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청소년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라고 한다.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인 이전 세대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이들에게 예술교육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그리고 예술교육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할지에 관하여 청소년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2 시민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아르택트 랩’ 지원사업 중 ‘시간과방의실험실’이 주최한 <공간너머>에 참여했던 나연주, 전민주 학생을 만났다. 이 프로젝트에는 재외동포 청소년과 서울, 경기, 제주도의 청소년을 온라인 속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내고,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전혀 그 거리감에 느껴지지 않는 낯선 또래를 친근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묶어 줄 수 있는 예술교육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좌담에 참여한 두 학생 역시 18,236㎞의 거리와 12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메타버스에서 우리들과 만났다.
좌담 개요
일 시 : 2023. 4. 28. 오전 9시(서울) – 오후 9시(상파울루)
장 소 : 게더타운
참석자 : 나연주(구암고등학교), 전민주(Graded the American School of São Paulo)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평소에 예술 활동이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얼마나 접하고 참여하고 있는지도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나연주나연주

안녕하세요. 구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나연주입니다. 저는 평소에 예술 활동을 즐겨합니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며 평소에 음악의 노래 가사나 멜로디를 들으며 자주 생각에 잠기곤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나 교훈을 생각하며 보곤합니다.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해서 춤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즐기는 편입니다.

전민주전민주

안녕하세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Graded the American School of São Paulo 9학년 전민주입니다. 평소에 예술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는 않지만, 가끔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가곤 합니다. 사실 학교 안에서 참여하는 예술 활동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연(연극, 무용, 밴드, 오케스트라 등)과 음악 시간을 통해 예술을 접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공간너머>에 참여했는데, 서로 만난 적이 있을까요? 참가 소감도 궁금해요.
전민주전민주

우리가 만난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행동도 같이하면서 가치 있는 경험을 했어요. 되게 독특하고 신기했어요. 처음에 부모님 권유로 접하게 되었는데, 설명을 들어보니까 되게 흥미롭기도 하고 평소에 제가 관심 있던 주제라서 해봐야겠다 싶었죠.

나연주나연주

저는 작년, 재작년 모두 참여했는데, 처음에 부모님이 권유해 주셨어요. 원래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편이었는데 뭔가 일상에 새로운 변화도 주고 싶었고 어떤 체험인지 궁금했어요. 재작년에 참여하면서 좀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했었던 터라 다시 참여하기로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소년들은 인터넷,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정말 잘 다룰 것이고, 생활과 학습에 잘 활용할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요. 실제로도 그런가요?
나연주나연주

디지털이랑 그리 친하지는 않아서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데, 그래도 웬만한 디지털 기기는 잘 다룰 수 있어요. 제 주변 친구들은 디지털 기기와 더 많이 친숙한 것 같아요. 공부할 때나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는 자주 사용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나 춤을 출 때도 자주 사용하고요.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여 영상을 편집해 본 적이 있어요. 코로나 이후에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수업을 듣거나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게 많아져서 그래도 그때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민주전민주

아무래도 학교에서 디지털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놀랄 만큼 훌륭한 작업은 아니지만, 음악, 간단한 그림, 짧은 동영상을 만드는 등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한 창작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어요. 숙제도 필기도 온라인으로 해서 기본적인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갖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무조건 손으로 적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코딩 같은 것에도 관심 있는데 잘하진 못해요. 친구 중에서 프로그래밍 듣는 애들은 앱도 만들 줄 알고 미술하는 친구들은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죠. 좀 신기해요.

어떤 플랫폼과 콘텐츠를 주로 이용하나요? 그 플랫폼/콘텐츠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연주나연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합니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해 주는 영상들을 시청하면서 유익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하고, 인스타는 친구들과 소통할 때 자주 사용합니다. 가끔 친구들이랑 재미로 제페토(Zepeto, 메타버스 플랫폼)나 로블록스(Roblox, 온라인 게임 플랫폼 및 게임 제작 시스템) 같은 데서 아바타를 만들어서 대화하고 놀 때도 있어요. 디스코드(Discord, 게임부터 교육과 비즈니스 영역의 커뮤니티 생성을 목적으로 설계된 음성 인터넷 프로토콜 응용 소프트웨어의 하나)도 해요.

전민주전민주

저도 인스타그램을 자주 씁니다. 단순히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앱을 진짜 좋아해서 쓰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서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친구들끼리 게임하고 놀 때는 (약간 어린이 같긴 한데)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샌드박스 비디오 게임)도 자주 하고요. 디스코드로 통화하면서 게임을 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사는 지역이 해외이다 보니까 왓츠앱(WhatsApp, 인스턴트 메신저)도 많이 쓰고 있어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예술 활동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의 차이점이나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민주전민주

실제로 직접 가서 보면 현장의 분위기도 있고 공기의 흐름도 있고 사람들의 소리까지 모든 게 다 합쳐져서 좀 더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가끔 미술관에서 디지털로 그림 설명을 듣기도 하고 프로그램 같은 걸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 때도 있긴 하지만, 디지털이랑 별로 친하지 않아서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나연주나연주

기존의 예술 활동과 달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은 상상만 했던 것을 현실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는 예술 활동의 장점은 친숙하다는 점이고, 경험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아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오류가 생길 수도 있어요. 오늘 게더타운에 접속하는 데 한참 걸린 것처럼요. (웃음) 그래도 온라인보다 직접 만나서 소통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면 현장 분위기라든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이 생기고 더 친숙한 편이라서 좋아요.

전민주전민주

대화하면서 생각난 건데, 지금은 기술이 약간 어중간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요. 나중에 기술이 엄청 더 발달해서 VR 끼고 막 냄새도 나고 물도 뿌려지고 그러면 그쪽이 훨씬 더 집중이 잘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니까 기존의 예술 활동이 조금 더 집중이 잘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직접 참여하면 우리가 더 잘 공감하고 느낄 수 있게 공간과 조명, 분위기를 하나하나 조절하고 세팅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활동에 더 재미를 느끼나요? 몰입감이나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나연주나연주

전시나 공연 보러 자주 가는데, 예술가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했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아해요. 음악을 디지털 음원으로 쉽게 빠르게 듣는 것도 좋고, 공연장에 가서 여러 사람의 노력을 직접 보는 것도 좋아해요. 사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보다 기존의 예술 활동이 더 친숙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보다 원래 알고 있던 활동에 더 흥미를 느끼는 거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을 때 더 집중해서 보려고 하고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어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있죠. 친구가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데, 친구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가 가장 흥미로웠던 거 같아요. 처음으로 여러 가지 무용 공연을 보았는데, 너무 아름다웠고 다들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 눈에 보여서 더 인상 깊었어요.

전민주전민주

저도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예술 활동을 즐기는 편이에요. 기술 없이도 더 많은 감각과 디테일한 부분을 경험할 수 있고, 그 기억이 더 오래 선명하게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집중하기가 더 쉽게 느껴져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해야 할까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함께 나누어야 할까요? 또한 어떤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요?
나연주나연주

청소년들은 디지털에 능숙하니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문화예술교육을 하면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모인 게더타운처럼 청소년이 자주 접하지 않았던 플랫폼이나 잘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활동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우리나라 문화와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대한 내용을 담으면 좋을 거 같아요. 디지털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문화를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진행하면 좋을 거 같기도 합니다.

전민주전민주

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기술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사람(디지털 이주민)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않아요. 10대에게 주어지는 정보와 교육이 디지털 이주민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하고,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대들에게 효과적이고 익숙한 도구인 기술을 이용하면 좀 더 쉽게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도 있고, 복잡한 처리 없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직접 뭔가를 만들고 참여하는 일에 관심이 크고 희열을 느끼는 편이라 좀 더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나연주나연주

저는 반대로 처음부터 직접 주도하기보다는 규칙과 순서에 따라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더 의미나 가치를 두는 편이고, 서로 협력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기 좋을 것 같아요.

전민주전민주

사실 어떤 것을 하느냐보다 접근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청소년들은 예술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좀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있을 거예요. 그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데, 그게 조금 더 쉬워지면 좋겠어요. 사실 예술교육이라는 게 뭔가 어려운 느낌이 들거든요. 쉽게 접할 수 있는 느낌이면 좋겠어요. 지난번에 참여했던 <공간너머>도 제목부터 좀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참여해 보니 약간 명상과도 비슷해서 어렵지 않았고 흥미로웠거든요.

청소년과 협업하고 소통하며 함께 예술적인 경험을 만들어 가야 할 예술가/예술교육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나연주나연주

디지털로 소통하고 예술적인 경험을 만들 때 디지털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청소년도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사용법을 잘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디지털을 활용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예술을 접한다거나 메타버스에서 더 쉽게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예술 활동을 쉽게 접하기 어려우니까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전민주전민주

청소년들과 예술에 대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어려울 것 같지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예술은 자신의 생각, 감정을 표현하는 다리나 일종의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거예요.

프로젝트 궁리
진행‧정리_프로젝트 궁리 남은정, 서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