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가족중심의 미술관 교육을 이야기하는 미술교육학자 미유끼 오타카씨


가족친화적인 뉴욕의 미술관

가족 프로그램은 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형식을 띤다. 미술관마다 그 실정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으나, 대부분 프로그램의 경우 온 가족이 모이기 쉬운 주말에 진행된다. 프로그램 내용은 미술관의 작품 감상을 중심으로 하는 투어부터, 감상체험수업, 실기워크숍, 가족이벤트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이뤄진다. 뉴욕의 대표적 미술관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중인지 살펴보자. 부룩클린 미술관의 대표적 가족 프로그램인 ‘Arty Facts’는 주말에 실시되며, 4~7세 연령층의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갤러리에서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가족 규모의 여러 활동을 펼치며 또한 각자의 작품을 직접 창작해 볼 수 있는 감상활동과 실기활동이 통합된 프로그램이다. 각 수업은 한 시간 반 정도의 분량으로 진행되며 10월부터 6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에 두 번 실시된다. 미술관 입장료를 지불하면 이 가족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어 특히 부룩클린 지역의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술관의 가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서있는 모습

뉴욕근현대미술관(MoMA)은 미국 미술관 교육의 근간을 확립한 빅터 다미꼬(Victor D’Amico)가 1960년대 재직했던 곳으로, 다양한 종류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먼저 전시장 내의 감상교육은 4세 이상의 어린이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연령대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 중이다. ‘Tours for Fours’는 4세의 어린이들과 가족을, ‘A Closer Look for Kids’는 5~10세 어린이들과 가족을, 그리고 ‘Tours for Tweens’는 11~14세의 청소년들과 가족을 위한 갤러리 토크 프로그램이다. 전시된 미술작품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미술작품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실기워크숍은 참여 가족들이 소장품 전시와 특별전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이어서 직접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실기 프로그램으로, 이 또한 연령대별(4~6세, 7~10세, 11~14세와 그 가족들) 세 그룹으로 나누어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에 두 번 두 시간씩 진행된다. 이러한 감상과 실기 프로그램 외에도 현장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가족들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가족 규모로 즐길 수 있는 영화 상영, 미술관 내의 조각 공원에서 동화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 타임 등 다양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또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감상 보조프로그램인 가족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로 대여하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 또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뉴욕 근현대 미술관 전시 전경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휘트니 비엔날레로 유명한 휘트니 미술관 또한 여러 종류의 가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족 실기워크숍 ‘Family Fun! Workshop’은 한 달에 한번씩 토요일에 실시되며 5~10세의 어린이와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한 후 그 감상을 토대로 미술작품 활동을 하는 형식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Whitney Wees’는 4~5세의 미취학 아동과 가족이 참여하여 기본적인 미술개념을 놀이를 통해 배우는 저 연령층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토요일 혹은 수요일에 실시된다. 그런가 하면, ‘Look Out! Sketch Tour’는 6~8세와 9~12세의 어린이를 둔 가족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전시장에서 작품감상을 위한 대화를 나누고 직접 스케치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뉴욕을 대표하는 근현대 미술관인 만큼 근현대 미술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특히 미국 미술에 대해 참여가족들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부심을 갖도록 돕는 역할 또한 하고 있다.

지역사회 프로그램과 연계한 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

뉴욕시 소재 미술관 중 시의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의 중요성만큼 다양하고 질 높은 가족 프로그램 실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이다. 즉, 미술관 교육자가 지역센터, 교회, 도서관, 학교 등 지역사회의 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미취학 아동 프로그램, 방과 후 프로그램, 주말 가족 프로그램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슬라이드 자료를 통한 미술 감상과 대화, 그리고 실기워크숍이 이루어지며, 뉴욕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는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여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불어, 이태리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와 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로 진행된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가족들에게 미술관 전시관람 패스를 나누어줘 이후 미술관으로 찾아와 직접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뉴욕 근현대 미술관의 전시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이러한 뉴욕 소재 미술관들의 가족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미술관 교육 연구자들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살린 미술관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미술관의 마케팅 도구에만 그치거나 교육철학적 바탕 없이 부실하게 기획되는 미술관 가족프로그램들이 많이 진행 중이라는 비판이다.

“미술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서 배우는 열린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미술교육학자 미유끼 오타카씨

미국의 뉴욕에 소재하는 미술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현장 활동을 하고 있는 미유끼 오타카씨는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사범대학의 미술,미술교육학과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올 가을에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일본 소재의 미술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사업체인 아트주꾸(Artjuku) 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뉴욕시의 미술과 미술관 교육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현재는 박사학위 논문 ‘참가자들의 프로그램 사후활동을 중심으로 한 가족 미술프로그램 연구(A Case Study of Family Art Programs Focusing on Participants’ Post-Program Activities)’를 마무리 중입니다. 이 논문은 가족단위 참여자들이 미술관의 가족프로그램에서 어떤 체험을 하며, 이 체험이 그들의 일상생활에 실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한 이 연구결과가 가족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미술교육자들에게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술교육자로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교육자로서, 저는 특히 다양한 연령대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려 미술을, 자신을, 또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미술체험이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에 따라 저의 프로그램은 항상 두 가지 특정 활동을 포함합니다. 즉, 개인적인 미술창작 시간과 더불어, 참가자들은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작품과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상호소통적인 미술감상 시간을 갖게 됩니다.”

-미술관 교육, 특히 미술관 내의 가족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미술관 경영과 미술관 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이는 모국인 일본에서 미술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 경영 컨설턴트로서 일하면서 일본의 미술관들이 경영지식과 교육프로그램에 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대상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그 동기가 되었습니다. 가족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개발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일본의 대중을 위한 가족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은 소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한 미술관 프로그램 개발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997년 이래 저는 미국의 미술관 가족 프로그램, 특히 1950년대 초기 활동과 현재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미국의 최근 가족 프로그램들도 가족을 중요한 교육적 요소로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실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들은 종종 가족 프로그램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로 어른들이 어린이를 가르친다는 전제 하에 교육을 하며, 이와 반대되는 가정은 세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술영역에서는 정답이 없고 어린이가 어른의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의 연구를 통해 어린이가 인정되지 못한 문화적 창조자이며 스스로 가르치는 교육자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술관 가족 프로그램이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이고 상호소통적인 교육, 즉 모두가 교육자이고 학습자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미술관들은 사회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교육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가족 프로그램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우리가 어린이들과 어른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 갈수 있을 지 탐구해 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술은 특히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는 미술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을 활용합니다. 저의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호기심을 수업 안에 끌어들이며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연구하기 위해 서로를 지지하고 돕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어른과 어린이가 공동학습자로 활동하는 가족프로그램 내에서도 일어나게 됩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술관 교육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미술관들이 가족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조언해 주신다면.
“다양한 연령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미국에서의 미술관 현장은 바탕이론의 결여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더 나은 가족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중심 교육을 위한 이론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우리가 가족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없이는, 미술관 가족프로그램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교육프로그램은 미술관의 전시작품이 아닌, 참여자 고유의 관심사와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대중문화를 풍요롭게 누리는 것처럼, 대중문화, 시각문화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미술관의 영역에 연결시켜 핵심적인 개념들을 가르칠 것인지에 관한 연구 또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