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거리로, 광장으로, 예술을 실어 나른다

사회적 실천에 연대하는 예술가

모든 예술은 그것의 생산과 수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예술가들은 여러 상호작용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간다. 심지어는 홀로 작업을 하는 예술가조차 창작에 사용하는 온갖 재료를 만드는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든 이들과 관계 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창작의 결과물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켜 ‘소유’보다는 ‘공유’의 감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게 마련이다. 이때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 속에 자리 잡고 그들이 믿는 예술의 가치를 구현해나가므로, 한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관계와 의미로 연결된 새로운 발견

예술교육과 기록

당신이 만약 방금 어떤 공연을 보고 감동하며 극장을 나섰다면, 서둘러 핸드폰을 켜고 방금 관람한 작품의 정보를 찾아볼 것이다. 이때 당신이 선택하는 검색어는 공연 제목일 수 있고, 공연에 등장하는 배우이거나 연출가 혹은 작품의 원작인 희곡, 소설, 영화일 수 있으며,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일 수 있고, 소품일 수 있으며, 무대 자체이거나 조명일 수 있다. 사실 공연이 아니더라도, 예술작품에 감동하였다면 이에 대해 더 알고자 할 것이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것이다. 자료 저장소를 넘어, 관객이 알고 싶은 것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에 대한

누군가 알아보고 말 걸어준다면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아고, 예뻐라! 어디서 이렇게 예쁜 사람이 왔쪄?”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은 만개한 벚꽃을 볼 때보다 더 감탄한다. 세상에 온 지 2년 채 안 됐을 것 같은 아이는 어르신들의 찬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고 나서는 머리만 까딱 움직여서 나름의 작별인사를 한다. 바람결에 실려 아이보다 먼저 다른 벤치에 도착하는 달짝시큼한 냄새. “아이고야, 너무 예쁜 똥강아지네!” 일행 없이 혼자 앉아있던 어르신은 박수까지 치며 환하게 웃는다. 아이는 팔을 벌린 어르신에게 보들보들한 몸을 잠깐 맡겼다가 뺀다. ‘빠빠이’를 하고 자박자박 걸어가는 아이는 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누가 기후위기를 일으켰나

지구를 살리는 디자인

“2020년 11월 19일,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8.2mm를 넘어서 최다 강수량이었습니다. 또 기존 최고 기온인 2011년 11월 5일 16.4도 보다 0.7도가 더 올라간 17.1도로 11월 아침 기온 중 가장 높은 날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매일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최다 강수량과 최고 기온만이 아니라, 가장 적은 적설량, 가장 긴 장마, 가장 따듯한 겨울,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는 미세먼지 등 하루가 다르게 기후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루 동안 봄바람이 불고, 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한라산엔 겨울 눈이 내렸다는 놀라운 소식이

민주주의와 공동체성을 위한,
발현하는 마을아카이브

예술교육과 기록

요즘은 ‘아카이브’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대체로 유용한 자료, 문서, 사진, 영상, 파일 등과 같은 기록을 모아서 정리하고 활용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카이브를 기록물의 차원으로만 좁혀서 이해하면, 아카이브가 19세기 이래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장치로 발달해왔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국가아카이브에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가 들어 있다. ‘정부는 기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에 아카이브를 만들어 업무수행의 과정과 결과를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행위의 증거는 기록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아카이브가

고유의 색을 지키며 변화하는 삶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시골 마을, 결핍이 만들어 낸 변화 지역의 결핍은 인구감소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떠나고, 출생인구가 준다는 것 그 자체로도 엄청난 결핍이다. 이런 결핍은 사람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가끔 결핍은 또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기도 한다. 가미야마 마을이 그랬다. 마을의 결핍을 외부에서 채우기 위해 가미야마 사람들은 스스로 변화를 택했다. 『마을의 진화』는 일본 작은 산골 마을이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멋진 변화를 만들어낸 이야기다. 가미야마 마을은 인구소멸지역이었다. 산골 마을을 세계적인 예술가 마을로 만들자는 누군가의 무모한 구상은 마을의 빈집을 활용한 예술가 레지던시 사업을 탄생시켰다. 낯선

때를 알고 때에 맞게 살아가기

절기 생태 놀이

“누구에게나 봄은 오지만 아무에게나 봄이 되지 않습니다. 희망찬 아름다운 봄은 봄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얻을 수 있습니다.” – 유종반, 『때를 알다 해를 살다』 보통 어른들은 사리 분별하지 못하고 생각 없이 살아가는 아이에게 ‘참 철이 없구나’ ‘넌 철부지구나’ ‘언제 철들래?’ 말한다. 이때 ‘철’이란 여름철, 겨울철과 같은 계절, 때를 말한다. 철이 없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계절, 즉 절기를 모른다, 때를 모른다는 뜻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아무렇게나 산다는 말이다. 실은 산다는 것은 시간을 쓰는 일이다. 시간이란 때를 말한다. 하루의 삶은 24시간의 때,

청년이 그려나가는 농촌의 미래

지역을 가꾸고 다른 삶을 만드는 도전

요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청년 세대의 위기가 아닐까.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의 설 곳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링컨의 말처럼, 청년들이 모여 공간을 찾고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탐구한다면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공동체를 소개한다. [사진제공]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 지역 청년의 새로운 자립 모델 지역 청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는 서울과 비교해 빈약한 문화예술(교육)

존엄을 지키며 창작하기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예술가의 움직임

예술가는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들이다. 이때의 존재 증명이란 예술가가 단지 어떤 작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 그 작품을 만드는 데 연루되는 모든 과정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한 인정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전문 직업인으로서 예술가라는 불안정한 위치와 산식이나 매뉴얼로 재단될 수 없는 창작활동의 특수성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구성해가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반영한다. 때로 이 노력은 예술 장르나 분야의 집약된 목소리로 발현되기도 하고,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존재 증명이 결국 이러한

어서 와, 나의 도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도시와 나의 교집합 서울을 떠나 강원도에 터를 잡았을 때 내심 기대했던 건 여유로운 삶과 걷기 좋은 도시였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을까? 현실을 들여다보면, 삶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나는 여전히 바쁘고, 열심히 운전한다. 1시간여를 이동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서울 생활에서 10분~20분 이내에 도심과 자연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도시의 공간성만으로도 삶의 질이 올라갔지만, 기대했던 삶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문화도시 사업 담당자이다. 나의 도시 원주에 사는 자부심을 시민들이 느끼고, 문화적 삶이 가능하도록 도시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임무가 나에게 주어져 있다. 이 도시와

타인의 삶에 맞닿는 시간

예술교육과 기록

구술 아카이브는 개인이나 집단의 기억을 입으로 말하게 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자료를 기반으로 연구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구술사이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주류의 권력을 가진 이들의 문서기록 중심이라면, 구술사는 일반의 목소리를 토대로 기억과 경험을 통해 주체로 세우는 연구 방법이다. 최근 구술사는 학문의 영역을 넘어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의 서사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획, 지역의 이야기 찾기, 자기 역사 쓰기까지 적극 활용된다. 구술자의 주관성에 기반한 구술사는 과거의 사실 정보라기보다는 구술자의 시대적 경험과 가치관, 상황에 대한 당사자의 해석을 담고 있기

이웃과 동네에 주파수를 맞춰라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

영화 속 한물간 가수 ‘최곤’은 강원도 영월 지역 라디오 디제이(DJ)가 된다. 그저 그런 방송이 될 뻔했지만, 우연히 출연한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김양’의 감동적인 사연에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이후 여러 주민의 이야기가 송출되면서 방송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지역 라디오 방송에는 우리 이웃과 동네 이야기만이 가진 낭만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출연은 물론,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동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역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세대도 언어도 장애도 넘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관악, 마포, 분당, 공주, 성서, 영주, 광주 등

미세한 실천이 모여 이루는 변화

전환을 위한 실험과 실천

우리가 딛고 있는 세계는 예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은 우리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삶과 생태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멈추지 않고 지탱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유를 통해 내면의 힘을 키우고, 외면의 기술을 익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전환을 위한 실험과 실천을 소개한다. 건축 워크숍[출처] 비전화공방 비전화카페[출처] 비전화공방 타성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기술로 인해 동료가 늘든지,

끊어진 맥락을 찾아 다시 처음으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Nostalghia, 1983) 끝부분에는 주인공 고르차코프의 촛불의식이 나온다. 8분 30초 동안 이어지는 이 무의미해 보이는 롱테이크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이 장면을 지금 우리의 문화예술교육 맥락에서 다시 떠올려본다.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어디에서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까.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현병호, 민들레, 2020) 『청소년을 위한 철학교실』(알베르 자카르, 동문선, 1999) 교육은 만남, 소통, 사건이다 교육은 곧 만남이다. 교육의 장에서 학생과 교사, 부모는 만난다. 서로 알게 되고 존중하면서 함께 자란다. 눈빛을 교환하고 표정을 살피면서 몸짓과 말에서 드러난

작은 변화의 조각이 모여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

코로나19와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까지. 기후환경·공중보건 전문가는 때아닌 전염병과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지목했다. 필(必)환경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환경 보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지만, 일부 대중에게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여전히 자신과 밀접한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고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 기업이 예술작품과 문화체험, 브랜딩 등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환경 문제에 관한 위기 의식을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해헤해해>, 강보성 [사진출처] 팀 마름모 <침묵의 봄(Silent Spring)> [사진출처] 좋아은경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부여하는 환경예술가 일상생활에서 나온 부산물인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른다

문화예술교육과 기록

프로그램이나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챙기기 쉽지 않다. 프로그램 기획만큼이나 기록을 위한 기획도 중요하다. 인력이나 예산 부족으로, 또는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서 기록을 소홀히 하게 되면 생동하는 현장에서 우리가 보고자 했던 것, 만나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놓치기 쉽다. 사진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록 매체이다. 성능 좋은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은 촬영자를 도와주지만, 그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제일 큰 비결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좋은 기록 사진을 남기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기 전에 얼마나 준비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