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어 수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최근에는 다른 문화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언어교육에 문화예술교육을 더해 구성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Cahuenga (코헹가)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통해서 언어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언어교육 프로그램의 모습을 함께 살펴볼까요?

 


이중언어 프로그램 5학년 학급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다른 학급 친구들을 윷놀이에 초청하여 함께 즐겼다

 

9월 19일 한국시간으로는 추석. 초등학교에서 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프로그램) 이 운영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Cahuenga (코헹가)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의 전통명절인 추석을 기념하는 학교 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송편, 김밥을 함께 먹고 전통놀이인 윷놀이도 즐겼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통해서 아이들은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미국 교육정책의 방향은 Melting Pot 이 아닌 Salad Bowl

 

미국에서20년이 넘게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5학년 담당 김정순 교사는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어떤 미국 교육정책의 흐름 안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셨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처음엔 ‘Melting Pot’의 개념에 따라 미국에 왔으면 무조건 영어를 배우고 미국문화에 녹아 들어야 한다는 교육정책을 실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민자들이 자신의 뿌리를 버리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뀌게 된 교육정책 방향이 ‘Salad Bowl’ 개념이다. 샐러드에서 다양한 야채들과 재료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식이 되는 것처럼,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면서 커다란 연방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인들은 영어만 할 수 있어도 사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외국어를 잘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Kindergarten) 외국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문화를 함께 배워나가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중언어 프로그램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두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이민자들로 하여금 영어와 자신의 뿌리 언어를 함께 익힐 수 있도록 하며, 또 하나는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이수하였을 경우 영어, 외국어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언어와 문화는 서로 필수불가결한 관계

 

김성순 교사는 어떤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 언어공부의 절반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언어를 가르칠 때 글자와 책만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노래와 미술과 같은 예술활동이나 놀이 없이는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전했다.

 


‘동서남북’ 공부와 병행하여 이루어지는 ‘동서남북’ 종이접기, 놀이, 2학년 수업

 

이중언어 프로그램에서의 이상적인 학생들의 구성원은 50퍼센트의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 50퍼센트의 다른 문화권의 미국인 (non-korean) 이라고 한다. 언어를 배울 때는 타켓 언어의 문화와 사람들을 함께 노출시켜야 하는데, 한국계 미국인 그룹과 함께 한국 문화를 즐기고 노는 것이 언어습득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타문화권의 학생들이 Playdate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부모끼리 정한 약속)에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으면 집안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문화를 배우게 되고, 추석과 같은 cultural day에는 한복은 입고 송편을 먹고 함께 윷놀이를 하며 놀면서 한국문화와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다.

 

학년에 맞는 체계적인 수업 진행

 


추석날 한복을 입은 이중언어 프로그램 2학년 학생들

 

학생들이 한글의 소리와 글자, 단어, 문장에서의 쓰임에 대하여 익힌 후 학년별로 인지발달에 맞게 기획된 문화예술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이 진행된다. 예들 들어 추석에 하는 문화활동으로 1학년, 2학년은 한국음식인 김밥과 전을 직접 만들어서 시식하고, 기존의 민화 도안을 활용하여 수묵채색화를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3학년, 4학년들은 예절 교육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해보았다. 5학년은 3,4학년 후배들의 교실에 찾아가 추석의 의미와 전통놀이인 윷놀이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다른 5학년 학급들의 아이들을 초청하여 리더가 되어 윷놀이 룰을 가르쳐주고 함께 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추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 후에 추석에 대한 텍스트를 읽고 공부하며, 마지막으로 추석에 경험한 일에 대한 ‘글쓰기’를 한다.

 

문화를 통해 하나되는 커뮤니티

 


한글날을 기념하며 이루어지는 서예수업

 

코헹가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에 의해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이중언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체 기획된 프로그램에 의해 동요, 사물놀이, 태권도 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치원 (Kindergarten), 1, 2, 3학년때까지는 동요수업을 진행하고, 4,5학년때는 사물놀이, 탈춤, 부채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권도 수업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이루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한국문화원의 지원으로 이 학교 언어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부모 세대에서도 한국인 커뮤니티와 타문화권 커뮤니티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과 문화•언어 교육이 만나 문화적 이해를 높이는 시도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도 2007년부터 한국문화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결합한 해외 한국문화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행해 왔다. 해외 거주 한국인(재외동포) 및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2007, 2008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고려인 대상)및 카자흐스탄, 2009년 베트남 호치민시, 2011년 북경, 런던, 파리, 뉴욕, 시드니, LA, 2012년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체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 해외리포터: 안목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