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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목소리, 작은 질문에 귀를 기울이면

서로의 곁을 살핀다는 것

지인이 수습생으로 일하던 옷 수선 가게에 단골 할머니가 있었다. 기성복을 사면 항상 소매가 길어서 줄여 입는다며, 자기처럼 팔이 짧은 사람도 있고, 보통보다 다리가 긴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생긴 모양이 다른데 공장에선 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옷만 찍어내는지 모르겠단다. 파는 옷 치수에 대략 내 몸을 맞추는 데 익숙했던 나는, 평소라면 그저 예민하시네, 불편하셔서 어째, 여기고 말았을 할머니의 말을 곰곰 생각해 봤다. 사람의 몸은 다 다른데 고작 ‘대, 중, 소’ 이렇게 단순하게 나눠 옷을 파니 어깨가 불편하고 바짓단이 질질 끌리는 거였다. 같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변모하며 고요한 황홀을 잇다

예술가의 책방④ 책방이음

2008년 2월 서울 대학로에 사무실을 둔 시민단체 ‘나와우리’로 직장을 옮기자마자, 좋아하는 책을 살 수 있는 서점이 어디 없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큰 통행로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이음아트’가 나왔다. 지하 1층으로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브람스 교향곡 3번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십 걸음을 걸어도 끝나지 않는 책방의 서가마다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막 나온 새 책뿐만 아니라 중고 책도 있었고, 턴테이블에 LP가 돌아가고 있었다. 주인은 손님 온 것도 모르고 책에 심취해 있었다. 사무실에서 연락이 와서 급히 나왔지만, 지하에서 펼쳐지고 있던 고요하면서도 황홀한

전환의 시기, 새로운 준비

2022년 6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여성가족부, 청소년활동 체계(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청소년정책 토론회」 개최 (‘22.5.16.)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원장 김현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사장 이광호)은 청소년활동 현장에 대한 진단과 정책 방향 논의를 위해 지난 5월 17일 2차 청소년정책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청소년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에 청소년 시설 현장에 대한 진단과 정책 방향 논의’를 주제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청소년활동 분야의 현장 및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활동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제발표와 원탁토론이 진행되었다. 주제발표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청소년활동 전략 수립과 통합적인 청소년정책 전달체계 구축 제안, 청소년활동 강화, 시설 개편, 청소년 사회참여

시간을 좇다 땅을 좇다

분단의 경험을 기록하는 비무장사람들

‘비무장사람들’은 DMZ권역을 중심으로 사회문화리서치 기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분단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작가·기획자들의 모임이다. 이러한 ‘비무장사람들’을 제안하고 조직한 비무장사람들 대표, 작가 진나래를 만나보았다. 보라색 별을 얼굴에 담고 다니는 사람 진나래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겨울이었다. 그해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에코뮤지엄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진나래 작가는 경기도 내 다양한 지역 현장을 탐방하던 중 내가 있던 의정부 빼뻘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비슷한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동료 작가를 만나니 반가웠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경계의 땅이기도 한 의정부 빼뻘과 연천 신망리에서 각자 작업하고 있는

평화의 감각, 일상에서 깨우다

협동조합 청풍 평화프로젝트

평생 따뜻한 남도에서 살다 올해 1월, 추위가 매서운 강화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말해주듯이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철책선과 검문하는 군인들, 지척에 있으나 갈 수 없는 북한 땅의 모습은 생경함 그 자체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이 생경함도 이곳에 머물러 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될 거라는 걸 안다. 특별했던 것들도 일상이 되면 무던해진다. 무던해진다는 것은 무감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 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은 우리의 의식에서 배제되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감각은 다시 무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관점에서 ‘평화’라는 말을 다시

안전한 공간, 장미다방에서 만나요!

어려움에 처한 이를 위한 환대의 꽃 피우기

아나스와 자이납은 이집트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섰다는 이유로 군과 경찰에 쫓기고 고문을 당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목숨을 지키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안전한 곳을 찾아 함께 고국을 떠났다. 군부를 몰아내고 민주 정부를 세운 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난민법을 제정했고 전쟁과 피난을 경험한 이가 대통령인 한국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난민 신청을 했다. 해마다 수천 명이 한국에 찾아와 난민 신청을 하는데, 그중 난민 인정을 받는 사람은 고작 1% 남짓인 수십 명 정도인 걸 그들은 미처 몰랐다. 자이납과 아나스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안정적인

감각 교차를 채집하는 도구와 장소

예술가의 감성템③ 피에조, 루페, 실상사

조각을 공부하고 그 뒤 사운드아트와 사운드 설치미술, 필드레코딩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난 뒤부터 나의 활동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시각적인 영역과 청각적인 영역을 오가기도 하고 그 둘의 영역의 교차지점에 서 있기도 하면서 소리를 매개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과정과 결과물을 경험하고 소개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2017년 가을이 지나가는 시기에 ‘깡깡이마을’이라고 불리는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전자공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예술학을 공부한 다른 작가와 둘이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깡깡이마을은 부산 자갈치 수산물 시장이 맞은편에 보이는 영도의 해안가 선박수리 공업지역이다. 마을 전체가 선박을

성난 지구를 달래는 다정하고 느릿한 인사

오늘부터 그린⑧ 기후변화와 생활 속 실천

북한산 자락에 속하는 우리 동네 뒷산은, 오래된 나무들과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작지만 제법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산 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아침이면, 낯익은 조기축구회원들과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산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나들이 인파가 꽤 있는 편이다. 잘 발달한 숲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해준다. 폭염으로 고통받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덮친 겨울철에도, 숲 안으로 들어가면 더위나 추위도 적당히

꽃을 피우듯 함께하는 마음, 평화를 향한 모두의 외침

우크라이나를 돕는 예술 활동

작은 움직임이 평화의 불씨가 되길 이선철_감자꽃스튜디오 대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압도적 우위의 대국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거나 곧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어 양국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이나 핵전쟁 또는 우크라이나의 만성적 내전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 우려를 하게 되었다. 또한 전황이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며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부당한 침공에 맞서 기꺼이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회복과 전환을 위한 혁신·지속·포용

2022년 4·5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관광·콘텐츠 정책지표 상황판 누리집 개설 (‘22.3.29.)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원장 김대관)은 문화·관광·콘텐츠 분야의 정책지표체계를 생산, 고용, 소비, 여가활동의 네 영역으로 구분하여 정책 현안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공개했다. 정책지표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생산·가공하는 문화·체육·관광 지표부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산하 기관의 정보시스템에서 집계하는 자료까지 총 29개 지표가 포함된다. 사용자가 직접 그래프의 조회 기간을 변경하거나 표시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양방향 시각화 기술을 적용하고 지표의 데이터와 그래프 이미지를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편의 기능 제공하여 종합적이고 신속하게 정보를

“당신 자체로 충분하다”

레베카 블랙만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디렉터

지난 5월 열린 2022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주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 회복과 전환’이었다. 오프닝 행사였던 국제 심포지엄에 초청된 레베카 블랙만(Rebecca Blackman)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디렉터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창의적인 사람과 장소’(Creative People and Places, 이하 CPP)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더불어 2018년 영국 정부가 고독 정책을 발표한 후 팬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요 의제가 되었던 사회적 고립 문제와 연계하여 CPP 프로젝트가 추진한 다양한 역할과 가치를 함께 짚어주었다. 2012년 잉글랜드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ACE) 주도로 시작된 CPP는 잉글랜드 지역 내 예술 활동 참여도가 하위 20%인

그 서점엔 예술이 있다

예술가의 책방③ 청학서점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책방 문을 여는 남편에게 나는 20년째 묻는다. “그렇게 일찍 책 사러 오는 사람이 있나?” 그럼 남편은 어김없이 대답한다. “아버지는 6시에 책방 문 열었다아이가!” 그렇게 아버지가 걷던 길을 따라 남편은 26년째 책방을 지키고 있고, 아버지의 일생과 아들의 청춘을 오롯이 담은 청학서점은 올해로 환갑을 맞이했다. 1961년 8월 18일 밀양 내일동에서 시작하여 오랫동안 밀양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책방이건만 세상의 긴박한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다. 사람이 넘쳐나던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밀양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청학서점의 위상도 순식간에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다음 내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