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나듦의 자리에 꿈처럼 함께 깃듦

예술로 365길㉒ 공간 듬

공간 듬
장소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승로69번길 22
시간
수~일 13:00~19:00

번호
032-259-1311
링크
홈페이지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 주택가에 있는 ‘공간 듬’은 작가를 지원하려는 신미선 대표의 마음에서 출발해 2014년 12월에 개관한 비영리 전시 공간이다. 전시, 창작, 공동체 문화, 예술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제일슈퍼’를 사이에 두고 7평 남짓한 전시장 ‘공간 듬’과 같은 크기의 작업실 겸 사무실 ‘꿈에 들어와’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 앞으로는 2015년 노화된 열아홉 집이 해체되며 만들어진 ‘주안7동 녹색마을 쉼터’의 우거진 나무와 상자 텃밭 식물들이 계절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 듬’ 작가와의 만남(2025)
골목을 오가며 공간을 넘나들며
동네 어른들은 항상 제일슈퍼 앞에 앉아 덥다 춥다 얘기하시며 오고 가는 우리를 반겨 주신다. 전시나 프로그램보다는 오고 가는 방문객과 전시 작가들, 활동하는 우리에게 관심을 두고 참견하신다.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을 때의 경계심과 텃세는 희미해지고 서로 걱정하고 반가워하며 동네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어도 동네 어른들에게 전시장은 아직 문턱이 높고 여전히 큰마음을 먹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나도 역시 동네 어른들과의 수다에는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긴 얘기를 다 주고받지 못하고 짧은 인사만 나눈 채 바쁘다며 후다닥 걸음을 옮기고, 작업실 문을 닫기 일쑤다. 2021년부터 3년간 60세부터 80세를 넘긴 어른 8명과 만나며 얘기하고 작업하고 공원에서 전시도 하며 2023년 졸업을 합의했다. 동네 어른들이 지켜보았다.
공간 듬은 전시와 행사, 모임 일정이 있는 시간에만 공식 오픈하고 있다. 언제든 열려있는 공간이 아니다. 우연히 발견하기에는 작고 평범해 지나치기 쉽고, 일정을 엮어 볼 이웃 전시 공간이 마땅치 않아 순수하게 전시 하나를 보러 공간 듬에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좁은 골목엔 주차 공간도 없어 오며 가며 차로 들르기에 쉬운 곳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행사들이 진행되고 이야기가 쌓여가며, 많지 않지만 사람들이 넘나들고 있다. 공간 듬의 ‘듬’은 ‘넘나듦’에서 발생했다. 전시 기획에 관객의 참여 방식과 작가와의 대화,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문턱을 넘어 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공간 듬은 현재 대표와 감사 한 명을 두고, 성격과 취향이 다른 3명의 작가가 1~2년씩 돌아가며 운영하고 있고, 해마다 전반적인 운영을 맡은 작가의 고민과 상황,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방향성에 따라 공간 사용의 형태와 내용이 바뀐다. 신진 작가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문화예술 공간과의 연대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2025년 5월부터 8월까지 레지던시가 실험적으로 운영되었다. 대체로 공간 듬은 프로젝트 전시, 공연, 대관, 작업 공간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상황이나 주제로 연속성을 갖는 프로젝트 전시 형태를 좋아한다. 내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2017년에는 수면 중 꾸는 꿈을 기록하는 작가들의 릴레이 전시와 꿈을 닮은 영화를 연동한 <꿈.판>으로 채웠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소리 베이스 작가와 시각 작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 가는 <짓거리[짇ː꺼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시 《차가율_도시발굴-삶의 고고학》(2014)
공간 듬의 기존 건물 바닥을 해체하여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것들을 꺼내어 기록
‘꿈에 들어와 함께 놀아요’
공간 듬은 6년간 비어 있던 흙집을 2014년 전시 공간으로 수선하다 흙담이 무너지며 수선 허가가 취소되어 지붕이 없는 구조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공간 듬이 위치한 곳은 1968년 철거 이주민 정착지로, 모든 주택 크기가 10평 이내로 작고 낮고 촘촘하게 건축되었고, 노후화해 오랫동안 주거환경 개선 지구에 속했다. 지붕 없는 집에는 고정된 지붕 대신 천막을 씌웠는데 노후한 천막은 5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2026년, 세 번째로 헌 천막을 걷어내는 상황을 이용해, 공간 듬을 수선할 당시의 스토리와 함께 릴레이 전시 형태의 프로젝트 ‘집’을 진행할 계획이다.
‘꿈에 들어와’는 공간 듬의 작업실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소모임, 작가와의 만남, 작업, 회의, 전시 뒤풀이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장기간의 영화 토론, 책 읽기 소모임 등이 있었고, 염원을 담은 술 담그기 등이 간헐적으로 진행된다. 약속된 요일과 시간 이외에는 대부분 운영위원의 작업, 업무, 회의 공간으로 쓰인다. 2014년 ‘꿈에 들어와’는 공간 듬 수선에 앞서 천정을 털어내고 한옥 구조로 수선했다. 주방 벽은 꿈을 그려 가마에 구워낸 타일을 설치하고, 재봉틀 사용법을 배워 커튼도 만들었다. 테이블에 오일을 바르고 도서관에서 버려진 나무 의자들을 한 달 가까이 리폼하며 오랜 시간 공들였다. 처음 ‘꿈에 들어와’는 자급자족을 기대하며 카페로 1년을 운영하다 온 힘을 쏟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며 작업실로 전향했다. 그러면서 전시와 프로그램 기획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개인 활동과 공간 듬 운영을 분리해 병행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혼자였던 운영위원이 3명이 되는데 10년이 걸렸다. 결국 열린 공간이 되면서 쉼과 거리 두기가 가능해졌다.
2017년 ‘꿈에 들어와, 함께 놀아요.’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중 한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꿈에 들어와’ 공간이 자신이 고등학생 때까지 살던 집이라며, 변화와 인연을 놀라워하며 이런저런 추억을 말해 주었다. 어머니가 살던 집에서 그의 아들이 몇 년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아이는 커서 대학 입시를 앞두고 찾아와 미술 작업이 취미인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에 동네 유치원생 한 명으로 미술 수업을 시작했다. 빅뱅 노래에 춤을 춰주던 그 아기는 잘 자라 중학교 3학년이 된 2025년까지 빠짐없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학생 소년의 참여 의사로 프로그램 모집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으로 확장되었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불균형보다 다름을 알아가며 어울리는 관계 경험을 생각하게 되었다.
  • ‘꿈에 들어와’
  • ‘꿈에 들어와’ 문화예술교육
동네, 텃밭, 산, 바다에서 함께하며
문화예술교육도 전시 기획과 마찬가지로 단기 프로젝트보다 온 계절을 함께 하며 관계 맺는 것을 선호한다. 매해 하나의 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꿈에 들어와, 함께 놀아요>, 2018년 <밭에 철들어요, 산에 철들어요>, 2021년 <[안ː따] 햇볕처럼 안아줘, 바람처럼 안아줘>, 2023년 <담다, 닮다>, 2024년 <밖! 담다, 닮다>, 2025년 <풀 걷다, 콩 날다, 꽃 달리는>. 제목에서 엿보이듯 상대적으로 풍성한 경험이 가능한 밖, 동네, 텃밭, 산, 바다 등의 야외 활동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텃밭 활동은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먹거리와 환경, 순환, 함께 나눔을 생각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준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닮아가고 있음을 아이들과 함께 확인하고 있다. 2024년 11월, 이웃 텃밭 식물보다 덜 자란 우리 텃밭의 무를 향해 달려가며 초등학교 1학년 막내가 외쳤다. “와, 풍년이다.” 아이들로부터 생명에 그저 놀랍고 감사함을, 넉넉한 마음과 즐거움을 배운다.
2025 인천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풀 걷다, 콩 날다, 꽃 달리는>으로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11명과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다. 답을 학습하기에 앞서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을, 익숙한 ‘걸음’을 낯설게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아주 작고 느리더라도 스스로 질문하고 자연스럽게 무엇인가를 깨닫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박 2일, 소풍 등의 휴식과 활동 내용을 가족과 공유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서로에게 보호자, 협력자, 조력자, 질문자가 되어 상호작용을 하며 어울리는 관계를 추구한다.
아마도 나는 아이들을 닮고 싶어서 아이들 만날 기회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항상 무엇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잘 아름다워한다. 잘 놀라워하고 잘 신기해하고 잘 즐거워한다. 그런 태도가 아름답고, 그런 아이들에게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참여자에게도 나에게도 많은 변수가 있어 진행이 삐걱거리고 있지만, 지금의 질문들은 프로그램을 끝마칠 때쯤 아이들이 매번 하는 말처럼 나도 “아! 이제 알겠다.”라고 말하며 다음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무의도 소풍(2025)
최바람
최바람
설치작가, ‘공간 듬’ 운영위원으로 프로젝트 전시와 문화예술교육 등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설치 작업으로 <날개, 싸돌아다니다>(2020~2023), <그>(2023) 등이 있으며 모임 ‘곳,간’에서 활동 중이다.
mercurybaram@naver.com
사진제공_공간 듬
4 Comments
  • author avatar
    이정훈 2025년 10월 14일 at 4:39 PM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의 작은 비영리 전시 공간 ‘공간 듬’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작가와 동네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소중한 문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긴 시간 꾸준히 이어져 온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맺음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앞으로도 ‘공간 듬’이 다양한 시도와 프로젝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길 응원합니다!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10월 16일 at 1:26 PM

    넘나듦의 자리에 꿈처럼 함께 깃듦
    예술로 365길㉒ 공간 듬
    공감합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10월 16일 at 3:22 PM

    넘나듦의 자리에 꿈처럼 함께 깃듦
    예술로 365길㉒ 공간 듬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신병주 2025년 10월 27일 at 5:45 PM

    2년째 꿈다락 문화예술학교에 자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챙겨주시는 작가님 덕분에 아이가 꿈다락에 참여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과 장소를 제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Leave a Reply to 안기현 Cancel reply

4 Comments
  • author avatar
    이정훈 2025년 10월 14일 at 4:39 PM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의 작은 비영리 전시 공간 ‘공간 듬’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작가와 동네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소중한 문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긴 시간 꾸준히 이어져 온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맺음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앞으로도 ‘공간 듬’이 다양한 시도와 프로젝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길 응원합니다!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10월 16일 at 1:26 PM

    넘나듦의 자리에 꿈처럼 함께 깃듦
    예술로 365길㉒ 공간 듬
    공감합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10월 16일 at 3:22 PM

    넘나듦의 자리에 꿈처럼 함께 깃듦
    예술로 365길㉒ 공간 듬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신병주 2025년 10월 27일 at 5:45 PM

    2년째 꿈다락 문화예술학교에 자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챙겨주시는 작가님 덕분에 아이가 꿈다락에 참여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과 장소를 제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Leave a Reply to 안기현 Cancel reply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