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지구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첫 번째 행동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호주의 예술프로젝트

한여름의 더위 속, 시드니의 하늘에 얼음 한 덩어리가 띄워졌다. 에어리얼(공중) 공연과 신체극 창작을 주로 하는 호주 ‘렉스 온 더 월(Legs On The Wall)’의 신작 공연이다. 2022년 1월 시드니 항구 상공에는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2.7 톤의 얼음조각과 한 여성이 외롭게 매달려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그녀는 얼음 위에서 비바람과 산업용 크레인으로부터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얼음은 조금씩 녹아 아래로 흐른다. 관객들은 그녀가 직면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몸부림을 바라보며 어떤 영감을 받게 될까? 은 기후 비상사태에 각자의 역할에 고심하고

진정한 ‘식덕’이 된다는 것

흙의 예찬④ 식물의 삶 이해하기

어쩌다 보니 ‘생태·환경’ 책을 주로 펴내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해 9년째 일단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출판사를 시작할 때 그 많고 많은 주제 중에 왜 이 비인기 주제에 꽂혔을까, 생각해 보니 식물에 관한 ‘의미 있는’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하루가 멀다고 새벽 야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새벽에 일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서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아직 추운 날씨인데 동글동글 작고 예쁜 하트 모양을 한 연둣빛 이파리를 나뭇가지에서 밀어내고 있는 그 나무가 너무

공존을 모색하는 ‘약하고 꾸준한 연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대부분의 현대인은 의뇌(義腦)를 가지고 있다. 손상된 신체의 연장으로서의 의수나 의족처럼 인간은 불완전한 뇌를 보완하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의뇌를 장착하고 사이보그로 살아간다. 노화되어가는 생물학적 뇌에 비해 주기적인 신상 제품으로 교체되는 의뇌라는 신체 부속은 인간의 기억을 더욱 스마트하고 강력하게 보조해줄 것 같은 환상을 준다. 검색을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소통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기억이 강화되는 게 아니라 소멸되는 경우가 많고, 소통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강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뇌를 통해 시대와 더 많은 경로로 접속하려 할수록 잠재적인 가능성의 관계는 상실되어 간다. 우리가 검색하는 정보는

바닷길 따라, 지속가능한 예술의 미래를 향해

스칸디나비아 ‘기후를 위한 행동’의 예술적 실천

​덴마크에서 핀란드, 러시아, 에스토니아, 스웨덴까지 발트해를 가로질러 바다를 항해하며 공연하는 예술단체가 있다. 단체의 이름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후를 위한 행동’(Acting for Climate)이다. 이름에서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들의 항해가 그저 독특하고 낭만적인 기획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기후를 위한 행동은 컨템포러리 서커스 단체이다. 덴마크 출신의 시인이자 수학자이며, 가구 디자이너인 피트 헤인(Piet Hein)이 “예술은 해결되기 전에 명확하게 공식화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라고 예술을 정의한 것에 영감을 받아 2014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체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식물과 기계와 나

흙의 예찬③ 불완전함의 자연스러움

얼마 전, 우리 집에 식물등이 생겼다. 우리 집은 오후 한 시 반 정도만 되어도 햇빛이 이미 잘 안 들기 때문에, 언제나 식물들에게 햇빛이 부족했다. 겨울에는 특히 창가 자리에 찬 바람이 들어와서 온도가 내려간다. 그래서 온도를 높이려고 집 안쪽으로 들여놓으면 햇빛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시간대에 따라 일일이 화분들을 모두 옮겨주는 것도 일이었다. 머리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몸이 그에 따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작년에는 식물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러운’, 흙에 뿌리를 내리고 물을 먹고 햇빛을 맞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식물등을

예술교육가의 모든 활동은
예술이자 교육이다

어쩌다 예술쌤⑧ 예술가와 교육가 사이에서 정체성 찾기

지난 2020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The 5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이하 ITAC5)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ITAC5가 개최될 만큼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방식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룩해왔다. 그 속에는 단연 예술강사, 예술교육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예술교육가는 여전히 예술가와 교육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가와 교육가의 정체성을 고루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자신을 마주하고 정의하기 예술교육가로 지난 활동을 돌이켜보면 1~2년 차에는 교육 진행과 목표달성에 집중했고, 3년 차 이후에는 나의 교육 활동에 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지구의 오늘에 함께 기여하는 액션!

탄소중립을 선언한 영국 피그풋시어터

탄소중립극단(carbon-neutral theatre company)을 단체명 앞에 내세우는 연극단체가 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그풋시어터(Pigfoot Theatre, 이하 피그풋)이다. 헤티 혹손(Hetty Hodgson)과 비 유데일-스미스(Bea Udale-Smith)가 공동예술감독으로 이끄는 피그풋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기후에 관한 공연을 만들고 있다. 작품 안에서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며, 재활용품을 이용해 무대 세트를 만든다. 작품을 계획할 때부터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의 공연 후 쓰임까지 고려하며, 모든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고 기록한다. <How To Save A Rock> ⓒEd Rees | [이미지출처] 피그풋시어터 페이스북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극단의 도전 과연 가능한 일일지

새로운 꿈을 꾸듯,
예술의 기운을 전합니다

2022년 예술가의 새해 소망

구지민 방영경 이승연 이영연 최제헌 [아르떼365]는 임인년(任寅年) 새해, 문화예술(교육)에 바라는 바와 예술적 소망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연하장’을 기획했다.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매체로 전달하는 시각 이미지는 긴 텍스트로 이뤄진 글과는 또 다른 감동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아르떼365]에서 필자로, 인터뷰이로, 사례의 주인공으로 함께 했던 시각 예술가 5인이 건네는 새해 인사는 오픈소스로 독자가 직접 출력하여 연하장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 사과파이 | 구지민 2022년, 예술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지속가능한 삶을 탐구하는 실용적인 교육이 되기를. 길어지는 팬데믹 속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힘을

금쪽같은 문화예술공간
“문세권에 삽니다”

평범한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동네 예술공간

좀처럼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이유로 문화예술과도 거리를 두어야 할까. 각자의 생활 반경에서 소중하게 자주 찾는 다양한 공간을 공유하고자 지난 11월 2일부터 진행한 ‘금쪽같은 우리 동네 문화예술공간’ 설문조사에서는 [아르떼365] 독자들이 전국 각지에 있는 130개 문화예술공간을 추천해주었다. 이렇게 가볍게 마실 나가듯 찾아가 예술로 마음을 채울 일상 속 문화예술공간이 근처에 있다면 다 함께 모이지 못해도 마음만은 풍성해지지 않을까? 그중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책방과 도서관부터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행사가 벌어지는 지역문화회관, 산책하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살아있는 식물 그림을 그리는 법

흙의 예찬② 생명력을 기록하기

기억 속 모든 모과나무를 떠올리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과차를 마셨다. 일주일 넘게 딱딱한 모과를 채 썰어 모과청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평소 먹지 않던 모과차를 요즘 매일 마시게 되었다. 혼자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모과가 집에 쌓여 있는 이유는 곧 모과를 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열매를 관찰하려면 줍거나 얻은 모과로는 부족해 농장에서 상자 가득 샀다. 길이와 폭을 재거나 색을 비교하는 등 외형을 관찰하는 일은 끝났고 열매 안에 씨앗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모과를 매일 잘라보고 있다. 절단면에 보이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구조의 문제가 되도록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나는 지난 20년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글을 써왔다. ‘권력자’들의 얘기는 최대한 기록에 남김으로써 그들 자리에 값하는 책임성을 묻고 ‘사회적 약자’의 얘기는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하지만 늘 미진함을 느꼈다. 상당 부분은 나의 능력 부족 때문이고, 내가 글 쓰는 매체가 가진 짧은 호흡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느꼈던 인터뷰이는 ‘사회적 약자’였다. 신뢰 관계 형성 없이 불쑥 그들 삶에 끼어든 나의 접근이 무례하거나 시혜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신경

각자의 빛나는 구슬을 꿰는 연결고리

어쩌다 예술쌤⑦ 학습모임 꾸리기

무모한 열정만 가지고 예술가, 그리고 예술교육가로 활동을 시작하여 무엇이든 해보는 ‘무한도전’을 한지도 어느덧 열 손가락을 접고, 다섯 손가락이 더 접히는 해가 흘렀다. “오늘 만난 오늘이쌤입니다. 오늘! 상상 가득한 재미난 연극여행을 함께 떠나요!” 이 인사말로는 속사포 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프로젝트로 다양한 참여자를 만났고, 그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나에게 ‘빛나는 구슬’이 되었다. (나는 어릴 적 구슬을 정말 좋아해서 소중한 것 하면 구슬이 떠오른다) 그러나 해가 가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해가며 지쳐간다고 느낀 나에게 더는 구슬이 채워지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지도 위에 변화를 그린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지도’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표시해 알려준 ‘코로나 알리미’, 주변 편의점의 마스크 재고를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 이 두 사이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을 이용하여 시민이 주도적으로 만든 사이트라는 점이다. ‘구글 교육자그룹’에 참여한 교사들은 시민이 직접 방문한 곳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입력할 수 있는 ‘마스크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시민의 참여로 축적된 데이터는 때로 정부나 지자체가 갖기 어려운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보여준다. 시민이 직접 나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 지도’를 소개한다. [사진출처] 아임소시오 홈페이지 메르스 확산지도[사진출처] 메르스 맵 페이스북 집단지성으로

변방 아닌 삶의 중심에서
뉴스를 길어 올린다

주민이 만드는 커뮤니티 아트, 풀뿌리 신문

한 달 전에 대구에서 열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주최·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태안신문 신문웅 국장의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그는 분연하게 말했다. “제가 신문사 하면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해왔지만,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모든 곁다리 사업 다 접고 저널리즘에 더 천착하자, 콘텐츠로 승부를 걸자는 생각이 더 확연하게 들더군요. 1인 미디어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창궐하고 지역이 소멸하는 것처럼 종이신문 또한 곧 없어질 거란 이야기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나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종이신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쉽게

많을수록 빈곤하고 적을수록 풍요롭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이 무슨 요상한 말일까? 더 많이 가져야 안전하고 행복한 시대에, 적을수록 풍요롭다니. 심지어 많을수록 빈곤하다니. 경제가 성장해야 생활이 안정되고, 그래야 문화예술도 꽃핀다는 것이 상식인데 빈곤을 강요하다니.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성장이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온 건 맞지만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 건 아니다. 북반구의 풍요는 남반구의 희생을, 도시의 풍요는 농촌의 희생을, 자본가의 풍요는 노동자의 희생을, 건물주의 풍요는 세입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우리는 풍요로울수록 점점 더 불평등해졌고 특정한 문화가 다양한 문화들을 집어삼켰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마야 괴펠, 나무생각, 2021) 『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제이슨

미지의 생물을 향한 감각의 확장

흙의 예찬① 버섯 찾기

흙냄새를 따라서 나는 2019년부터 취미로 버섯을 찾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이 오면 바람을 타고 스쳐 가는 흙냄새를 따라서 숲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야생 버섯 중에는 크기가 작거나, 색이 화려하지 않거나, 풀과 낙엽 사이에 있거나, 돌멩이처럼 생겨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는 독특한 향기를 통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이나 삶은 무, 해산물 냄새, 혹은 죽은 생물이 부패할 때 풍기는 향처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냄새를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셀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