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만 해도 예술가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2021년 예술인은 매년 5월이면 예술인을 위한 종합소득세 신고 교육을 수강하고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한다. 법이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20년 12월 처음 도입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역시 빠르게 예술인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제도 도입 두 달 만에 가입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했다.
현장에서 예술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예술인 고용보험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리는 듯하다. 가입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라 자신과는 동떨어진 별세계 이야기로 여기기도 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기는 하겠지만 일반 근로자처럼 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법으로 보호할 ‘문화예술’과 ‘예술인’의 범주를 정한 「문화예술진흥법」과 「예술인 복지법」에 이어서,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예술인과 그렇지 못한 예술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를 덧그렸다. 「예술인 복지법」 제2조 제3호에서 ‘문화예술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용역’이라고만 간단히 정의했던 ‘문화예술용역’의 개념을 더욱 깊이 파고들어 구체화했다. 용역 기간과 노무 제공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도 추가했다. 그 결과 예술인의 활동 영역 중에서 많은 부분이 「고용보험법」의 테두리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 A to Z’ 한 눈에 이해하기
[이미지출처] 예술인 고용보험 정보 사이트
[이미지출처] 예술인 고용보험 정보 사이트
테두리 하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이나 강의는 문화예술용역에서 말하는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화예술교육 용역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예술로)’ 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창작산실’ 사업 등 문화예술 프로젝트에서는 예술인이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을 활용하여 강연, 해설, 멘토링, 컨설팅, 워크숍, 예술 활동과 연계된 교육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전체적인 용역의 성격을 고려하여 교육을 포함한 전 과정을 문화예술용역으로 볼 수 있다.
테두리 둘. 영상의 기획·제작
현재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하는 ‘문화예술’로는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및 만화가 있다. 영상 기획·제작업은 「콘텐츠산업 진흥법」에서 규율하는 ‘콘텐츠산업’의 대표적인 분야이지만 영상의 내용이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 있을 때만 문화예술용역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연극 공연을 위한 영상 제작은 연극의 기술지원 용역으로 분류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되지만 시사 보도 방송이나 상업 광고, 문화예술과 관련 없는 행사를 위한 영상 제작은 문화예술용역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유튜브나 팟캐스트 방송을 위한 영상제작용역은 문화예술용역에 포함될까? 인기 유튜버의 유튜브 방송, 연예인이 출연하는 팟캐스트와 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콘텐츠는 어떨까?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일상을 찍은 브이로그(Vlog)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영상 기획·제작도 문화예술용역에 포함될까?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 말하는 대중문화예술용역이나 연예 분야의 문화예술용역으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된 바는 없지만, 영상의 내용이 연예나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이 있고, 일정한 기간을 정해 방송의 기획·제작이라는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대금을 받는 계약을 하였다면 유튜브나 팟캐스트의 기획·제작 종사자 또한 예술인 고용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테두리 셋. 저작권 관련 계약
순수한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라이선스)은 예술인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계약이지만 「고용보험법」에서 말하는 문화예술용역으로 보기 어렵다. 저작물 기획 단계에서의 계약과는 달리, 완성한 작품의 저작권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계약만으로는 저작자가 계약 기간 동안 저작권 이용자에게 용역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어 예술인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출판사의 청탁 없이 혼자 쓰고 완결한 작품을 출판하기로 하는 저작권 이용허락 또는 출판권 설정 계약은 어떨까. 이런 형태의 계약은 편집 및 출판 과정에서 작품의 개변(변경)을 수반하고 개정판을 낼 때 수정작업을 거치는 등 저작자가 계약 기간 중 용역을 제공한다면 문화예술용역의 범위에 포섭될 수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면 근로복지공단 예술인 고용보험 전담팀(02-2097-9250)에 문의할 수 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만든 예술인 고용보험 정보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1:1 상담도 가능하다. 전화나 온라인 답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예술인 당사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정식으로 ‘예술인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할 수도 있다. 이상의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문화예술용역 운용지침서』를 참고하였다. 이 지침서 또한 온라인에서 쉽게 받아볼 수 있다.
- [관련링크]
- · 근로복지공단 예술인 고용보험
- · 예술인 고용보험 정보 사이트
- · 『문화예술용역 운용지침서』
- 임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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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사.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불공정거래와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예술인을 상담하고, 한국만화가협회·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예술(예술인)단체의 법률자문을 해오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입문강사로도 위촉되어 활동 중이다.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공저)를 썼다.
aerie@iduks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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