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의 놀이터 아르떼 아카데미 2014 하반기 교육과정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교수자뿐만 아니라 기획자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더욱 체계화 되었는데요, 과연 이 연수에 참여하는 예술강사에게 아르떼 아카데미가 어떤 기회이자 시간이었을까요? 예술강사에서 시작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획자로 변신한 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소 ‘서로5감art’의 김명정 대표와 주영상 대표연구원(영화분야)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김명정, 주영상

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소 ‘서로5감art’의 김명정 대표와 주영상 대표연구원(영화분야)

 
 

기획자란, 조금 더 연구하고
조금 더 고민하는 사람

 

Q. 예술강사와 기획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주영상_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예술강사는 가르치는 것이고, 기획자는 그 가르침의 형태와 종류를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커스가 다른 것 같아요. 예술강사가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어떤 수업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그 수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획자의 일이 아닐까요.

 

김명정_저는 예술강사와 기획자가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기획자가 조금 더 신경 쓸 일이 많다는 차이 정도일까요. 전에 했던 수업에 무엇을 추가하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전 수업에서 부족했던 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수업하는 것만큼 고민하는 것이 기획자라고 생각해요. 물론 부수적인 업무들도 많아 복잡하기도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호기심을 조금 더 만져서 상상력으로 만들고, 그것을 좀 더 움직여 창의력으로 만들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희열은 정말 말로하기 힘들죠.

 

Q. 예술강사에서 기획자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김명정_호기심을 감당 못해서요.(웃음) 알고 싶은 것이 생기고, 그것을 다룬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데, 학교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시간과 공간 등의 제약이 있으니까요.그래서 잠시 멈추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프로그램화 하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주영상_가끔 기관에서 수업 요청 들어올 때가 있어요. 한번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수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았는데, 그 수업이 일반적인 작법 수업이 아니라, 주부들이 가진 창작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수업이길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수업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그 형태를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것을 섞거나 변형해서 새로운 수업을 만들게 되죠. 그런 일들 속에서 끊임없이 기획자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Q.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요?

 

김명정_이건 저의 자기반성이기도 한데요, 기획자가 되려면 열려있어야 해요. 타 분야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죠. 오래 전, 아르떼에서 통합 연수를 기획할 당시의 일이에요. 한달 안에 프로그램 몇 차시가 나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한 발짝 나가는데 12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저희 분야는 안돼요”, “그건 우리 분야 고유성에 어긋나요.”라며 밀어내느라고요. 어떤 분야라도 마음을 열고, 소통, 통합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해요.

 

주영상_기획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면 안돼요. 그리고 섬세함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 해도 실행 단계에서 섬세하지 못하면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기 때문에 준비도, 공부도 많이 필요해요. 그렇게 들이는 정성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 바로 기획입니다.

 

 

김명정
주영상

 

먼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Q. 두 분이 기획자로서 활동함에 있어 아르떼 아카데미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그리고 영향을 준 프로그램이 있나요?

 

김명정_참여했던 모든 연수가 재미있었지만, 가끔 참여하기 싫거나, 피하고 싶은 연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은 마음가짐의 문제예요. 분명히 내가 모르는 분야인데 ‘다 안다’고 여기는 거죠. ‘이 분야에 오래 있었으니 내가 잘 알아’라는 마음가짐이면 연수가 끝도 없이 재미없어요. 그런데 배우려는 마음을 먹으면 또, 재미없는 것이 없어요. 그렇게 연수에서 얻은 것에 내가 가진 것을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쁨이 굉장해요. 또 그것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적용했을 때 참여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도 큰 작용을 하죠.

 

주영상_연수 프로그램 중 ‘소시오 드라마’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학교 현장에서 예술강사로서 겪는 갈등을 드라마로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사실 학교 현장이라는 것이 뿌듯함도 있지만 상처도 많거든요. 끊임없이 부딪히고 상처받다 보면 예술강사를 계속해야 할지 망설이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요. 그런데 ‘소시오 드라마’를 통해서 이렇게 상처받은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고, 심지어 나보다 더 심한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에겐 용기가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김명정_사람을 분석하고,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연수가 참 좋았습니다. 특히 ‘대상에 대한 이해’에 관한 프로그램에서 ‘노인 교육’ 편이 기억에 남아요. 매 시간 울었던 것 같아요. 수업의 모델을 부모님과 연관 짓게 되면서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밖에 반응할 수 없었던 나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었어요. 그 후로 교육 대상들은 모두 예뻐 보이더라고요. 가르치는 사람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교육의 질이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Q. 아르떼 아카데미를 통해 어떤 사람을 만났고, 또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주영상_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해요. 준비한 말도 다 못하고, 그러다 보니 준비한 것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기도 하죠. 굉장히 속상한 일이에요. 언젠가 발표를 마치고 무척이나 의기소침해져 있는데, 오히려 주변 분들이 위로해 주시더라고요. 그 분들 눈에도 보였나 봐요. 뭔가 준비를 많이 해오긴 한 것 같은데,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분들의 위로가 큰 용기가 되었어요. 예술강사 초창기에 그런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지금껏 이렇게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명정_작년 여름, 제가 강사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에요. 수업에 들어갔는데 25분의 수강자 중 20분이 연극계 선배님들이었어요. 수업 내내 팔짱을 끼고 ‘어디, 네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이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으셨어요. 그렇게 그 분들과 총 네 번을 만났어요. 마지막 수업에 그 분들이 저에게 오셔서 “선생님 덕분에 모르는 것들을 자존심 상하지 않고 잘 배워갑니다”라고 인사하시더라고요. 불과 몇 주 전에는 나를 ‘너’라고 부르던 분들인데 말이죠. 정말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습니다.

 

주영상_참고로, 아르떼 아카데미가 일반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것이, 강의의 대상자(수강자)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에요. 그 점을 잊으면 안돼요. 별것 아닌 말에 상처 받기 쉽거든요. “이 정도는 쉽게 하실 수 있죠?”, “간단하죠?”라는 식의 말은 서로 피해야 합니다.

 

Q. 미래의 기획자들이 아르떼 아카데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조언해 주세요.

 

주영상_타 분야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한 강좌에서 만나는 이들의 분야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해요. 또 그들이 가르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교육 대상자도 모두 다릅니다. 이 만남을 통해 다른 분야를 이해하게 되고, 또 내 분야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목표를 고민할 수 있는, 생각과 코드가 맞는 선생님들을 만날 수도 있고요.

 

김명정_최근의 아르떼 아카데미는 정말 배울 것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연극 강사가 들을 수 있는 타 분야 강좌는 무용 분야의 ‘신체 이해에 대한 분석’ 정도였어요. 지금은 분야에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고, 예술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잘 분석되어 있어요. 보고 있으면 욕심나는 연수들도 꽤 있고요. 자신의 발전을 고민한다면, 아르떼 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과 교양을 아우르며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는
아르떼 아카데미가 되길

 

Q. 아르떼 아카데미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김명정_현재의 문화예술 코드를 잘 읽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정통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적인 것 외에도 교육의 재료가 될 수 있는 문화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공연 형태가 굉장히 다양한데, 우리는 언어 연극에만 길들여져 있죠. 자신의 분야와 업무에만 집중하느라 흐름을 놓치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문화예술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면 좋겠어요.

 

주영상_‘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교양’을 놓치게 돼요. 예를 들어 ‘시나리오를 잘 쓰는 것’과 ‘시나리오를 잘 쓰도록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일이죠. 그런데 아르떼 아카데미에서는 ‘시나리오를 잘 쓰도록 가르치는 연수’는 포함될 수 있지만, ‘시나리오 쓰는 연수’는 포함되기 어려워요. 하지만 참가자들은 시나리오 쓰는 것을 배우고 싶어하거든요. 반드시 ‘교육’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더 좋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명정_강좌의 주제와 목표를 살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범답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참가자 본인이 소스를 가져와서 자기화 시키는 것이 더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물론, 모두 스스로 하기 나름이지만요.

 

Q. 앞으로 두 분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김명정_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해서 그것들을 기초로 열심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주영상_3, 4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의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교육, 청소년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3, 40대 분들은 우리와 똑같은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의 형태를 접해보지 못했어요. 수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 교육 방식, 문화예술 등을 되짚어 주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들이 잘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명정 대표는 오로지 주제를 찾고, 표현을 해석하며 관람하는 천편일률적인 자세를 깨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했다. 예술은 공식과 정답을 따라가는 기호학적인 학문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와 전율로 느끼는 현상학이라고. 그리고 주영상 연구원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모두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이라고 했다.
문화예술도, 교육도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제 아무리 세밀한 수업 지도안을 갖추었다고 해도 교육 대상자들의 ‘현재’를 알지 못하면 모든 노력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그래서 교육자와 기획자를 그리 멀리 자리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기획자들의 발걸음에 방향을 짚어주는 나침반으로서 아르떼 아카데미가 문화예술교육가들의 활동을 넓혀가는데 많은 힘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김명정

김명정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연극 분야 예술강사 8년차. 1998년 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하며 문화예술교육 강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연극, 미술, 음악, 무용을 아우르는 통합 수업을 연구하고 강의했다. 현재 연극, 영화, 무용미술, 음악, 미디어 등의 예술교육전문가들이 모여 통합예술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통합예술교육연구소 ‘서로5감art’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영상

주영상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영화 분야 예술강사 9년차. 하자센터에서 1년간 학생들과 영화작업을 하면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얻었다. 현재 예술중점학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예술수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예술교육연구소 ‘서로5감art’의 대표 연구원으로, 협업 교육을 통한 효율적인 통합예술교육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재_최민영, 사진_정민영

 

아르떼 아카데미 추천 프로그램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에 도전하고 싶다면?

–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기본과정 시리즈
   [기본과정1] 이해(8.11~13/현대인재개발원)

   [기본과정2] 실행(8.18~20/현대인재개발원)
   [기본과정3] 기획(8.21~23/현대인재개발원)
– 지역 생활문화예술과 문화다양성(8.4~6/현대인재개발원)
–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 방법론(8.12~14/한라인재개발원)
–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를 위한 셀프 코칭(8.15~17/한라인재개발원)
– 시각예술 감상교육의 이해(8.18~20/현대인재개발원)
– 아리랑, 한류와 스토리텔링을 만나다(8.22~24/한라인재개발원)

 

8월 1주 〈아르떼 아카데미를 말하다④〉 에서는 학교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사를 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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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떼 아카데미를 말하다①: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과정의 발전과 미래과제 (인하대학교 배을규 교수)
– 아르떼 아카데미를 말하다②: ‘나’와 ‘나의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 (예술강사 오광열, 함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