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안내하는 행복한 문화동반자 CEMEA

바캉스의 어원은 텅 빈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 vacatio(바카시오)에서 왔습니다.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비워내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인 바캉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바캉스를 단지 휴식으로써의 시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무언가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예술교육기관, 박물관이나 문화 공간, 국제 혹은 지역 축제들 및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력관계를 이루어 시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 CEMEA에 대해 알아볼까요?

 

 

비움과 채움의 바캉스

 

프랑스 직장인은 연간 약 5주간의 유급 바캉스를 보내고, 학생들은 7-8월의 여름 바캉스와 성탄절 바캉스, 2월의 스키바캉스 외에도 성모승천일, 부활절, 종전 기념일 등의 연휴를 보낸다. 그래서 일까? 프랑스의 여름에는 크고 작은 마을축제는 물론 세계적인 축제들이 펼쳐져 프랑스는 자국민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찾는 국가가 되었다.
바캉스의 어원은 텅 빈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 vacatio(바카시오)에서 왔다. 일상 속에서 쌓여 온 스트레스를 비워내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바캉스와 잦은 연휴를 항상 가족 혹은 친척들과 함께 보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충분한 여가시간이 오히려 사회경제적 여건에 의한 불평등을 초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와 교육기관 등에서 모두에게 공평한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화두로 삼는다. 비움으로 시작하여 채움으로 마무리 하는 알찬 바캉스를 위해 학교들마다 자체적으로 여행을 기획하거나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빈틈들을 메워주는 문화동반자 CEMEA(쎄메아)가 있어 단지 학생들 뿐 아니라 문화예술로 풍성한 바캉스를 보내고 싶어 하는 어른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문화동반자 CEMEA

 

‘Les CEMEA’, Centre d’Entrainement aux Méthodes d’Educaions Acives (상트르 당트렌느망 오 메또드 데뒤까시옹 작티브)는 활동적 교육 방법 훈련센터로 다소 딱딱하게 직역된다. 이 국립센터는 1937년에 ‘새로운 교육’을 목적으로 창설된 단체로 모두를 위한 교육을 모토로 삼고 있다. CEMEA오베르뉴(Aubergne) 지역의 코디네이터 이자벨 와뗀느(Isabelle WATTENNE)씨는 이미 약 80년이 된 ‘새로운 교육’의 의미가 과거의 교육 이념과 반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이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현실에 긴밀히 연결되어 실질적 행동을 야기하는 것이라 한다. 때문에 CEMEA 교육활동의 중요한 세 가지는 예술창작, 과학적 진보, 그리고 사회적 참여이다.

 

CEMEA는 전국 조직으로 알자스(Alsace), 브르따뉴(Bretagne), 일드프랑스(Ile de France), 오베르뉴(적 Auvergne)등 프랑스 내 21개 지역 외 리뉴니온(la Réunion), 폴리네시아(Polynésie) 등 프랑스령의 섬들까지 총 28개의 CEMEA가 있다. 문화통신부, 교육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지만 대체적으로 독립적인 재정으로 활동을 꾸려간다. 보통 직원은 대표 1인과 행정담당, 그리고 기획자가 있다. 전국적으로 총 200여명의 직원이 있고 현직교사 등으로 구성된 밀리땅(militant,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바로 CEMEA를 이끄는 사람들이다.

 

CEMEA의 주요활동과 밀리땅(Militant)

 

각 지역 CEMEA들은 연중 지역의 문화예술교육기관, 박물관이나 문화 공간, 국제 혹은 지역 축제들 및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력관계를 이루어 시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스포츠, 과학, 건강보건 등에 대한 교육활동도 펼친다. 그 중에서 여가시간과 바캉스 기간을 알차게 보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어 줄 동반자들을 양성해 내는 것이 CEMEA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이 동반자들을 밀리땅(Militant, 즉 활동가)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오리악국제거리극축제, 아비뇽국제연극제, 아를르(Arles)의 사진전과 시인들의 봄, 비아리츠(Biarritz)와 몽펠리에(Montpellier)의 무용제, 음악축제인 부르쥬의 봄(Printemps de Bourges)등에서 예술가들과의 만남 및 실습수업 등을 기획하여 축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자가 된다.

 

 

아비뇽 축제에서 8년, 오리악축제에서 10년을 밀리땅(militant, 활동가)으로 참여해 온 현직 초등학교 교사 Michèle LERCHE (미셸 레흐쉬)씨는 고등학교 시절 CEMEA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학생으로 참여했었고 교사가 된 후 지속적으로 축제의 CEMEA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 그녀는 CEMEA에서 청소년과 성인들을 이끄는 밀리땅이다.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그림이나 몸짓, 혹은 글쓰기나 오브제 등을 활용해 공연을 본 소감을 나누고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축제의 안내자가 된다. 그녀는 이러한 CEMEA 활동으로 느끼는 열정이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 오랜 기간 보수 없이 CEMEA의 밀리땅으로 있다고 한다.

 

CEMEA 밀리땅(Militant,활동가)의 조건

 

CEMEA의 활동가가 되기 위한 특별한 시험이나 선발과정은 없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엄연히 자원봉사자들과 구분되며, 주로 미셀 레흐쉬씨와 같은 현직 혹은 퇴직 교사들이 많다. 스스로 활동가가 되기 위해 찾아와 CEMEA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하고 활동가가 되기도 하지만 평소 CEMEA의 자원봉사자 혹은 지역의 이웃들 중 활동가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CEMEA에서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 CEMEA 활동가는 사람들이 단순히 문화의 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협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길을 찾는 안내자들이다. 그래서 CEMEA 활동가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문화라는 것이 만남을 이끌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 즉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다. 이런 가치와 신념을 가진 활동가들은 직접 교육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거나 제안함으로써 실질적으로 CEMEA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Aurillac 국제거리극축제에서 만난 CEMEA

 

지난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인구 약 2만 8천명의 작은 도시 오리악(Aurillac)에서 제 28회 국제거리극축제가 펼쳐졌다. 단 4일 간의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약 10만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고 500여개의 극단이 120여개의 공연장에서 매 시간마다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거리극축제인만큼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 공연장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무경계의 자유로운 매력 때문에 오리악거리극축제는 전 세계 거리예술가들에게도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분’마다 조정되어 있는 공연스케줄을 보면서 수많은 공연 중 어떤 공연을 봐야할지 몰라 허둥지둥 지도를 쫒아 다니기만 하다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일정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너무 다양한 공연 때문에 축제관계자들은 직접 CEMEA를 찾아 관객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교육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최초로 CEMEA에 축제 안내를 요구한 사람은 아비뇽 연극제의 창시자 Jean Vilar(장 빌라)였다.) 이에 CEMEA는 오리악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Jean Monnet(장 모네) 고등학교를 대여하고 관객들이 축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현재 Jean Monnet(장 모네) 고등학교는 물론 시내에서 걸어서 40여분 거리에 위치한 Raymond Cortat(레이몽 꼬르따)고등학교도 대여하여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고 근처까지 축제셔틀버스가 운영된다.

 


사진: (좌)‘관객들이 제안하는 공연’ 게시판 (우)‘당신에게 거리극이란?’ 게시판

 

축제기간 동안 CEMEA는 바캉스 동안 비어있는 학교 기숙사를 대여한 뒤 축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다시 대여해 준다. 하루 숙박비가 아침식사를 포함하여 성인 1인당 28유로 정도이지만 학교 등에서 단체로 오면 훨씬 저렴하다. 이런 방식은 축제 기간의 숙박 난 해소 뿐 아니라 CEMEA가 기획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CEMEA가 함께 볼 공연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곳곳에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어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연을 추천할 수 있다. CEMEA의 기숙사 투숙객은 단체로 온 학생들, 가족과 개인단위의 관객들, 그리고 공연을 하러 온 배우나 저널리스트 등 이다. 모두 festivaliers(페스티발리에, 즉,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CEMEA는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서 같은 기숙사에 투숙하는 공연단의 특별공연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축제를 즐기는 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CEMEA라는 축제를 안내하는 훌륭한 동반자가 있다.

 

 

CEMEA는 스스로를 문화동반자, 즉 Accompagnemet culturel (아꼼빠뉴망 뀔뛰렐)이라고 부른다. 동반자는 함께 길을 가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교육이 단지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함께 길을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배운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이 ‘동반자’라는 말처럼 CEMEA는 문화예술을 함께 누리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인 것이다.

 

해외리포터 l 최엄윤

9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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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2013년 09월 27일 at 2:44 AM

    바캉스라하면 보통 편안한 마음으로 훌훌 털어버리는 비움을 생각하는데 반대로 채움을 말하니 새롭네요. 무언가 배우며 성장한다라… 배운다라고 하니 학교 공부가 생각나면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바캉스를 통해 딱딱한 공부가 아닌 자유로운 공부를 하게되고 이가 관광효과까지 불러일으킬수 있다라…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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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서 2013년 09월 28일 at 9:12 AM

    한번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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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쌉쌀 2013년 09월 28일 at 2:04 PM

    멋진 축제문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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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야 2013년 09월 29일 at 11:03 AM

    한번 가보면 좋겠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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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마ㅑ너 2013년 09월 29일 at 5:28 PM

    재미잇겟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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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iyan86 2013년 09월 29일 at 11:38 PM

    가고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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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경 2013년 09월 30일 at 12:54 AM

    친구들이랑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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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미남 2013년 09월 30일 at 9:50 AM

    바캉스는 꼭 여름에 해변이나 계곡으로 놀러 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프랑스는 그렇지않군요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축제까지 한다니 참 멋진것 같아요
    아 ~~나도 이제 휴가때는 어느 지역 축제에 참여한다던지해서 문화와 예술을 즐겨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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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nda 2013년 10월 01일 at 4:37 AM

    무엇이든 단어의 어원에서부터 쓰임의 유래를 밝혀가다보면 새삼 새롭게 깨닫고 알아가는 것들이 참 많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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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2013년 09월 27일 at 2:44 AM

    바캉스라하면 보통 편안한 마음으로 훌훌 털어버리는 비움을 생각하는데 반대로 채움을 말하니 새롭네요. 무언가 배우며 성장한다라… 배운다라고 하니 학교 공부가 생각나면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바캉스를 통해 딱딱한 공부가 아닌 자유로운 공부를 하게되고 이가 관광효과까지 불러일으킬수 있다라…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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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서 2013년 09월 28일 at 9:12 AM

    한번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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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쌉쌀 2013년 09월 28일 at 2:04 PM

    멋진 축제문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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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야 2013년 09월 29일 at 11:03 AM

    한번 가보면 좋겠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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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마ㅑ너 2013년 09월 29일 at 5:28 PM

    재미잇겟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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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iyan86 2013년 09월 29일 at 11:38 PM

    가고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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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경 2013년 09월 30일 at 12:54 AM

    친구들이랑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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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미남 2013년 09월 30일 at 9:50 AM

    바캉스는 꼭 여름에 해변이나 계곡으로 놀러 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프랑스는 그렇지않군요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축제까지 한다니 참 멋진것 같아요
    아 ~~나도 이제 휴가때는 어느 지역 축제에 참여한다던지해서 문화와 예술을 즐겨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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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nda 2013년 10월 01일 at 4:37 AM

    무엇이든 단어의 어원에서부터 쓰임의 유래를 밝혀가다보면 새삼 새롭게 깨닫고 알아가는 것들이 참 많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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