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구조의 문제가 되도록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나는 지난 20년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글을 써왔다. ‘권력자’들의 얘기는 최대한 기록에 남김으로써 그들 자리에 값하는 책임성을 묻고 ‘사회적 약자’의 얘기는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하지만 늘 미진함을 느꼈다. 상당 부분은 나의 능력 부족 때문이고, 내가 글 쓰는 매체가 가진 짧은 호흡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느꼈던 인터뷰이는 ‘사회적 약자’였다. 신뢰 관계 형성 없이 불쑥 그들 삶에 끼어든 나의 접근이 무례하거나 시혜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신경

각자의 빛나는 구슬을 꿰는 연결고리

어쩌다 예술쌤⑦ 학습모임 꾸리기

무모한 열정만 가지고 예술가, 그리고 예술교육가로 활동을 시작하여 무엇이든 해보는 ‘무한도전’을 한지도 어느덧 열 손가락을 접고, 다섯 손가락이 더 접히는 해가 흘렀다. “오늘 만난 오늘이쌤입니다. 오늘! 상상 가득한 재미난 연극여행을 함께 떠나요!” 이 인사말로는 속사포 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프로젝트로 다양한 참여자를 만났고, 그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나에게 ‘빛나는 구슬’이 되었다. (나는 어릴 적 구슬을 정말 좋아해서 소중한 것 하면 구슬이 떠오른다) 그러나 해가 가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해가며 지쳐간다고 느낀 나에게 더는 구슬이 채워지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지도 위에 변화를 그린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지도’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표시해 알려준 ‘코로나 알리미’, 주변 편의점의 마스크 재고를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 이 두 사이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을 이용하여 시민이 주도적으로 만든 사이트라는 점이다. ‘구글 교육자그룹’에 참여한 교사들은 시민이 직접 방문한 곳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입력할 수 있는 ‘마스크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시민의 참여로 축적된 데이터는 때로 정부나 지자체가 갖기 어려운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보여준다. 시민이 직접 나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 지도’를 소개한다. [사진출처] 아임소시오 홈페이지 메르스 확산지도[사진출처] 메르스 맵 페이스북 집단지성으로

변방 아닌 삶의 중심에서
뉴스를 길어 올린다

주민이 만드는 커뮤니티 아트, 풀뿌리 신문

한 달 전에 대구에서 열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주최·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태안신문 신문웅 국장의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그는 분연하게 말했다. “제가 신문사 하면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해왔지만,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모든 곁다리 사업 다 접고 저널리즘에 더 천착하자, 콘텐츠로 승부를 걸자는 생각이 더 확연하게 들더군요. 1인 미디어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창궐하고 지역이 소멸하는 것처럼 종이신문 또한 곧 없어질 거란 이야기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나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종이신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쉽게

많을수록 빈곤하고 적을수록 풍요롭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이 무슨 요상한 말일까? 더 많이 가져야 안전하고 행복한 시대에, 적을수록 풍요롭다니. 심지어 많을수록 빈곤하다니. 경제가 성장해야 생활이 안정되고, 그래야 문화예술도 꽃핀다는 것이 상식인데 빈곤을 강요하다니.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성장이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온 건 맞지만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 건 아니다. 북반구의 풍요는 남반구의 희생을, 도시의 풍요는 농촌의 희생을, 자본가의 풍요는 노동자의 희생을, 건물주의 풍요는 세입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우리는 풍요로울수록 점점 더 불평등해졌고 특정한 문화가 다양한 문화들을 집어삼켰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마야 괴펠, 나무생각, 2021) 『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제이슨

미지의 생물을 향한 감각의 확장

흙의 예찬① 버섯 찾기

흙냄새를 따라서 나는 2019년부터 취미로 버섯을 찾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이 오면 바람을 타고 스쳐 가는 흙냄새를 따라서 숲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야생 버섯 중에는 크기가 작거나, 색이 화려하지 않거나, 풀과 낙엽 사이에 있거나, 돌멩이처럼 생겨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는 독특한 향기를 통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이나 삶은 무, 해산물 냄새, 혹은 죽은 생물이 부패할 때 풍기는 향처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냄새를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셀 수 없이

하루하루가 쌓여 오늘의 내가 된다

어쩌다 예술쌤⑥ 퍼스널 브랜딩

문화예술교육자가 왜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할까? 이유는 시대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퍼스널 브랜드는 개인이 가진 특정 분야의 지식, 경험, 매력으로 완성된다면, 퍼스널 브랜딩은 다른 퍼스널 브랜드보다 먼저 개인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퍼스널 브랜딩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체계화하거나 주기적으로 분석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와 이미지를 확장해 나갈 방법을 잘 모른다. 예술교육자로서 올바른 자기이해와 능력, 경험의 조화를 만들어가며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의 활동 가능 영역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고, 정확한 정보로

지역의 이슈를 담아, 편지를 띄운다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웹진

바야흐로 웹진의 시대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의 취향, 관심사 혹은 일과 관련한 정보와 트렌드를 알아보고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매체로 웹진 뉴스레터가 재조명받고 있다. 음식, 여행 등 취미부터 정치, 경제, 세대별 트렌드 등 세분화되어 정보와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매체 중 하나인 출판계도 코로나19로 급변한 환경 속에서 출판물이 아닌 온라인 연재, 메일링 서비스 등으로 독자와 새로운 끈을 만들고 있다.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매체 ‘웹진’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국 각지, 각각의

땅에 귀를 대고, 흐르는 물소리 듣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소 먹이기」   소야,   여게 풀 많다.   여기서 먹어라.   소는 그래도 안 온다.   소는 지 마음대로 한다.   소는 부엉이 소리가 나도   겁도 안 나는 게다.   사람 있는 데 안 온다. – 안동 대곡분교 3년 김욱동, 1970년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에 이르는 경상북도 농촌 지역 아이들의 시를 읽는다. 간혹 관습적으로 그 당시 기성의 동시들을 흉내 내어 쓴 시들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솔직한 생활 감정을 운문 형태로 쓰고 있다. 심지어 기성 동시들을 흉내 낸 시마저도 그 시절 일상의 편린을 담아내고 있다. 아이들의 시를

태어나 처음 극장에서 만나는 지구

오늘부터 그린⑤ 만나다

어린이들은 비가 오면 바쁘다. “찰박찰박 텀벙!” 물을 튀기기 좋은 웅덩이를 찾고 빗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사람마다 시기나 기간은 다르지만, 내가 아는 한 모든 어린이들은 이처럼 인생에서 비를 처음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 첫 번째 비를 기억하나요? 가장 처음 비를 맞던 순간, 그 비를 기억하나요?” – 아기소리극 <환영해> 중 지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존재는 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지구는 들끓는 마그마로 아주 뜨거웠다. 그 위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쌓여 대기가 되고, 마그마가 식어가면서 수증기는

귀 기울여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쩌다 예술쌤⑤ 스토리텔링 수업하기

“삶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찾기까지” 누군가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고 했는가! 어르신들과 만남을 이어 온 지 어느덧 13년. 어르신들을 오래 보며 그들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발견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꽃을 있는 힘껏 피워드리고 싶은 나는 어르신들에게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며 삶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나에게는 이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몇 차례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5년 전, 예술강사를 시작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스토리텔링 수업’ ‘삶의 이야기가 있는 수업’이란 말이었다.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예술

둥글게 모여 만드는 따뜻한 결속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와 예술 마을을 만나다』는 마을에서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좋은 지침서이자 따라 걷고 싶은 든든한 선배 같은 책이다. 이들이 어떻게 모여 무슨 일을 만들고 이뤄내는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공탁’이라는 드라마 한 편이 재생된다. 『문화와 예술, 마을을 만나다』(공유성북원탁회의, 민들레, 2020) 서로의 어미새가 되어 서울시 성북구에서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유성북원탁회의(이하 공탁)’는 2012년 준비모임을 시작으로 2014년 자율적인 모임으로 공식화해 현재 3백여 명이 함께하는 지역 내 대표적인 민·민, 민·관 협치형 커뮤니티다. 공탁은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평소

슬픔도 불안도 이겨낼 이야기의 힘

오늘부터 그린④ 녹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후위기를 삶에서 감각하는 것은 이러한 상실에서 기인한다. 나의 편안한 삶 저 너머에 사라지는 숲과 녹아내리는 빙하를 상상할 수 있는 힘.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최근 그리스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 2,500살 먹은 올리브 나무가 불타 죽었다. 어른 열 명이 빙 둘러서야 겨우 감쌀 만큼 거대한 이 나무는 최근까지도 열매를 가득 맺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나무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화재로 사라진 수많은 것 중 이 올리브 나무가 특별히 마음에 남은 것은

나의 터전을 교재로, 놀이터로

어쩌다 예술쌤④ 지역을 담은 수업 만들기

내가 사는 곳에 이름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삶의 터전을 쉽게 옮기는 현대인에게 우문일 수 있는 이 질문은 나에게 새로운 해답을 주었다. 바로 내가 살아가는 동안 머무는 이곳이 지금 나의 뿌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해답은 나의 터전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우리의 터전을 알리고 익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발전하였다. 그렇게 나는 지역특성화교육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뿌리 찾기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잦은 이주로 주민등록초본이 3장에 달하는 내게 이 사명감은 정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육하원칙에서

다양성의 세계로 초대하는
‘게임의 규칙’

장애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놀이

매년 4월 20일은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또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법정 의무 교육으로 지정되어 학교와 직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장애에 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다름과 닮음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일회성 캠페인이나 숙제처럼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 지속적으로 일상에서 재미있게 경험할 수는 없을까. 놀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마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교육용 보드게임을 소개한다.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해주어 더욱 오래 기억하게 하는 장애 인식 개선 게임을 통해 장애를 깊이 이해하기

열정에 대한 예의

낯선 예술을 마주하기

아웃사이더 아트를 주류 예술계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예술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특정한 미술 사상에 포함되지 않는 예술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기성 예술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예술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1972년, 영국의 미술사가 로저 카디널(Roger Cardinal, 1940-2019)은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가 만든 용어 ‘아르 브뤼(Art Brut)’를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로 영역했다. 장 뒤뷔페는 사회에서 고립된 독학 예술가들의 낯선 예술을 찾아다녔다. 인류학자를 자처한 예술가는 사실 장 뒤뷔페만이 아니었다. 한동안 서구 모더니스트들 사이에서는 독학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붐이 일었다. 1920년대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