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아이들에게 ‘영상’이란 굉장히 친숙한 매체다. 드라마, 예능, 뉴스, 교육 방송 등을 통해 여가와 교육을 모두 충족할 수 있고, 근처의 영화관을 찾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유명 영화사의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영화같은 스토리 전개에 매우 익숙해졌고, 보는 눈이 높아졌다. 이런 아이들이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충청북도 충주시에 소재한 소태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찾았던 6월 23일은 35회 수업 중 15회차 ‘초 단편영화와 영상 속 소리의 힘’이라는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반석 강사의 사진 수업 진행 단계
서반석 강사의 사진 수업 진행 단계

 

아무리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 해도, ‘영화’를 직접 만드는 이 수업이 10살 남짓의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영화 수업은 요즘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입니다. 수업의 제목만으로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선입견에 지나지 않아요. 아이들이 어렵다고 느낄 때에는 아이들 눈높이를 벗어나 지나치게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서반석 예술강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태초등학교를 예로 들며 영화 수업이 결코 아이들에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아이들은 높은 집중력으로 수업 깊숙이 빠져들었고, 끊임없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서반석 강사의 사진 수업 진행 단계

 

이 수업의 목표는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형태의 영상물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이해하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들은 편집 방식에 따른 표현의 차이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습득하게 된다.

 

이 날 서반석 강사는 아이들에게 편집 방식과 시점 처리를 달리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서반석 강사는 이 영상들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 방식, 영화의 편집 방식, 주제 의식, 관점 등 다양한 영화적 지식을 전달하고자 했다. 만일 전달 방식이 단순한 설명이었다면 ‘주제 의식’, ‘편집 기법’, ‘효과음’, ‘전개 방식’과 같은 어려운 단어 일색인 문장 속에 아이들이 졸린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편집과 시점 처리를 달리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그런 차이가 느껴졌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해지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어, 소리가 안 들리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하던 아이들이 두 번째 클립을 보며 “아, 둘이 다투는 거구나.”, “이러니까 좀 알겠네.”하고는 세 번째 클립에서는 “아! 이렇게 되는 거구나!”하며 감탄사들을 점점 늘려갔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단계 하나를 딛고 섰다.

 

서반석 강사의 사진 수업 진행 단계
서반석 강사의 사진 수업 진행 단계

 

“저는 7년 째 이 지역에서 영화 강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심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면 더 좋은 경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외곽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사로서 더 큰 보람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아이들도 도심 아이들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거든요.” 촬영 장비가 다양하지도, 진행비가 넉넉하지도 않은 현실이지만, 자비를 들여서라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서반석 강사. 그런 그에게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모습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서반석 강사

 

교실 안의 아이들이 “아!”,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창문 밖에는 굵은 빗줄기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요란한 이날의 하늘이 아이들의 영화에서 기막힌 효과로 쓰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서반석 예술강사의 수업 노트

 

글_ 최민영
사진_ 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