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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코로나19를 치유하는 공동체 예술

아메리카 대륙 북서부 연안에 사는 원주민에게 겨울은 각종 의례를 행하는 축제의 계절이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아마 올해도 콰키우틀(Kwakiutl)이라 불리는 꽈꿔껴’왁(Kwakwaka’wakw), 틀링깃(Tlingit)과 하이다(Haida) 같은 혈족들의 마을에서는 ‘포틀래치(potlatch)’라는 이름의 의식이 대단한 규모로 개최되었을 것이다. 선물 혹은 ‘준다’라는 말에서 나온 포틀래치는 한마디로 하면 선물을 주는 잔치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노래, 춤, 가면극 등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결혼, 탄생, 입양, 죽음, 성년식 등 삶의 주요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행해진다. 포틀래치라고 통칭하고 있지만, 북미 북서 연안의 다양한 혈족들은 각기 특색 있는 버전의 의례를 행한다. 이들은

초라하고 밋밋해도 그게 우리 삶이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 ‘목욕탕연극’

들어는 봤나? 목욕탕연극! 반신욕으로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릴랙스 시키듯, 선한 영향력으로 재미난 실험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만든 연극이란 말씀! 그 소문은 믿거나 말거나 한 달에 한 번, 기린봉에 환한 보름달이 뜨면 마을 주민 모두가 토끼로 변한다는 전주시 남노 송동에서 시작되었다. 이 B급 감성의 목욕탕연극에 대한 소문이 저 멀리 한양까지 당도하고 말았으니, 이제 그 훈김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전해질 일만 남았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이 만든 목욕탕연극 〈목‘욕’합니다. 웃음을 밀어‘드’립니다〉(일명 ‘욕드’)가 랜선을 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유를 찾아 서둘러 채비(목욕 바구니는 챙기지 않았다)를 마치고

누군가 알아보고 말 걸어준다면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아고, 예뻐라! 어디서 이렇게 예쁜 사람이 왔쪄?”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은 만개한 벚꽃을 볼 때보다 더 감탄한다. 세상에 온 지 2년 채 안 됐을 것 같은 아이는 어르신들의 찬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고 나서는 머리만 까딱 움직여서 나름의 작별인사를 한다. 바람결에 실려 아이보다 먼저 다른 벤치에 도착하는 달짝시큼한 냄새. “아이고야, 너무 예쁜 똥강아지네!” 일행 없이 혼자 앉아있던 어르신은 박수까지 치며 환하게 웃는다. 아이는 팔을 벌린 어르신에게 보들보들한 몸을 잠깐 맡겼다가 뺀다. ‘빠빠이’를 하고 자박자박 걸어가는 아이는 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내 힘으로, 네 힘으로 걷는다

회복하는 생활‧회복하는 세상

의기투합 없이 만났기에 기약 없이 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려지는 작은 모임 속엔 늘 아픈 사람들이 있었다. 아픔에 대한 말은 대개 간절한 고백의 옷을 입고 등장을 하는 탓에 모두를 그 자신의 아픔 안으로 가둬버리곤 하기에 우리는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 포로가 되어버린다. 타인의 아픔에 휘말리고 부대껴 속절없이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간을, 그러나 존중하고 싶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민주주의와 공동체성을 위한,
발현하는 마을아카이브

예술교육과 기록

요즘은 ‘아카이브’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대체로 유용한 자료, 문서, 사진, 영상, 파일 등과 같은 기록을 모아서 정리하고 활용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카이브를 기록물의 차원으로만 좁혀서 이해하면, 아카이브가 19세기 이래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장치로 발달해왔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국가아카이브에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가 들어 있다. ‘정부는 기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에 아카이브를 만들어 업무수행의 과정과 결과를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행위의 증거는 기록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아카이브가

일상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공간

미아리고개 도시재생 공간 ‘미인도’

미아리고개 고가도로 하부에 위치한 ‘미인도’를 찾아가려면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곳은 꽤 알려진 맛집이 많은 대학가이다. 이렇게 번화한 곳 근처에 미인도가 있구나, 의아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신비로움은 횡단보도 하나에 의해 단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고가도로가 나타날 즈음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인적이 뚝 끊긴다. 그리고 눈앞에 오래전 점집이 있던 흔적을 지나 청소노동자들이 열심히 쓰레기 분리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풍경을 만났다. 길은 이어져 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길이 도시에는 무수히 숨겨져 있다. 끊어진 발걸음을 잇고 다시 걸어 다니는 길을 상상한 사람들의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예술가에게

지금 여기, 함께 살아감의 미학

이 글은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2020.9.14~9.17) 개막식에서 발표한 사이먼 맥버니의 기조발제 를 지면으로 옮긴 것입니다.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언덕을 넘어 저에게 옵니다. 얼굴에 피곤이 가득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의 코로나 상황은 지독한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시기는 이제 넘겼으니,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점심으로는 계란 토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내 스테이크를 내려놓은 아이들은 다시 뛰어 들어갑니다. 좋은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여긴 아침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저녁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조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여러분들이 언제 이 영상을 보고, 들을지조차 알

아프다는 것, 그리고 돌본다는 것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동물들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앓고 지낸다. 우리가 수많은 병에 걸리지만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덕분’이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수명 때문이다. 문명이 고도화되고 과학이 발달할수록 신체의 괴로움을 견디어야 하는 시기가 길어진다. 그만큼 병원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법 그리고 첨단 장비도 동원된다. 그런데 그 시스템은 우리의 건강을 제대로 보살펴주고 있는가. 『아픈 몸을 살다』(아서 프랭크, 봄날의책, 2017)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김영옥, 메이, 이지은, 전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