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코너샵 이용안내
장소
대전 동구 대전천동로 586-1
시간
개방시간 | 목,금,토 12:00~22:00
번호
010-2950-2703 / seduk@hanmail.net
링크
인스타그램 @hi_corner_shop
셋이서 따로 또 같이 빚어나가는,
올해 4월 5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세 친구들이 작은 공간을 열었다. 각자의 작업을 하며 각자의 코너를 운영하는 코너샵 사장님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20여 년간 기획 일을 한 서은덕은 주변 예술인과 친구들의 작업물을 모아 ‘컬처코너’를 채웠고, 허벌리스트인 강수희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허브티를 마음과 몸의 상태에 맞게 블렌딩 해 ‘허브코너’에 담아냈다. 미국인 아티스트 패트릭 라이든은 소규모 갤러리와 본인이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미술도구를 품은 ‘아트코너’를 맡았다.
사실 코너샵은 문화기획자 서은덕이 2020년 문화예술기획 은퇴를 조용히 선언하고 열었던 식료품 잡화점이다. 상업영역에서의 비전문성이 들통나기 전에 코로나가 닥쳐왔고 10개월간의 오픈 기간을 뒤로 코로나와 함께 닫힌 2년을 보냈다. 깊은 실패감을 안고 슬며시 다시 기획 일을 했고 의뢰받는 일에 ‘을’이 되어 ‘병정’들과 충실히 그 일들을 해결해나갔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해 최종 폐업을 선언하려던 차, 때마침 오랜 친구인 강수희, 패트릭과 인연이 닿아 다시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말로는 쉽지만 현실화하기 어려운 ‘공동’의 ‘작업실’ 겸 ‘카페’(상업공간)로. 실패 후 다시 재기하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독이는 마음을 모아 청년 시절 반짝이던 기획자·예술가들이 중년을 바라보며 각자의 코너를 채우기로 하고 공간과 마음을 열었다.
  • 안녕코너샵의 허브코너(왼쪽)와 아트코너
따스한 온기 가득한 문화예술 아지트
셋이 같이 빚어나가는 ‘카페코너’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쉼과 뭉근한 환대를 보이는 곳이다. 세 사장님의 본업을 못 속이고 매달 각기 다른 ‘코너샵 컬처데이’를 펼치는데, 주변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작은 공연을 선보이는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자연농으로 빚은 맥주 양조사가 맥주 이야기를 펼치기도 한다.
문화기획을 하며 꿈꾸는 몇 장면이 있었다. 바로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차가운 바깥에서 바라보는 노란 불빛의 따뜻한 가정이다. 신기하게도 코너샵의 컬처데이가 그 느낌을 주었다. 친구들이 각자 칠 거리를 가져와 지신밟기를 하며 꽤나 시끌벅적한 오픈 날을 치렀다. 새로 출판한 친구의 책을 나누는 사은회도 열었고, 자연농 다큐를 제작한 강수희와 패트릭의 전국구 자연농 친구들이 모여 자연농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노오란 인도커리를 먹으며 이름도 신기한 시타르 악기를 연주하며 여름밤을 보냈다. ‘비온뒤’ ‘어스름’ ‘별숲’… 이름도 시(詩)같은 수제맥주 양조사의 풀 내 넘치는 이야기도 들었다.
특별히 7월 한 달간 배우 남명옥의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남명옥 낭독극> 덕분에 코너샵이 연극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세 번에 걸쳐 남명옥 배우의 연기 이야기, 무용 이야기, 연출 이야기를 후배 연극인들과 함께 낭독했다. 그저 희곡을 읽는 시간이었음에도 코너샵 공간이 연극무대가 되었다. 좁은 공간 덕에 배우들의 절실한 연기를 가까이 접하며 감정의 고리 안에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30년간 연극만을 바라본 배우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의미가 깊었다.
  • 컬처데이에 열린 시타르 연주(왼쪽)와 <남명옥 낭독극>
코너샵은 지구환경을 위한 마음을 작게나마 실천해 보려는 곳이다. 우선, 테이크아웃은 텀블러를 가져오면 가능하다. 강수희는 특히 작은 것도 나누고 다시 쓰는 따듯한 섬세함을 가진 사람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나누는 ‘산타박스’를 처음 오는 손님에게도 빙그레 웃으며 가져가시라 제안한다. 나누면 다시 채워지고 또다시 채워지는 산타박스는 넘치지도 않지만 마를 날이 없다. 컬처데이 중 하루는 구멍 난 옷을 기우는 ‘또야의 날’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에서 엄마가 기워준 바지를 입고 다니는 너구리 ‘또야’의 귀여움을 담은 날이다. 함께 모여 구멍 난 셔츠, 수선이 필요한 옷들을 꿰매며 쓸모를 넓힌다.
다가오는 가을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수업 결과물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문턱이 낮고 문이 넓은 코너샵은 지나는 사람, 예술인, 농부, 예술을 갓 시작한 사람 모두가 편히 오가는 곳이길 바란다.
서은덕
서은덕
문화기획자. 쓰임이 다한 낡은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2011년부터 진행 중이다. 2016년까지는 낡은 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 겸 문화예술공간 <산호여인숙>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현재는 옛 교회 건물을 되살린 복합문화공간 <공간 구석으로부터>와 작업실 겸 작은 카페 <코너샵>을 운영 중이다. 2023년엔 예비예술인지원사업 <아트대전> 총괄기획과 대전의 빵집 성심당에서 만든 <성심당문화원>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전을 바라보며 발견한 소소한 이야기에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내용을 채우고 있다.
seduk@hanmail.net
인스타그램 @corners_d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