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역센터 시범사업 추진계획’은 대도시 유형과 중소도시 유형, 농산어촌 유형별로 각각 2곳 씩 총 6곳의 추진단체를 지정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도시 유형은 인천 연수구 문화원과 광주 북구 문화의 집이, 중소도시 유형은 강원도 강릉 문화원과 충북 청주 흥덕 문화의 집(청주 민예총 공동)이, 농산어촌 유형에는 경남 거창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와 전남 담양 예술인창작마을 놀이패 ‘신명’이 각각 추진단체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시행될 이번 시범사업은 우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지역센터 사업의 지역별 역할모델 수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지역적 안배를 고려해 추진단체를 지정했다.
문화기반시설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
상대적으로 문화의 혜택이 풍부한 대도시의 경우 이미 마련된 문화기반시설을 적절히 이용하며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지역사회를 연계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었다. 인천 연수 문화원의 경우, 작년과 올해 ‘갤러리에서 배우는 체험! 미술의 세계’라는 타이틀로 연수구청 1층에 마련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연수문화원의 김용진 팀장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이 지역사회 기반을 활용하는 예가 될 수 있다”며 사업을 설명했다.
“매년 컨셉이 다른 데 올해는 지역사회 이해라는 측면에서 지역의 공간을 이해하는 장을 마련했다. 지역 작가 분들을 섭외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지역의 공간에 대한 교육을 한 것이다. 구청의 갤러리를 위탁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미술아카데미’라는 타이틀로 방학기간 동안 미술을 통해 그 동안 몰랐던 지역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 연수문화원에서 개최하는’갤러리에서 배우는 체험! 미술의 세계’는 뛰어난 시설과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
연수문화원은 매년 5명의 작가를 선정, 학생과 일반인, 교사들이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올해는 고은, 신경림, 황동규 시인 등이 문화원을 찾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용진 팀장은 “연수구의 교육열이 높고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다”며 “구청의 문화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어 이 시설과 문화원의 문화예술교육 노하우를 접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8개 학교에서 9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학교문화예술교육 분야는 영화강사를 상근직으로 고용하는 등,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국제비엔날레 등 문화중심도시라는 국책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광주에서는 북구 문화의 집이 선정 되었다.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지역의 분위기 속에서 광주 북구 문화의 집 또한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해 활발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 중이다. 특히 문화의 이해와 역사교육, 디자인 수업, 미디어통합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북구 문화의 집의 정민룡 팀장은 “올해는 초중고 각 1개 학교와 청소년 직업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며 광주의 지역적 특색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부분인데 그러려면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역의 공간적 개념과 역사, 시간적인 개념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많다. 공간의 이해를 위해 ‘학교디자인 프로젝트’라는 디자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고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에서는 ‘1인칭 5?18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역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 북구문화원이 지원하는 공간의 이해를 위한 ‘학교 디자인 프로젝트
북구 문화의 집은 광주지역의 공간적 역사적 자원을 문화예술교육콘텐츠로 개발해 수행하는 시스템 추구를 위해 문화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이런 흐름이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접목되기 위해선 학교의 마인드 즉 입시위주의 교육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수문화원의 김용진 팀장은 “과다한 직무를 맡고 있는 교사들에게 학교문화예술교육 또한 하나의 직무로 인식되기 쉽다”며 “또한 입시위주의 교육이다 보니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학습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정은 북구 문화의 집도 마찬가지. 정민룡 팀장은 “광주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긴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인문계 학교보다는 실업계와 정보고에 치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역특성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기반시설이 부족한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적 특성을 살린 교육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실행하고 있었다. 강원도 강릉 문화원의 경우 강릉 지역의 무형문화재인 강릉농악과 관노가면극, 오독떼기를 활용한 전통문화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강릉농악 7개 학교, 관노가면극 7개 학교, 오독떼기 1개 학교 등 총 400여명의 학생이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었다. 강릉문화원의 심오섭 사무국장은 “전통문화교육이 활성화되다보니 학교의 운동회가 축제화되고 있다”며 교육이 성과를 이야기했다.
“강릉 호남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릉지역 무형문화재 교육을 시행했다. 운동회날 전교생이 꽹과리와 장구를 연주하자 지역주민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며 지역 축제를 방불케 했다. 강릉지역 무형문화재 보존회 분들과 문화원이 연계해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는데 오히려 학교 측에서 먼저 신청해올 만큼 성과가 좋다”
강릉 문화원이 지원하는 전통문화교육은 지역축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신명나게 펼쳐진다.
강릉의 경우 매년 개최되는 강릉 단오제가 전통문화교육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중심지에서 벗어난 지역의 지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관노가면극을 시행하고 있는 신영초등학교의 유제원 교감은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이 내년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방과 후에 사교육 시설이 전무한 이곳의 사정상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아이들이 넋 놓고 지낼 수밖에 없다.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현재의 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지역단체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의 특화
농산어촌 유형 추진단체로 지정된 경남 거창의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역시 이러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측에서 먼저 요청할 만큼 문화예술교육에 열의를 갖고 있다고. 상대적으로 사교육에 대한 기반시설이 부족한 읍, 면단위 학교에서 이러한 반응이 두드러졌다.
거창에서 열린 겨울연극제에서 열연하고 있는 학생들 .
1989년부터 경남지역 연극단체들을 중심으로 시월연극제를 개최한 거창은 93년부터 해외극단이 참가하며 95년 7회부터 거창국제연극제로 행사를 확대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지역단체의 도움으로 연극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마인드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교육도 연극분야가 특화됐다. 작년 5개 학교, 올해에는 12개 학교에서 연극교육을 실시한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는 ‘연극체험 학습을 위한 학생체험교실’, ‘영어 연극체험 교실’, ‘학생연극지도를 위한 교사연극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의 서정상씨는 “내년에는 교육청과 협의해 거창지역 내 34개 초중고에서 모두 연극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지역센터로서의 역할 고민
오는 11월부터 추진단체로 지정된 곳의 공통된 고민은 현재의 시범사업과 추진단체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것. 대도시의 경우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구축과 사업설명의 구체적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다.
인천 연수문화원의 김용진 팀장은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네트워크 활성화, 직접적인 사업지원이 큰 골자”라며 “아직 추진단체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시행할 당시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단축시키냐가 관건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광주 북구 문화의 집의 정민룡 팀장은 “전문 인력을 재교육하는 문제가 한계로 지적되곤 했는데 추진단체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곳에 인력을 배치하고 재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개발과 교보재 개발에 더 역점을 둘 예정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의 특성을 문화예술교육에 접목시킨 강릉 문화원의 경우 시범사업의 범위를 넓혀 지역 보존회와의 연계와 강사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점차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강사진의 보강을 위해 문화원에서 전통문화를 전수받은 강사를 학교에 파견하여 추진단체의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강릉문화원의 김유진씨는 “우선 강릉지역만의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두고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확대시켜나가는 동시에 교보재 개발 또한 병행할 것이다. 지역 문화단체의 프로그램과 질적 수준을 파악하고 전통문화 이외의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 등 연구사업에 치중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미 연극교육을 특화시킨 거창연극제 육성진흥회는 내년부터 거창지역 내 전 학교에 연극교육을 시행하고 거창연극제와 연계, 강사교육과 교재개발에 사업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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