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프락시스 연구원의 제안으로 만나게 된 종로 쪽방촌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한 6개월 간의 시간은 나에게도 많은 경험이 됐다. 연극은 좋아해도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분, 알코올로 인한 치매 증상으로 분장실 곳곳에 대본을 크게 써놓은 분, 심지어 공연 당일 아침까지 술이 깨지 않은 분도 있었다. 결국 술 깨는 약까지 동원되고, 연극 <서울하늘아래> 첫 무대의 막이 올려졌다. 비록 공연을 올리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함께 했던 시간과 만남은 소중하게 기억됐다.

 

그래서 나는 2011년, 서울역에 위치한 ‘다시서기지원센터’를 찾았다. 함께 연극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하루 하루의 생활이 모두 걱정인 노숙인 분들에게 연극이라니’, 지원센터 측은 노숙인들과 우리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상처만 주게 될까 걱정이 앞섰던 모양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서울역에 아웃리치(노숙인들이 지내는 거리현장에 나가 도움을 주는 일)를 나갔다. 저녁시간이 되어 센터에 잠을 청하러 오는 분들에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거리감을 느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걱정은, “나 연극 해보고 싶은데. 한번도 안 해 봤는데 할 수 있을까요?” 라며 관심을 보이는 분들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8~10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연극 연습은 시작됐다. 우리는 함께 캠프도 떠났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 함께 밥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로운 시간, 그들도 우리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6개월을 함께 동거동락하며 2011년 11월 8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8명의 참여자들과 프락시스 연구원들은 “2011 SEOUL STATION”을 멋지게 올렸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다

 

 

2012년 1월말, 우리의 연극은 다시 시작됐다. 극단 연필통(연극으로 feel(必)이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도 갖게 됐고 프락시스 4인의 강사들과 센터 참여자 외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 했다. 참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 담당자, 노숙인 다큐영화를 찍기 위해 찾아오거나 또는 연극을 만드는 노숙인의 삶이 궁금하다고 오신 분들. 의료자원 활동을 하다 우리 수업에 푹 빠져 자원 활동기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매주 우리와 함께 한 자원봉사자까지. 20여명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다시서기지원센터 박상병 선생님은 “연극을 통해 만나는 분들의 열정에서 노숙인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은 것 같아요. 경제적 지원으로는 볼 수 없었던 에너지가 느껴져요. 서로를 챙겨 주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보입니다.” 는 소감을 전해왔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연극’이라는 작은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것을 향한 열정들이 모여 <이문동네 사람들> 공연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공연기획으로 시작해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문화코디네이터로 1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간혹 사람들이 내게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가요?” “문화예술교육이 치유적 효과가 있나요?”, “문화예술교육이 사람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변화시키나요? “라는 질문을 건넨다. 나는 매 순간 곳곳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 아이들, 어른들이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며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교육연극에서 만나는 이 순간이 지나고 다른 곳에 가면 그 시간들이 이들에게 어떤 힘으로, 에너지로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할까?’는 고민을 하게 됐다. ‘1,2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결국 연극 준비 과정을 통해 ‘함께 이뤄가는 과정’이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의 답은 ‘공동체’에서 찾게 된 것이다.

 

비슷한 삶의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 극단 연필통. 서로의 열정이 위로가 되고 배움이 되며 감사함을 배우는 사람들, 연극이라는 매개로 만나 무대라는 공간에서 그 열정을 쏟아내기 위해 순간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 만남이 일주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사람들, 나의 모습이 다른사람에게 희망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 분들을 보며, 나는 문화예술교육의 희망을 본다. 함께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에게 힘을 되어주고 그 만남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과 30일, 대학로의 아름다운 소극장은 뜨거운 열기와 흥분, 감동으로 가득했다. 다시서기지원센터의 참여자와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가 함께 만든 ‘극단 연필통’의 창단공연 <이문동네 사람들>이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100석의 작은 소극장에서 펼쳐진 이 공연은 유명 배우 한 명 없는 아마추어극단의 공연임에도 매 회 120명에서 130명이 관람했고 80분이라는 시간 동안 모두 숨 죽이고 웃고 맞장구 치며 즐거움을 함께 했다.

 

글_사진 김지연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