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습관처럼 하나, 둘 모았던 나뭇잎, 조약돌, 산열매가

어느덧 차곡차곡 쌓여

한 권의 시집처럼, 한 편의 영화처럼 마음을 흔듭니다.

 

오늘 사소하게 집어 든 나뭇잎도

언젠가 느낄 감동의 한 켠을 메우고 있겠지요?

 

 


지난해 가을부터 방의 구석에는 책으로 쌓인 책 탑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는 방을 오갈 때마다 한번씩 그 책 탑에 눈길을 주곤 했다.

책 탑을 이루는 책은 뒷산에 다녀올 때마다 한 권씩 챙겨가던 책들이다.

 

산을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잎들을 하나씩 책 사이에 눌러오곤 했는데

그것들을 누르려고 쌓은 것이다.

 

어느 밤 문득 자다 깨어나 책 탑을 바라보다가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한 장 한 장씩 넘겨보았다.

 

어느 장에서는 제비꽃의 잎이,

꽃마리의 꽃이,

꿩의다리의 잎이,

아카시의 잎이,

싸리나무의 잎이,

고사리의 잎이,

계수나무의 잎이 …..나타났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잎들의 모습에 얼굴은 서서히 상기되었다.

결국 한밤에 흥분한 나는 커다란 판을 꺼내어 그들을 모아 올려두고 감탄의 밤을 보냈다.

 

땅그지 공작가 님의 블로그 http://dol820.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