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공생'

최신기사

무심한 공생을 위해, 초록은 생각하지 마?

오늘부터 그린㉛ 일상에서 행동하는 작업

새는 살만한 곳에 산다 <렛츠 버딩!(함께 새 하는 중!)>(2022)은 탐조(birding)로 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새를 만나고, 의도된 오역/어설픈 ~되기(새 하는 중)의 시도를 통해 자신과 새의 (이미 있는) 연결성을 발견해 내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성북천에서 만난 한 오리(한동안 흰뺨검둥오리로 오해했던, 하지만 청둥오리 암컷이었던)와의 조우였다. 어느 날 약속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성북천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 흔한 오리가 한 마리 있었다. 도착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별생각 없이 오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들었다. ‘여긴 인공하천인데, 쟤네

거대한 전환의 설계도 속에서
문화적 진지를 구축하라

사회변혁과 교육 대전환

우리는 지금 일제 강점기, 분단, 전쟁, 가난, 군사독재를 뚫고 오늘의 G7, IT 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 BTS로 상징되는 문화강국, 그리고 촛불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두운 나라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렇게 ‘극에서 극까지’ 이른 양면적·이중적 성취는 그만큼 성공 피로도와 자기 착취도가 극도에 이르렀다는 증거이다. 자살율 OECD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 3-4위권, 청소년의 학업 흥미도 최하위권, 기후악당 4대국 중 하나이고, 1인당 비닐 사용량 최대, 미세먼지

미지의 생물을 향한 감각의 확장

흙의 예찬① 버섯 찾기

흙냄새를 따라서 나는 2019년부터 취미로 버섯을 찾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이 오면 바람을 타고 스쳐 가는 흙냄새를 따라서 숲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야생 버섯 중에는 크기가 작거나, 색이 화려하지 않거나, 풀과 낙엽 사이에 있거나, 돌멩이처럼 생겨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는 독특한 향기를 통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이나 삶은 무, 해산물 냄새, 혹은 죽은 생물이 부패할 때 풍기는 향처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냄새를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셀 수 없이

어떤 미래를 향한 교육인가

내일의 교육② 『미래·공생교육』

나는 ‘미래’라는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미래교육’이라는 말 또한 그렇다. 미래라는 말이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다. 지금, 누가 미래를 말하고 이익을 보는가를 자세히 따져보지 않으면 공허한 미래주의에 현혹될 수 있다. 2016년 알파고 충격 이후 소위 4차 산업혁명 담론이 등장했지만, 결국 자본의 이익을 위한 공포 마케팅의 일종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제4부에 묘사된 생명공학, 사이보그, 인공지능을 비롯한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류의 기술-미래 담론은 역사학이 생물학 또는 미래학으로 변형되어 현실을 압박하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미래·공생교육』 (김환희, 살림터, 2020)

일상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공간

미아리고개 도시재생 공간 ‘미인도’

미아리고개 고가도로 하부에 위치한 ‘미인도’를 찾아가려면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곳은 꽤 알려진 맛집이 많은 대학가이다. 이렇게 번화한 곳 근처에 미인도가 있구나, 의아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신비로움은 횡단보도 하나에 의해 단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고가도로가 나타날 즈음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인적이 뚝 끊긴다. 그리고 눈앞에 오래전 점집이 있던 흔적을 지나 청소노동자들이 열심히 쓰레기 분리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풍경을 만났다. 길은 이어져 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길이 도시에는 무수히 숨겨져 있다. 끊어진 발걸음을 잇고 다시 걸어 다니는 길을 상상한 사람들의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경계 짓되 분리하지 않는 조화를 위하여

공존을 위한 각성과 시도

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잠들지 못한 첫새벽에 인왕산에 숨어들었다. 숲이 이루는 수많은 무늬와 무한한 초록에 매료되었다. 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여기던 내가 인왕산에서 깊은 위안과 야생의 위로를 받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연과 격리된 채 자란 나에겐 의외의 경험이었다. 그렇게 산을 드나들던 어느 날, 누워서 주변을 돌아보던 나는 내가 인왕산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의 문턱에 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흰색 꽃자루가 하늘거리는 큰까치수염, 개울가 바위 구석구석에 피는 흰털머위꽃은-나중에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는-그냥

공생공락을 위한 담대한 상상과 실천

작지만 큰 공존을 위한 성찰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 1949~2020)의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1989)을 다시 읽는다. 적도 부근 아마존 땅, 엘 이딜리오에 사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가 치과의사인 루비쿤도 로아차민이 건네주는 연애 소설을 자신의 오두막에서 고독을 즐기며 읽는다는 기본 플롯의 소설이다. 글을 쓸 줄은 모르지만, 읽을 줄 아는 노인이 연애 소설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저작(詛嚼)하듯 즐기며 읽는 모습이 재미있다. 예를 들어 노인은 “그런데 키스를 할 때 어떻게 하면 ‘뜨겁게’ 할 수 있지?”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두 남녀가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예술과 기술의 최전선에서 공명하는 따뜻한 소리

편집위원이 만나다⑥ 권병준 미디어 아티스트

마이크를 통해 입속의 노래를 내뱉던 뮤지션 권병준이 이제는 마이크의 지향을 밖으로 돌려 세상의 소리를 담아내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다. 권병준의 사운드는 우리 사회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속도에 매몰된 기계문명의 허를 찔러왔다. 인간을 사색과 휴식으로 이끌며 서로 공명하는 기술을 발굴해온 것이다. 온갖 새로운 악기들이 태어나 숨 쉬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예술의 기술적 구현을 함께 궁리했다. 작업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개척해왔다. 예술적 영감을 기술로 구현하다 보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겠지만, 기술 덕택에 예술적 영감이 애초 예측을 넘어 확장되었던 경우도 만날 듯하다.

‘생막걸리’ 같은 자치와 자급을 추구한다

편집위원이 만나다ⓛ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실장

1989년 ‘군민 주(株)’로 창간한 [옥천신문]은 지역에서 또 하나의 ‘작은 권력’이 아닌 ‘조그만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 주민들의 공론장 구실을 톡톡히 한다. 편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구현하며, 지역 주민들이 ‘우리 신문’이라고 생각하는 지역 언론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옥천신문] 제작실장인 황민호(필명 권 단) 선생을 만나 지역에서 공론장이 왜 중요하고, 로컬 지향의 ‘커뮤니티 저널리즘’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역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지역은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기반이나 제도가 미흡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자기소개를 겸하여 [옥천신문]에서 어떤

숲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나무를 헤아리는 예술

숲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나무를 헤아리는 예술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기반에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매년 나무를 심고 있지만 동시에 개발을 위해 계속해서 산림을 파괴합니다. 나무를 활용한 예술 활동을 통해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버려진 나무에 숨을 불어 넣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는 버려진 나무를 이용하여 가구를 만드는 ‘조각 목재 캐비닛(Scrapwood Cabinet)’ 작업으로 디자인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전통주택이 철거될 때 버려진 목재 조각들을 다듬고 재배열하여 가구를 만듭니다. 전통적인 소재를 이용해 다채로운

도시를 변화시키는 예술가의 지혜

도심 속 예술가의 사회참여적 예술활동

도시를 변화시키는 예술가의 지혜 도심 속 예술가의 사회참여적 예술활동 시대와 문화에 따라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변화하였습니다. 예술가들은 전통적인 예술 영역에서 벗어나 작업실에서 거리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예술 영역을 확장합니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경제, 정치, 문화 등 우리의 삶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시를 돌보고, 지구촌 공동체를 이루는 예술가들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주민의 시작으로 수 놓은 지도 도시환경 속 사람들의 생활을 연구하고 맵핑하는 예술가 리즈 쿠에네크(Liz Kueneke). 그의 작업 어반 패브릭(Urban Fabric)은 모로코, 에콰도르, 인도, 스페인,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