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을 통해서 사회와 소통하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갑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예술가들이 사람들과 교류하며 어떻게 경제적으로 자립해 나가게 할 것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고자 다양한 예술협동조합들이 활성화 되어왔습니다. 공동 아틀리에, 벽화예술 활동 그리고 예술가 창업 지원까지 예술가로서의 전문적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경제적 자립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고 있는 프랑스의 다양한 예술협동조합을 소개합니다.

 

 

국내외 안팎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2년은 UN이 지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였고,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어 다양한 영역의 소규모 생산자와 소비자가 경제 및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분야에서는 협동조합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프랑스에는 국가로부터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동 아틀리에나 공동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협회(assocoation)의 성격을 띤 곳이 많다. 나아가 예술인들의 공통된 관심사, 혹은 같은 노선을 추구하는 이들이 힘을 합해 만들어나가는 공동체 개념의 협동조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1990년대 중반 후에 처음 등장하여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공동 아틀리에 개념을 살린 예술협회들

 


라 퐁드리 아틀리에

유럽에서는 쇠락한 도시의 유휴공간이 예술적 감성과 결합하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 중 흔한 예가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의 작업실로 조성되는 경우이다. 파리 근교인 퐁트네수부와(Fontenay sous Bois)에 있는 ‘라퐁드리(La Fonderie : 주물공장’이라는 뜻)’는 동명의 예술가협회가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작업하는 아틀리에이다. 파리에 사는 예술가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작업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데, 파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공간 사용 임대료가 저렴해 경제적 부담이 적다. 파리시에서 예술가들에게 제공하는 아틀리에의 경우 1평방 미터 당 10유로 선인데 비해, 라퐁드리는 6,5~7유로 정도로 파리보다 저렴하다. 예전 알루미늄 주물공장이었던 이 공간을 리노베이션하는데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고, 2800m2의 대지에 1640m2의 개조된 건축물이 공동작업장으로 쓰이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라퐁드리의 멤버는 30여명. 한국여성작가 2명을 포함해 총 25개의 작업공간에 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그래픽디자이너, 화가, 판화가, 조각가, 도예가, 사진가, 비디오아티스트와 같은 조형예술작가들이 주를 이루고, 가구세공인과 철공예전문인 같은 장인도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거의 전업작가들이지만, 예술작업을 겸하는 고등학교 선생님도 있다. 회원들은 지역주민과 친구들을 초대해 콘서트, 작업실공개, 간단한 만찬과 함께 파티를 열기도 한다. 각자의 아틀리에를 제외하고는 정원, 화장실, 식당, 샤워장을 공유한다.

 

벽화노동자협동조합 ‘씨테크레아시옹(CitéCréation)’

 

프랑스는 일찍부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을 장려해왔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예가 바로 벽화예술이다. 1979년 결성된 씨떼크레아시옹(CitéCréation)은 리옹(Lyon)의 울랭(Oullins)지역에서 시작되어 벽화창작을 주요활동으로 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이다. 처음에는 협회로 출발했지만 1986년 협동조합으로 재탄생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초기에는 예술가 위주로 구성되었다가 점차 회계와 행정을 담당하는 조합원이 추가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경우다. 예술가이자 조합원인 이들은 공공과 민간부문의 발주를 통해 수익구조를 갖는다. 벽화 제작수익금과 조합원의 출자가 자금원이 된다.

 


씨테크레아시옹이 작업한 벽화

 

이들의 활동은 리옹에 밀집되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와 유럽뿐 아니라 예루살렘, 멕시코, 모스코바, 퀘백, 요코하마 등 전세계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으며 580점이 넘는 벽화를 작업했다. 1986년 리옹에 그려진 최초의 벽화<르뮈르데카뉘(Le mur des Canuts)>는 이들의 가장 주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벽화로서 1200m2가 넘고,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손상된 부분을 복원했다. 보통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묘사화로 주로 작업하며, 주변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작품을 창작한다.

 

창업협동조합(coopérative d’activité et d’emploi, CAE) ‘아르텅헤엘(Artenréel)’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에 기반을 둔 아르텅헤엘(Artenréel)은 문화예술관련직종의 창업 및 고용을 지원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예술가의 경제적 자립에 기여한다. 파리에 있는’클라라(CLARA : Cooperative de liaisons des activités et des ressources artistiques)’와 함께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하는 창업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다. 아르텅헤엘이라는 명칭은 예술(art), 시간(temps), 현실(réel)을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고급예술의 영역에 있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반대하고 현실적 예술을 표방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예술가가 아티스트인 동시에 급여생활자로 자립하기 위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년 8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아티스트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여 프로젝트에 대한 개략을 설명하고, 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어서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최소 3개의 예술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진단하고, 예술과 상업간, 개인과 조합간의 적합성을 판단, 선정된 예술가와 협약을 맺어 최소 3개월 이상의 프로젝트협력자로써 지원하게 된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취약할 수 있는 회계와 재정관리, 행정관련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티스트들은 처음에는 급여예술가로, 2년 후에는 창업이나 취업을 통해 사회로 나가거나 협동조합 내부의 조합원 형태로 조합에 남게 된다. 공동창립자이자 재정담당을 맡고 있는 조엘베일레(Joël Beyler)는 ‘예술가들의 수입 일부와 유럽연합, 지방 정부 등의 기금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아르텅헤엘이 기업가와 그 조직들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고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재분배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 극작가, 무용가, 음악가, 배우, 미술치료사, 도자공예가, 섬유예술가, 보석 세공사, 디자이너, 그래피스트, 벽화가, 사진가 등 모든 분야의 예술에 열려있다.

 

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을 통해서 사회와 소통한다. 예술가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 속에서 어떻게 교류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해 나가느냐 하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문화예술협동조합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은 작가로 살기 위한 기술적 능력을 키우고, 경제적 자립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된다. 그들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과 예술가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만들고 지역의 문화를 형성하며 사회를 치유한다. 이러한 활동과 지원은 모두 예술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순수한 확신에서 온 것이다.

 

-해외리포터: 서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