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은 이상異常한 글을 쓰고 이상異相하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이상異象하게도 여전히 예술가들에게 이상理想적인 존재다. 여기, 또 하나의 이상한 공간이 있다.
경복궁 서쪽, 통인동 154-10번지 ‘이상의 집’은 그가 살았던 집 ‘터’의 일부.
한옥의 틀만 남기고 내부 공간을 개조한 이곳은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아름지기 재단이 공동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아름지기 재단은 문화유산이 현대인의 삶에 고루 베일 수 있도록 탐구하는 곳이다. 이상의 집 또한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이상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방.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자 이상의 책, 사진, 필체, 흔적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것이다. 아름지기는 기억의 형식을 새롭게 모색했다. 문학, 영화, 미술, 건축, 음악을 이상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풀어 놓고 있다. 이상의 안부를 예술적 태도로 묻는 것이다. 얼핏, 상기(remind) 혹은 헌사(tribute)로 오인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것과는 다르다.
2011년 <이상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2012년 <통인동, 이상, 제비다방, 꽃다운 만남>, <오감재즈>, <한때즉흥>, <2000년대 도로를 질주하는 이상의 아해들> 이라는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모였고 소통했다. 지난 4월 17일 이상의 기일 공연은 더욱 특별했다. 공연 기획팀인 ‘Foyer Productions’의 ‘Wings’,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과 사운드 예술가인 권병준이 ‘팽이시제2호시제3호로도는’라는 주제로 이색적인 무대를 펼쳤다. 구경꾼은 다양했다. 동네주민, 지나가던 사람, 알음알음 찾아온 관객들. 예술가들의 폐쇄적인 모임이 아닌, 동네 볼거리가 되었다.
이상의 집은 애도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상이라는 존재에 다시 숨을 불어 넣는 일을 도모하는 곳이다. 6월 28일에는 <이상 이전과 이상 이후의 한국>, 10월 25일에는 <짝퉁 근대의 살해자, 이상 그의 삶과 예술>의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만약 이상의 집 간판만 보고 박물관 수준의 흔적을 기대했다면 실망하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곳은 비어있으므로 채워지는 공간이다. 시대를 앞서갔던 예술가의 공기를 담보로 현재진행형의 문화예술을 시도하는 곳이다. 시도는 누구나 가능하다. 다른 것은 옳은 것이므로.
‘이상의 집’
근대문학가 이상(李箱•1910~1937)의 집 터의 일부. 2009년부터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운영•관리를 맡은 이곳은 이상과 관련된 강의•공연•낭독회 등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주민들과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이상의 집 연간 문학 행사 일정
6월 28일_ 이상 이전과 이상 이후의 한국시 (함돈균,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10월 25일_ 짝퉁 근대의 살해자, 이상, 그의 삶과 예술 (김민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11월 22일_ ‘나’를 둘러싼 모험 – 이상 문학의 매혹적인 현재성 (신형철,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참가비_ 무료
글_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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