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회문화예술교육 6 ‘ 문화예술교육으로 닫힌 교문을 활짝 열어라!’

기획연재 사회문화예술교육 6 ‘ 문화예술교육으로 닫힌 교문을 활짝 열어라!’

교육인적자원부와 지역교육청,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폐교를 활용중인 단체를 만나 문화예술교육의 장으로써 폐교의 재탄생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지역전체를 뒤흔드는 학교의 폐지

폐교는 학생수의 감소, 학교 통폐합 등의 사유로 폐지된 공립학교다. 폐교로 지정된 대부분의 학교는 재산적 측면에서 이분법적 성격을 띤다. 해방 이후 정부는 교육공간의 절대적 부족에 따라 많은 학교 부지를 지역주민이나 유지들의 사유재산으로 희사받았다. 이렇게 확보된 부지 위에 학교 건물을 건축하고 학교로 설립한 것이다. 즉, 현재 폐교의 부지는 주민들의 소유이며 학교 시설은 지방교육청의 소유이다.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결과로 농어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시작되면서 주민의 절대 수 감소와 함께 폐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970년 전국의 초등학교가 5961개, 분교가 949개에 달한 데 비해, 2005년에는 5647개의 초등학교에 533개의 분교로 전체 초등학교 변화에 분교의 감소가 절반에 해당된다. 특히 농어촌지역 학교의 폐교화가 두드러진다. 학교가 폐지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난다. 학교 공간의 활용도가 사라지면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슬럼화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는 미국 범죄학의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어느 집에 깨진 창문이 있는데 수리하지 않고 그냥 계속 방치해 두면 그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창문을 쳐다보며 버려진 집인 줄 알고 더 많은 창문을 깨뜨리고 쓰레기를 버려 나중에는 집 전체가 폐허로 변한다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기능을 잃은 폐교는 더 이상 관리되지 않는 흉물이자 쓸모없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폐교에 대한 이런 인식은 공간의 활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슬럼화를 조장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폐교의 황폐화를 보며 점차 낙후되어 간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폐교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폐교의 특성

1. 공간적 특성
폐교는 넓은 부지와 건물을 함께 가지고 있는 지역 내 가장 큰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지역의 중심지에 자리잡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용지로 가장 적합한 장소이며 복합문화시설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이다.

2. 커뮤니티적 특성
학교는 지역 내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학교는 운동장이자 잔치터이고 놀이터이며 휴식처이다. 즉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폐교로 전락하면서 이러한 기능을 모두 잃었으나 지역은 학교공간을 필요로 한다.

3. 감성적 특성
지역 주민들은 폐교가 더 이상 그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도 여전히 학교로 느낀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어린시절 그곳에서 공부했고 마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학교가 폐교로 변화하면서 지역주민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큰 반감과 아쉬움을 표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폐교반대운동이 일어나거나 폐교 활용에 대해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구들에 의해 진료소, 체력 단련장, 노인 주간보호시설 등으로 활용하며 학교가 폐교화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공간으로의 폐교

폐교는 학교가 갖고있던 공간적, 교육적, 지역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모두 계승한 공간이다.
지역 내에서 큰 위치를 차지한 폐교공간은 지역주민에 대한 환원차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역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공장으로,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장으로, 문화예술교육공간으로 변모하며 다시금 지역에 활기를 띄게 하는 것이 폐교 활용의 이유다. 문화예술교육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전문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는 교육공간과 생활공간의 거리가 짧을 수록 빈도수가 높아진다. 폐교를 문화예술교육장으로 활용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이 참여의 공간 확보에 있다. 그래야만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없이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도심을 제외한 지방의 인식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 그 가능성과 의미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고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학교는 지역주민들에게 단순한 교육공간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폐교의 가능성은 지역 사회에서 폐교가 갖는 위치의 변화를 의미한다. 폐교는 지역 주민의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의 생활 네트워크 공간이며 평생 학습교육 공간이 되는 곳이다. 지역 내 자원의 재생이라는 의미를 넘어 문화를 통한 소통의 의미와 지역의 발전, 나아가 삶의 질 향상에 이르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는 공간이다. 지금까지 청소년 수련시설이나 문화의 집을 통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보급, 지역 문예회관이나 마을회관의 운영 등 지역 문화 살리기의 효과가 폐교의 활용과 적절히 융화되지 못한 이유는 학교가 갖고 있는 기능과 상징성을 간과하고 지역을 문화예술교육의 대상으로만 설정한데 그 원인이 있다. 지역은 대상인 동시에 주체여야 한다.

일본의 폐교활용 사례

우리나라 보다 앞서 사회고도화와 도시중심화가 일어난 일본은 폐교의 활용이 이미 활성화된 곳이다. 구성과 운영면에서도 관주도형과 민간주도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관주도형인 일본의 폐교활용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에서 폐교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일본 폐교는 현재 새로운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일본 폐교의 특징은 평균적으로 학교가 폐교처리 된 지 2년 이내에 활용 형태의 모델이 구성되고 있어 폐교의 발생 시점에서 자원의 재활용까지의 시간과 공간의 낭비가 적다. 또한 건물의 노후나 붕괴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폐교의 재활용 형태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에 재활용 사업에 대한 권리가 위임되고 있어 지역에서의 폐교 활용에 대한 필요성에 부합한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전제로 한 활용계획이 수립되고 지역 주민이 기본적으로 폐교 활용과 재구축된 폐교 공간의 운영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와 담당부처인 문부과학성에서는 폐교에 관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수행하는데, 여기에는 재활용 가능한 폐교에 대한 기획, 폐교 자원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 드라마 등을 이용한 폐교 자원의 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소개 등이 해당된다.


버려진 폐교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발전하고 있는 금수 문화예술마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폐교활용이 대부분 수련원, 야영장, 체험학습장 등에 그쳐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이 도드라지지 못했다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새롭게 제안한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폐교재산을 ‘농어촌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를 위한 시설,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할 경우’에 특별 우대 지원안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폐교를 기존의 교육부 자산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자원으로 입장을 달리한 것. 이에 각 시도 교육청은 폐교 재산 정보 안내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폐교의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괴리감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 양현오 지방교육재정담당관

폐교의 재산권을 갖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양현오 지방교육재정담당관은 폐교의 법적 재산권만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의 권한인 활용도까지 세밀하게 관여할 수는 없지만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폐교활용을 위해 문화예술공간으로의 변모도 불가피 하다고 이야기했다.

– 폐교 활용과 지역사회의 연계 가능성은?
“폐교는 지역 문화의 중심체 역할을 해왔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이 공간을 지역주민들에게 환원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반기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소득증대 시설로의 확대다. 폐교가 생성된 원인은 주민들이 소득을 위해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대되면 농촌으로 돌아오는 인구의 수도 당연히 늘어나 다시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이 현실화된다면 학교로의 역할이 필요할텐데.
“그때 폐교를 다시 학교로 재개할 수 있도록 될 수 있으면 매각보다 임대형식을 선호하고 있다. 무상임대에 대해서도 생각중이다. 소득증대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데 가장 좋은 활용 방법이 바로 문화공간으로써의 활용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폐교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문화예술 공간으로의 활용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각 지역 교육감이 문화예술프로그램 선별에 권한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런 문화예술교육을 사치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주민의 반감을 사지 않는 한도에서 노력해야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괴리감 느끼지 않도록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일, 어렵지만 꼭 필요한 점이다.”

– 우려 또한 없지 않다.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어떤 이들은 상업적 관광화나 퇴폐숙박시설을 떠올리기도 한다. 명의를 도용해 타지에서 한두명이 찾아와 미풍양속을 해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그렇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폐교의 활용은 주민에 대한 문화 환원이다”
경남교육청 정대성 교육감

폐교 활용의 가장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각 지역의 교육청. 얼마 전 주민을 위한 시설에는 우선순위를 두고 폐교를 임대, 매매하겠다는 발표를 한바 있는 경남교육청 정대성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경남지역의 폐교 현황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현재 경남지역에는 483개의 폐교가 있다. 그중 매각된 폐교는 233개이고 가장 많이 활용되는 용도는 생산시설이다. 문화시설은 14개, 수련시설이 37개로 문화예술 공간으로의 활용이 현저하게 적은 것이 사실이다. 문화시설로는 조각공원, 영화연극학교, 민속박물관, 전쟁기념관, 문학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응도 좋고 지역 소득에도 도움이 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 폐교의 문화예술공간 활용에 대한 경남교육청의 계획은.
“문화는 인구수에 비례한다. 폐교는 농어촌 지역 학생수 감소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문화에 취약하다. 지역주민들이 폐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공간으로의 활용은 외부인을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외부인의 유입은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게 한다. 현재 경남교육청에서는 지자체가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계획할 경우 우선권을 주고 임대나 매각을 적극 돕고 있다.”

– 상업적 용도 활용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물론 공간활용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미풍양속을 해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까다롭게 처리하고 있다. 건전하면서도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 지역 주민들에게 수익이 환원되는 일을 권장하는 편이다. 요즘은 문화예술공간으로의 활용에 대한 문의도 많다. 앞으로도 주민들의 삶이 향상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상업성을 갖지 않는다면 지역 주민들의 쉼터 역할 톡톡”
경북 영주 소백산예술촌 조재현 촌장

소백산예술촌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예술 공간을 키우고 있는 조재현 촌장. 새로운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로의 접근을 통해 지자체, 단체,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을 탄생시킨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예술촌의 탄생을 기대하며 폐교의 활성화에 앞장설 뜻을 전했다.

– 영주 소백산예술촌이 활동상황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연극, 미술, 전통 춤 등 예술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예술 문화 사업을 하는 곳이다. 주로 청소년 예술 캠프, 전통문화학교, 지역 초등학교 예술수업 등을 벌인다. 폐교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쉼터로써의 역할도 병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 수반되는 복식 및 공연 도구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 소백산예술촌이 지역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생활 속에서 문화를 접하다보니 주민들도 문화에 대한 인식을 막연하게 문화는 사치스러운 것에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상업성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면.
“지역 교육청이 지역 청소년에게 예술교육 진흥 사업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부여해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홍보해야 한다.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단체는 지역의 역사성, 문화예술 마인드 등을 연구해 함께 참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폐교는 마을의 중심체인 만큼 주민과의 유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지역주민들은 문화공간을 무조건 받는 곳만이 아니라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유념해야 한다. 이렇게 주최, 지역주민, 단체 등 세 개체의 이해와 도움이 있어야 폐교의 활용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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