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와 공간이 축소되면서 여러 문화예술기관과 시설을 중심으로 예술 활동을 독려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키트가 개발·보급됐다. 문화예술교육 키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고립된 개인이 예술적 경험을 이어가고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도구로 예술 향유를 도왔다. 반면에 일시적인 대안으로서 등장한 키트가 과연 유의미한 교육의 매개체로서 지속적인 예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도 함께 제기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가득한 현시점에, 문화예술교육 키트에 관한 의견을 [아르떼365] 독자에게 물었다. 4월 5일부터 21일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총 3,803명이 참여하여 문화예술교육 키트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교육 키트가 유용하다고 생각한 독자는 57.0%(2,166명)로 가장 많았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만남이 단절되며 생기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키트 활동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문을 닫고 일반 시민이 예술 활동을 체험할 기회가 적어지는 상황에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 활동을 체험할 수 있어 유의미하다는 의견이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키트로 무엇인가 만드는 행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화 그리기 키트를 받아서 조카들과 함께 해봤는데 재밌었습니다. 키트 구성품을 확인하고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학교 졸업 후 직접 그리거나 만들어보는 미술 창작 활동을 할 기회가 없는 일반 성인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린이, 노인, 백신 미접종자와 문화예술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은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접하기가 더욱 어려운 시기였다.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이동이 어렵거나 심리적 장벽이 있어 선뜻 예술 활동을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입을 돕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나타났다.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고 싶어도 막상 주변을 살펴보면 시간이나 장소 등에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직접 대면으로 체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단 키트로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육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어서 그간 참여하는데 상당한 의지가 필요했는데 키트로 체험을 해보니 더 다양하게 많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집중과 몰입, 교류하기
키트와 함께 실시간 강의나 영상을 제공한다면 효과적이라는 응답이 26.6%(1,010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면 키트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대면 강의에서 키트를 교구로 사용하였을 때, 교육자와 수강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교육의 효과가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코로나 시기 비대면 교육을 진행했던 강사로서 아무리 좋은 정보로 강의를 잘 준비하고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수강자가 그냥 듣는 것과 함께 쌍방향 활동하며 듣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원격 수업 시에 학생 동기 유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작 활동, 창의성 발휘가 가능한 키트가 제공되는 수업에는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합니다.”
반면, 예술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며 감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리두기 기간에만 적합한 대안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면 활동이 많아진다면 키트는 결국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면 다시 대면 교육으로 돌아가 참여자와 함께 소통하며 직접 보고 느끼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체 움직임이 주요 활동이 되는 무용 분야의 경우 키트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키트를 직접 체험해보았지만, 실제로 직접 해보는 것만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상의 경우도 키트를 제작하다 막힐 때 바로 질문을 하지 못해 매우 불편했습니다.”
  • 2020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내일을 기다리는 느린 숲’
    [사진출처] @arte_healingbox
예술교육의 본질과 지속성
키트가 일회성으로 무분별하게 제작되고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며 키트는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활동을 이끌고 있다고 답했다. 주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완성을 향해 달려가도록 유도하고 있어 결과 중심적이며, 창의적이고 지속성 있는 교육적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타났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키트의 제작과 배포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많은 키트가 제작되면서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있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위한 포장이 과하다고 답했다. 단순히 체험하는 것에 집중하여 일회성으로 제작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다.
“예술의 교육성은 잘 짜여진 키트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갈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친숙한 물건을 낯설고 고유한 개성과 창의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받았을 때는 화려한 형태에 잠시 매료되었다가도 별도의 활용 방법이 없는 키트의 경우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아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불필요한 포장 관련 용품이 소비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키트가 제대로 활용되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호기심에 신청했다가 그냥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것도 많아 효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듭니다.”
“키트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다양성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비슷하게 생산되는 키트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 외에도 ‘키트는 공급자의 기획력과 수요자의 실천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어려운 교육 유형이다’ ‘대면 활동이 가능한 시기가 와도 계속해서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키트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키트의 장점과 한계,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하여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부가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고민과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아 예술교육을 만나기 위한 다양한 방식과 방향을 함께 논의해보고자 마련한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독자의 소중한 의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더욱 풍부하고 가치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정리_ 프로젝트 궁리 김도빈
정리_ 프로젝트 궁리 김도빈
beanod5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