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역사와 예술의 정동길에 자리한 창덕여중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워크숍 박람회가 열렸다. 어린이, 청소년, 가족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체험형 교육 컬렉션인 이번 박람회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개막식 사전 행사로 삶의 응원하는 10가지 도전과제를 주제로 우수한 워크숍 프로그램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됐다.

 

 

버려지는 물건으로 상상 속 마을을 짓다

 

삐걱삐걱 나무로 된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각 교실마다 워크숍 프로그램을 설명한 네임택이 길게 걸려있다. 교실 창문을 들여다보니 안쪽에서는 이미 어린아이들과 청소년, 학부모들이 프로그램 강사들의 설명에 따라 칠하고, 붙이고 한창이다.

‘정크아트를 활용한 상상마을 만들기’는 쉽게 버려지는 주변의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술 체험을 통해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페트병과 라면 포장용 종이박스, 옷감조각 등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물건들에 물감과 페인트의 색이 입혀지고 단추가 하나 둘 붙여지고 나니 어느새 작은 마을 하나가 완성됐다. 완성된 합작품, 마을을 두고 아이와 엄마가 사진을 찍고 있는 표정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대화가 필요했던 가족들이 함께 소통하다

 

 

“한 달에 한번 엄마와 아빠와 함께 놀이농산에 가고 싶다” 초등학생쯤 되는 여학생이 마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하다. 늘 가까이 있지만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미디어와 마임(움직임)을 활용해 대화의 문을 열어주는 프로그램 ‘대화가 필요해’ 는 역시 가족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무용, 조형, 디자인 등의 장르가 융합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했고 아직 어린 5~6살 아이들의 표정도 사뭇 진지하게, 진행됐다.

 

삶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방법 제시

 

워크숍 박람회는 학교 폭력과 게임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법도 제시됐다. ‘이종격투기로 학교 폭력 예방하기‘ 프로그램 은 이종격투기의 기본 자세와 기술을 배우며 ‘힘’과 ‘폭력’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방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진행됐다. 또한 ‘게임에서 찾은 우리 가족의 룰‘은 한 번쯤은 게임으로 인해 부모-자녀 사이에 불화를 겪어봤을 가족을 위해 건전한 게임 이용에 대한 가족의 룰을 찾는 워크숍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미술, 음악, 환경, 과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향연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한 정혜림 기획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의 표현 활동을 증진시키고 다양하고 질 높은 워크숍 체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워크숍에 관련된 기획자, 연구자, 아티스트, 기업, 학교 관계자들의 만남을 연계하자고 만들어졌다” 며 워크숍 박람회의 취지를 전했다.

베토벤의 명언 중에 ‘훌륭한 부모의 슬하에 있으면 사랑에 넘치는 체험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먼 훗날 노년이 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이웃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이번 워크숍 박람회야말로,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오래된 옷을 새 옷처럼 만드는 ‘난 실크하니까’ 프로그램은 만들고 싶은 모양대로 실크스크린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위크숍 진행자가 준비한 도안에 자신의 이름이나 슬로건을 응용하여 그릴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얀 도안 위에 각자 자신에 대한 한마디가 색색이 새겨지며 예쁜 작품이 탄생했다. 한편 음악적 표현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도 흥미로웠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이슈가 되고 있는 통기타 연주를 배우는 시간도 있었다. ‘30분만에 연주하는 두 줄 기타’라는 프로그램은 평소 외워야 할 코드가 많고 연습이 지루했던 기타를 단 2줄만으로 연주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이가 지긋한 어른부터 청소년까지 나이의 경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재활용품으로 손악기 만들기, 실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 공구사용법 등 아트, 건축, 이야기, 요리 등 다양한 장르의 체험형 워크숍으로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시민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나들이 가족들의 모습이 많았다.

 

 

미니 인터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이네요. 미술과 미디어아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너무 흥미로워요. 먼 길 왔지만 전혀 후회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제주 신정여고 3학년 고나영

“저는 직업 상 몸을 자주 움직이고 활동하지만 우리 학생들,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가족이 함께 하는 이 체험교육이 정말 뜻 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학부모 김미숙 무용예술강사

“저희가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본 후에 가족과 학생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작은 변화의 시작에 도움이 된다는 건 기쁜 일이니까요.”신지예 강사 이야기꾼의 책공연

 

글_ 박정희 ㅣ 사진제공_사회적기업 노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