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다닐 때마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일상과 마주하고 있을까요? 이제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소홀히 하는 주변 경관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는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스로 소소한 일상과 문화를 만나는 <thinking bus>프로젝트와 버스를 타고 여행하며 창밖의 건축을 이야기하는 <파노라마>입니다. 오늘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버스와 일상을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thinking bus>의 이혜림님, 이예연님과 <파노라마>의 이창원님에게 들어보려고 합니다.
독립잡지 (좌)Thinking Bus와 (우)파노라마
Q.<thinking bus>와 <파노라마>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thinking bus: 저희 Thinking Bus 팀은 이혜림, 이예연, 이수진, 정예온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대학생들입니다. 혜림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나머지는 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요.
처음 Thinking Bus를 만든 건 저(혜림)와 예연이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타는 교통수단이 버스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다 핸드폰만 보고 있고, 어딘가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버스를 주제로 하면 분명 버스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도 많이 있을 테고, 무엇보다 서울의 4색 버스가 런던의 2층 버스만큼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노라마: 저희는 버스를 타고 창밖에 보이는 건축물을 이야기하는 잡지 <매거진 파노라마>를 발행하는 팀 파노라마에요. 건축에 관심 있는 7명이 모여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쉬운 건축잡지를 만들어 보자라는 목표로 연 2회 매거진 파노라마를 발행하고 있어요.
독립잡지 (좌)Thinking Bus와 (우)파노라마
Q.‘버스’가 좋아 모인건지, ‘독립잡지’가 좋아 모인건지 궁금해요!
thinking bus: 처음 시작을 떠올리면 조금 웃기지만, 저희는 ‘무가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주제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을 하다가 버스를 타고 다니고, 지하철보단 버스가 좋다는 점과 지금까지 교통수단에 관련된 콘텐츠는 없었던 것 같아서 기획을 하기 시작했지요.
파노라마: 일단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건축잡지를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리고 독립출판이라는 경로를 통해 발간을 하게 되었고요. 하나를 고르자면 버스 쪽일 것 같아요.
Q. 왜 하필 ‘버스’인가요?
thinking bus: 위에도 언급했지만, 대학생인 우리가 등․하교를 할 때나 약속이 있을 때 주로 타는 대중교통 수단이 지하철 아니면 버스인데요, 그 중에서도 저희는 버스를 더 좋아합니다. 지하철을 타려면 출입구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서인 것도 있지만, 지하철은 아무래도 바깥을 볼 수가 없어 무미건조한 느낌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버스를 타면 도시와 날씨, 풍경들을 보면서 여행하는 기분을 낼 수 있죠. 또 지하철의 경우 다닥다닥 옆에 사람이 붙어 앉고, 무엇보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에 비해 버스는 1인 짜리 좌석도 많고 앞을 보며 달린다는 점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래서 저희가 택한 게 버스인 것이지요.
파노라마: 언제나, 누구나 탈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또 건축물뿐만 아니라 동네를 보거나 창밖의 또는 버스 안의 사람들, 그날의 하늘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지하철과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금까지 다룬 간선버스는 서울 시내 큰길을 지나는 버스들이에요.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도 실제로 건축물을 답사하러 가는 일은 굉장히 힘든데, 버스를 타면서 길 양옆에 보이는 건물들만 다뤄도 할 수 있는 이이야기가 되게 많더라고요. 또 건축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들도 버스를 타는 동안에도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고요. 여러 측면에서 건축물을 즐기는데 굉장히 좋은 매체인 것 같아요.
Q.주제가 되는 버스 노선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또, 떠오른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구체화 시켜나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thinking bus: 2004년 이후로 버스체제가 완전히 개편이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생긴 체제는 ‘4가지 색으로 버스의 유형이 분리된다는 점’, ‘권역에 따라 버스의 노선이 정해지고, 노선번호가 만들어진 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주로 학교를 올 때 타게 되는 버스를 소재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시작했어요. 노선의 형태를 착안하여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110AB번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입니다. 노선의 모양이 동그란데 시계방향, 반시계 방향에 따라 A번과 B번으로 나뉘는 것입니다. 그때는 그래서 주제를 ‘시간’으로 했었습니다. 마침 그 때가 새해 새달이었거든요.) , 그 버스 노선이 가는 곳들의 공통점이나 묶을만한 주제를 찾아서 이야기를 꾸리기도 하지요. 혹은 역으로 어떤 주제에 맞추어 버스 노선을 찾기도 합니다.(143번의 경우는 서울의 지역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로 콘텐츠를 기획했는데, 143번 노선이 서울을 소재로 하는 노래들에 나오는 지역을 가장 많이 지나서 주제로 선정하게 된 경우입니다.)
파노라마: 버스 노선은 첫 회의에서 정해요. 각자 진행 하고 싶은 노선을 가져와서 그 노선에 있는 건축물이나 노선이 지나가는 동네에 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개중 팀원들이 동의하는 노선으로 정해요. 두 번째 회의에는 직접 그 노선을 타 봐요.
Q. 버스라는 주제를 통한 일상의 재발견을 독립잡지 등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데, 단순히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으로 그치지 않고 출판까지 이르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왼쪽부터 Thinking Bus팀의 이혜림, 이예연, 이수진, 정예온.
thinking bus: 저(혜림)와 예연은 전공을 막론하고 편집물을 좋아합니다. 편집물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전자책이 등장한 이후로 종이책은 저물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전자책이 등장한 이후로도 큰 변화 없는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죠. 전자시대에 걸맞게 블로그나 스마트폰과 같은 것들을 이용하다보니 편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져지는 ‘물성’이라는 것의 느낌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어요. 어쩌면 저희가 온라인을 통해서만 버스여행을 소개했더라면 <thinking bus>가 그렇게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을 거에요. 그런 측면에서 저희는 처음부터 출판물로서의 <thinking bus>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노라마: 웹이라는 매체가 현대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지만, 그래도 우리 손으로 넘겨보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으로 보면 내용도 더 찬찬히 읽는 것 같고 또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주는 즐거움도 있어서 책으로 내기로 했어요.
Q.독자는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thinking bus: 독립출판물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남녀노소 누구나’가 아닌 ‘디자인 전공자’이거나 ‘출판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독자층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thinking bus>는 주제가 ‘서울 버스’이다보니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독자인 셈이죠.
파노라마: 건축 잡지다 보니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사 보고 있어요. 건축에 관심 있는 비전공자가 읽었으면 해서 만든 잡지인데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페이스북 메시지나 트위터로 가끔 잘 읽고 있다,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선 고맙다. 같은 말을 들을 때 뿌듯해요.
Q.<thinking bus>팀과 <파노라마>팀의 공저 <더 버스>가 있는데요, 두 팀의 콜라보레이션이 흥미롭습니다. 서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thinking bus: <thinking bus> 창간호를 발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파노라마>의 발행인에게서 연락이 와서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자주 만나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지요. 지콜론북에서 처음 저희에게 출간제의를 해주셨는데 그 때 저희의 콘텐츠 양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이야기의 폭도 넓힐 겸 파노라마를 만드는 창원씨와 함께 작업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건축을 하는 창원씨와 디자인과 회화를 전공하는 저희 셋이 모여 예술의 큰 꼭지 세 개를 버스와 함께 소개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Q.공동작업 해보니 어떠셨나요?
thinking bus: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동작업을 한다고 하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싸우거나 의견충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하지만 시작 전에 어떻게 조율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가지고 진행을 해 와서 그런지 싸우는 일도 없고 의견이 달라도 대화로 조율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혼자 하는 작업보다 공동작업이 더 좋고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시너지효과’도 나고요.
파노라마: 버스라는 같은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관점이 되게 달라서 신기했어요. 각각 건축, 디자인, 문화 관점으로 바라봤는데 같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앞으로의 꿈, 혹은 계획을 알려주세요.
thinking bus: <thinking bus>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반하지 않도록 더 멋지게 성장해서, 더 좋은 작업물들을 선보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파노라마: 버스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생각버스팀의 디자인 분야나 파노라마의 건축 분야를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쉽고 편한 건축 책이나 잡지들이 좀 더 나왔으면 하고 생각해요.
일상을 마주대하면서 생겨나는 궁금증, 그리고 그 궁금증을 넘어 나의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나의 일상을 사로잡은 주제를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서로 소통하면서 나오는 또 다른 시각들이 우리의 일상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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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킹버스와 파노라마. 두 분 작업 너무 좋아요. 더 즐거운 방법으로 좋은 콘텐츠 만드실 수 있도록 응원할께요~!
저도 버스를 좋아해서 thinking bus를 꼭 보고 싶네요!^^
지하철이 아직 없는 창원에서 학창시절 버스를 타고 여행을 많이 다녔던거 같아요
졸다보면 종점에 가있고 ㅎㅎ(순환 버스가 없어서)
지금은 서울에서 출퇴근할 때 버스를 타는데 ㅎ 여행느낌보다는 쪽잠을 자기 바쁜거 같네요 ㅎ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