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배움] ‘놀이”는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끈, 특수교사놀이연구회 탐방

도깨비 캠프에서 뚝딱!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놀이로 연결 하는 교사자율연구 모임 “특수교사놀이연구회” 를 만나다.


특수교사놀이연구회가 2주에 한 번씩 모이는 서울 대학로의 한 건물을 찾아가는 동안, 요즘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는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컴퓨터 게임, 시체놀이, 성대모사?  방학마다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어린이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뉴스 기사는 또렷이 떠올랐지만, 어린이들만의 놀이에 대해서는 예전의 ‘고무줄놀이’나 ‘딱지치기’에 비견할 만한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이처럼 공부와  컴퓨터에 시간과  친구를 잃고 혼자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의 진정한 놀이 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장애아동도 이럴진대, 장애아동의 놀이 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말할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특수교사놀이연구회가 1992년부터 전래놀이를 보급하며, 놀이정보를 공유하고, ‘놀이’ 자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온 이유다.
특수교사 놀이연구회는 1992년 놀이에 관심이 있는 교사 몇몇에 의해 ‘놀이사랑 특수교사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93년 가을부터는 매월 놀이의 성과물이나 작은 에피소드 등을 싣는 ‘놀기회보’를 발간하며 현재 제 57호에 이르렀다. 이제는 홈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놀이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놀이로 세상을 배우는 도깨비 캠프

도깨비가 방망이를 흔들어 여러 가지 보물이나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듯이 이 캠프가 일상생활에 지친 아이들에게 모험적이고 환상적인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통합놀이캠프 ‘도깨비캠프’는 1993년부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그 당시만 해도 장애우를 보낼 만한 프로그램을 갖춘 캠프가 국내에는 없었다. 도깨비 캠프가 장애우의 놀이문화에 새 지평선을 연 셈이다. 제3회 캠프에서는 장애 아동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을 놀이 구성원으로 포함한 최초의 통합 캠프를 열었으며, 그 이후부터 올해 제14회 캠프까지 통합놀이 캠프는 특수교육놀이연구회의 가장 큰 연중행사로 자리 잡았다.
도깨비 캠프는 놀이하는 아이들, 놀이교사, 특수교사(담임교사), 자원 활동가, 학부모 모두가 캠프를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주체로 참여한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동등한 놀이 구성원이 되고 전래놀이의 참맛을 알게 하는 것이다. 또한 참여하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된다. ‘자연을 닮자!’, ‘하나뿐인 나, 하나되는 우리’, ‘너를 통한 나, 마주 보는 우리’, ‘놀이로 여는 또 하나의 세상, 놀이세상!’  등 매해 다른 주제를 설정하고, 각 조의 이름을 비롯해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이 주제의 목표에 맞게 진행된다.


‘자연을 닮자!’, ‘하나뿐인 나, 하나되는 우리’, ‘너를 통한 나, 마주 보는 우리’, ‘놀이로 여는 또 하나의 세상, 놀이세상!’ 등 매해 다른 주제를 설정하고, 각 조의 이름을 비롯해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이 주제의 목표에 맞게 진행된다. “지금은 약 400여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정도로 도깨비 캠프가 많이 커졌지만, 사실 처음 이 캠프를 시작할 당시에는 아주 작게 출발했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더 잘 놀 수 있을까에 대해 매주 만나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장애아동들이 노는 방법과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며 차근차근 키워 나갔어요. ‘나는 이런 아이에게 이렇게 해봤더니 효과가 있더라’ 식으로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 더 그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거죠.”

처음 도깨비 캠프를 접한 부모님들을 위해서 캠프에 관한 궁금증을 풀도록 비디오시연회도 준비했다. 도깨비 캠프에 꼭 가고 싶다고 보냈던 신청 사연 모음부터 놀이교사 후기, 도깨비 캠프의 에피소드, 조별 소개, 사진들까지 알차게 엮은 시연회를 보고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가족들끼리 서로 마음을 맞춰 가족 여행 모임으로까지 발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수교사놀이연구회의 보람이다.

 

놀이 문화를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교사들

하지만, 보람이 큰 만큼 그 어려움 역시 크다. 놀이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도 단순히 놀이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 대상 선정, 놀이 규칙, 놀이의 즐거움 등을 총망라하는,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것들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비장애 아동들이야 스스로 자연스럽게 놀이 상황을 만들고 놀이에 참여하지만 자발성이 부족한 장애 아동들에게는 그것조차도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그야말로 공부 가르치는 것보다 힘든 셈. 교육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장애 아동이 놀이에 흥미를 가지고 어느 정도 놀이 방법과 규칙을 습득하여 놀이에 집중하며 재미를 느낄 때까지, 또한 ‘놀자’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스스로가 무엇을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지를 알게 하기까지 이끌어주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장애 아동이 자발적으로 놀이를 시작할 수 있기까지 교사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며 조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놀이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사회성이나 자발성이 부족한 아이들의 발달을 돕기도 하고, 발성은 안 되지만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려는 의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지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체득하거나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면 한낮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특수교사놀이연구회는 월 2~3회의 정기 모임을 통해 놀이의 기본 개념 및 특성, 놀이의 가치 및 제안점, 전래놀이와 아동의 여가 문화와의 관계, 놀이의 종류와 놀이 방법 등에 대해 이론적인 탐색을 실시한다. 또한, 회원들이 각자의 학교(특수학급, 특수학교) 및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놀이를 적용해 보고, 전래놀이부와 같은 계발 활동 시간을 통하여 장애아동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과 함께 재미있게 놀이에 참여하기 위해 통합된 상황에 따른 놀이 수정 방안을 연구하기도 한다.

전통 놀이를 좀 더 재밌게 응용하거나, 보드게임과 같이 새로운 놀이 문화도 접목시킨다. 이런 연구 성과를 기초로 이미 몇 차례의 특수교사를 위한 놀이 직무연수를 실시하기도 했고, 내년 1월에도 할 예정이다.
“이렇게 함께 모이면, 같은 목표를 가지고 힘든 길을 함께 가고 있어서 그런지 굉장한 의지가 되요. 각 학교에도 특수교사가 많아야 2명 정도이고, 다른 교사와 학부형 사이에서 항상 아이들을 대변하는 외로운 자리에 서게 되곤 하거든요. 서로 나누는 동병상련의 진솔한 대화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더 큰 희망으로 자랍니다.”

 

차별 없는 도깨비 캠프, 국적마저 뛰어넘다


특수교사놀이연구회에서는 작년부터 문화예술분야 교사자율연구모임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연구를 집대성할 시기가 온 것이다. 지속적인 문헌 조사, 현장 실행연구를 통해 놀이의 이론 및 놀이 방법에 관한 연구, 개별화된 교수지원 방안 연구를 지속하여 초등학생의 정서 순화와 함양, 전통에 대한 이해 증진,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간의 통합 증진, 개별화 된 교수 지원을 통한 장애 아동의 놀이 기술 습득 및 향상, 놀이 및 놀이 참여자의 다양성 확대 등의 연구 성과를 기대한다. 또한, 회원들이 각 학교에서 체계적,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놀이들을 정리하여 <장애 아동과 함께하는 전래놀이 책자>도 만들 계획이다.

책을 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놀이 방법을 설명하며, 좀 더 재미있게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놀이 수정 방법, 그리고 놀이 평가 체크리스트, 놀이 수업 지도안, 개별지도 프로그램인 놀이 IEP(individual education program) 등의 예시도 수록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2012년에는 제20회 도깨비캠프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 나라의 아이들을 초청하여 ‘월드 도깨비캠프’를 진행해 볼 꿈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대표적인 놀이 문화도 접해 보고, 언어나 인종, 사는 곳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놀이를 찾아 놀아보면서 하나 되는 시간을 가져보는 장이 될 것이다.
“저희 도깨비 캠프에는 차별이 없어요. 성별, 나이, 심지어 피가 다른 혼혈 아동도 함께 놀이를 즐기는 어린이일 뿐이에요. 여기에 국적 하나 더 추가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힘들어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 같아요. 장애 아동도 더 큰 세계로, 더 다양한 세상을 만나봐야 하잖아요. 저희는 그 연결고리 즉, 끈을 놀이라고 생각해요.”

특수교사놀이연구회의 꿈과 희망은 이미 휴전선도 넘은 듯하다. 북한에는 아직 전통 놀이들이 살아남아 보존되어 있을 것 같아 탈북자들과 뜻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이들은 놀이 자체로도 특별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놀이도 문화예술교육의 한 과목이다

“올 초만 해도 수업 시간이 10분 남았을 때 ‘너희들 하고싶은 거 해’라고 말하면, 다들 어리둥절해 했어요. 뭘 해야 할 지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놀이에 대해 가르치고, 놀이로 혼자가 아닌 친구를 알게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고, 친구를 설득하는 등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게 되었어요. 지금은 ‘나가서 달팽이 놀이 해도 되요? ’라고 물을 정도로 시간이 남았을 때 무엇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에요.”

사실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그 영역이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하지만 놀이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고 아주 어릴 적에 접하게 되는 시기성과 아직도 전해지고 있는 많은 전래놀이와 구전동요 등을 볼 때, 놀이가 문화예술의 한 장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야말로 그 영역과 대상에서 문화의 기본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다음 세대와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놀이’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전부터 놀이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특수교사놀이연구회는 놀이가 우리와 아이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그래서 삶을 지탱해주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들도 ‘놀이’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재고하고, 문화예술교육의 한 장르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을 줘도 놀 줄 모르는 아이가 커서 찬란한 문화예술을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성을 기르며, 기회비용이나 벌칙에 대해 자연스레 익히고, 더 재밌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어린이 스스로의 노력에 박수를 쳐 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