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니까요!”

내일의 교육① 영화 〈교실 안의 야크〉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였다. 옆에 누가 있다면 손을 잡고 조금 울고 싶을 만큼. 저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계. 우리도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는 잃어버렸다. 너무 멀리 떠나왔다. 특히 인물들의 대화가 정말 좋아서 다시 재생과 정지 버튼을 눌러가며 대사를 베껴 썼다. 그리고 흥분이 덜 가신 상태로 리뷰를 써서 여기저기에 올렸다. 이 아름다운 영화를 많이들 보기를, 특히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보기를 바랐다. 선생님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배움과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겠지. 자연을 사랑하고 신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매료될 영화다.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것이 아까웠지만, 노트북의 작은 화면으로도 감동이 감소하진 않았다. 2019년에 개봉한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Lunana: A Yak in the Classroom) 이야기다.
<교실 안의 야크>(Lunana: A Yak in the Classroom) 스틸컷
[제공] ㈜슈아픽처스
유겐은 철없는 젊은 교사다. 교직도, 공무원도 고리타분하고 매력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답답한 자기 나라보다 자유롭게 열린 호주에 가서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부탄이 행복지수 1위 국가라고 하지만 그것은 소박한 국민의 응답일 뿐, 행복이란 물질과 정서의 균형이라고 생각하는 부탄 정부는, 자국의 행복지수를 43% 정도로 측정한다. 어디나 그렇지만 젊은이는 현실이 불만족스럽다.
유겐은 교직을 그만두겠다고 교육부 장관을 찾아가지만, 장관은 당신처럼 의욕 없는 교사는 처음 본다고 질책한다. 그리고 계약 기간 5년 중 남은 1년을 채워야 한다며, 부탄에서도 가장 오지인 루나나로 발령을 낸다. 유겐은 가파른 산길을 넘어 6일 만에 루나나 학교에 도착한다. 너무나 열악한 교실을 보고 당장 떠나겠다고 말하지만, 막상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 특히 기품있는 촌장과 아름다운 목동 처녀와의 만남을 통해 유겐은 처음으로 교사로서의 기쁨을 느낀다.
첫날 수업에서 꿈을 물으니 한 아이가 교사가 되고 싶단다. 왜? “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니까요.” 정작 교사인 유겐과 달리, 이 산정마을 사람들은 교직에 대해 이렇게나 순정한 마음을 품고 있다. 교사란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 세상의 모든 교사가 품을만한 금언이다.
교실 안의 늙은 야크
놀랄 정도로 감탄스러운 대사는 촌장이 유겐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자리에서 나왔다. “선생님은 우리와 전생의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예, 제가 전생에 야크 목동이었나 봐요.” “아뇨, 선생님은 그 이상이셨어요.” 목동 이상?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야크였을 거예요” 너무 뜻밖에 대답에 잠깐 멈칫했다. 가축 야크가 인간 목동보다 더 고귀한 존재라니! “야크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존재니까요.” 아, 이 사람들은 동물을, 자연을 이렇게 대하는구나. 그러므로 고기가 필요하여 어쩔 수 없이 야크를 잡아야 할 때를 마을 사람들은 가장 비통한 날로 여기는 것이다.
며칠 뒤 목동 처녀 살돈이 늙은 야크를 데려왔다, 연료로 쓰는 똥이 필요한 만큼만 풀을 주면 된단다. 밖은 추워서 교실 안에 둬야 한단다. 얼마나 진정 어린 사랑으로 동물을 대하고 있는지. 인간과 동물 구분 없이 모두 고귀한 생명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루나나 사람들처럼 자연을 대접하면 기후위기 같은 재앙은 애초에 오지도 않았겠지. 인류가 파멸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마음과 태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야크가 풀을 먹고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글을 읽고 셈을 배운다. 이 아이들도 자라서 야크를 소중한 가족으로 돌볼 것이다. 자연재해가 심각해지면서 환경, 생태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인데, 루나나는 온 삶이 생태교육이다.
또 영화는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신성(神聖)성의 마음을 일깨운다. 골짜기를 향해 노래를 부르는 처녀 살돈은 “만물에 바치는 노래예요. 모든 사람과 동물과 신과 골짜기의 모든 영혼에요. 검은목두루미처럼 누가 듣고 안 듣고는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바치는 거지요.” 아름답고 위대한 삼라만상에 그저 바치는 노래. 본디 시와 노래는 이런 것이었다. 정화수 떠놓고 하늘에 기도했던 어머니의 마음이 또한 이런 것이었다. 이성과 합리성의 세계를 넘어 신비한 우주 만물을 향한 경외. 이런 마음을 잃으니 인간의 문명은 난파선처럼 방향을 모른다. 무엇을 향한 성장과 발전인지를 묻지 않고 맹목의 욕망만 남은 것이다.
아이들의 품격있는 꿈
참된 꿈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겨울방학을 맞아 유겐은 소원하던 호주로 가서,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일을 한다. 유겐은 열심히 노래하지만 손님들에게는 그저 백색소음 수준이다. 유겐은 예술가가 아니라 클럽의 소품처럼 사물화되었다. 그가 꿈꾸던 삶은 이런 주변인이 되는 것이었던가? 이것이 자유이며 해방인가? 유겐의 표정이 씁쓸해진다. 루나나엔 유겐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서 유겐은 가장 존대 받던 사람이었다. 그의 꿈은 그를 행복으로 인도하는가. 유겐에 비해 아이들의 꿈은 평범해 보이지만 가치 있는 것이었다. 우리 젊은 세대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국왕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공무원이 되고 싶고,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므로 교사가 되고 싶다. 순수한 사랑과 존경, 가치와 자부심을 가진 ‘장래 희망’이다. 우리도 이런 품격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와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물론 그 가난한 마을이 조금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모두 신발을 신을 수 있고, 시설 좋은 학교를 지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런 날엔 루나나 같은 마을에선 더는 사람이 살지 않게 될까. 우리가 그런 길을 밟아왔듯이? 야크를 가두지 않고 만물에 바치는 노래를 부르는 처녀가 있는 마을이 사라지지 않기를 빈다. 더불어 우리도 그 아름답고 순수한 과거가 녹아있는 오래된 미래를 다시 맞을 수 있기를.
조향미
조향미
참된 공부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라 여겨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30여 년 해 왔다. 고달픈 날도 있었지만 성장하는 아이들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기쁨이 컸다. 학생과 교사와 부모가 함께 배움을 나누는 꿈을 학교에서 실현하고 있다. 현재 부산 충렬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며, 시를 마음의 등불로 삼아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봄꿈』 등 네 권의 시집을 냈으며, 문학 수업과 책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시인의 교실』 『우리의 문학 수업』 등을 썼다.
solbar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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