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변화에 당당히 도전하기

2021년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②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도전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와 동시에 근본적인 질문이 이어지고 관점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갈 2021년을 열며 [아르떼365]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속 좌담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변화와 전환을 모색하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① 아르떼365 편집위원
    
② 학교‧사회 예술강사
    
③ 교육연수센터 신규 코스워크 개발자
좌담 개요
• 일 시 : 2020년 12월 28일(월)
• 장 소 : 온라인 (Zoom)
• 좌 장 : 최보연 상지대학교 조교수, 아르떼365 편집위원
• 패 널 : 강은혜 사회예술강사(음악), 성보희 사회예술강사(영화), 이상순 학교예술강사(국악), 하태웅 학교예술강사(공예)
최보연 :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온라인이지만 예술교육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자기소개와 함께 지난 2020년의 소회를 키워드로 이야기하며 시작해보자.
이상순 : 저는 국악분야 학교예술강사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판소리 예술가로 ‘판’은 공간 ‘소리’는 노래로 다양한 판에서 소리꾼으로 활동 중이다. 2020년에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결과는 안 나오고 제자리를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성보희 : 저는 문화예술교육 12년 차 강사로 현재 학교와 복지기관에서 영화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소회와 키워드는 ‘당연한 것들’이다. 올해 복지기관에서 참여자를 두 번 만났고,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급하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대면수업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대면교육이 더 소중해졌다.
하태웅 : 저는 공예분야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 활동을 겸하며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강의 등 여러 가지 일정이 취소되면서 갑자기 생긴 공백 속에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이제껏 미뤄왔던 것들, 바쁘다는 핑계로 보류했던 것을 다시 시작했다. 2020년을 돌아보며 무화과가 떠올랐다. 꽃이 없어서 ‘무화과(無花果)’라고 하지만 열매 속에 꽃이 숨어 있는데 모를 뿐이다. 저뿐 아니라 많은 문화예술교육자가 코로나19로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었겠지만 그 안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않았을까 싶다.
강은혜 : 저는 음악분야 사회예술강사로 9년째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자이다. ‘어디든’을 강조하여 소개한 이유는 강원도(속초)에서 서울, 경기, 제주도 등 먼 지역까지 아이들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간다는 문화예술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이 인사가 과연 적절한지 고민했다. 올해를 돌아보면 너무 많은 키워드가 떠오른다. 가장 먼저 ‘컴맹’과 ‘거북목’이 떠올랐다. 사실 저는 컴맹이라 콘텐츠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다. ‘재발견’이라는 키워드도 떠올랐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상순, 강은혜, 성보희, 하태웅, 최보연
새로운 시도와 재발견
최보연 : ‘재발견’이라는 큰 키워드를 주셨다. 키워드를 조금씩 풀어가자. 어떤 재발견과 시도가 있었나.
강은혜 :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 간의 관계라든가, 이웃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있었다. 대면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수업에서의 재발견도 있었다. 온라인 수업은 시공간 제약 없이 학습할 수 있는데, 그에 따라서 어떤 콘텐츠와 내용을 갖고 수업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하태웅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튜브 콘텐츠 ‘내 곁의 문화예술교육’ 영상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10년 있다 보니 어느 정도 과정이 익숙해지고 반복되었다. 예술은 항상 새로워야 하는데 타성에 젖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수업, 미뤄왔던 전시, 개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나의 콘텐츠와 데이터가 되는 과정을 보며 이번 기회가 선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미 있었다.
성보희 : 10년 넘게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긴 시간 타성에 젖어 있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과 장애인 참여자를 만날 때에도 코로나19 이전에는 당연하게 수업시간에 수업하고, 이 수업에서 적용한 것을 다른 수업에도 적용해보고 했다. 2020년은 대면수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온라인으로 모두 대체했다. 영화 전공자라 콘텐츠를 만드는데 기술적인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참여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전엔 만나면 손도 잡고 눈도 마주쳤는데, 다른 방식으로 변경해야 했다. 과정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이상순 :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제가 받은 시수의 3분의2를 온라인 콘텐츠 수업으로 변경했다. 4월부터 시작해서 기계처럼 찍어내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제작부터 활용하는 프로그램 선정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시도가 저에게는 큰 변화와 도전이었는데, 적응되려고 할 때쯤 갑자기 대면수업으로 전환되어 만들었던 콘텐츠를 다 내려놓고 대면수업을 했다. 대면수업은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수업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는데, 비대면수업은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어 보냈지만 아이들이 몰입해서 잘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보연 : 학교는 의무적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시수를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로 전환해야 했을 것 같다. 사회분야는 시설이 폐쇄되면 만날 방법이 없다. 사회예술강사가 느끼는 어려움이 남달랐을 것 같다.
성보희 : 올해 시설이 폐쇄되어 대면수업을 거의 못 했다. 수업한다고 했을 때 더 큰 난관은 기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었다. 장애인 대상 수업을 하는 기관이었는데, 참여자들이 스마트폰이 없고, 스마트폰이 있어도 기기를 다룰 줄 모르고, 가정에서 이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과 줌(Zoom)을 활용해 수업을 해봤는데 시작하고 1분 만에 앱을 종료하기도 했다. 교육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는데 그나마 기관에서 협조해 준 부분이 있어서 주간보호시설의 중증 장애인, 발달장애인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했다.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보니 처음에는 시설 교육 담당자도 비대면수업을 안 받아들이고, 참여자가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 그러다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되었다. 담당자분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주는 등 곁에서 협조를 많이 해주어서 중증 장애인도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강은혜 : 저는 아동양육시설과 보호관찰시설에 수업을 나가는데, 아동양육시설은 대면수업을 주로 하였고, 온라인 콘텐츠 수업은 한 기관만 진행했다. 모든 시설이 그러하겠지만 보호관찰시설은 50~60명의 아이가 6개월간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대면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콘텐츠 수업을 희망하셨다. 대면수업 때도 아이들의 특성상 동기 부여를 많이 해 주고 끌어주어야 하는데 과연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틀어줬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시설에서는 음악적 지식을 충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요구하셨는데, 이것도 저의 교육철학과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유인물을 만들거나, 미션을 제공하고 보상을 주는 등 참여를 독려했다. 비대면으로만 진행했던 곳에서 첫 콘텐츠 수업 이후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었는데, 시설 내 일정 등으로 인해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하시더라.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대면수업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나갔던 시설에 재배치되어서 시설 담당자와 상황에 따라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대면 수업에서는 시설 담당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최보연 : 학교에서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하태웅 :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제가 몰랐었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접하는 기회를 얻었다. 담당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저 역시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교감할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공예분야는 서로 작품을 보면서 감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줌(Zoom)으로도 작품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고, 여러 플랫폼의 게시판을 통해 댓글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올해도 비대면수업이 계속된다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로 수업을 해볼까 한다.
이상순 : 저는 협업이 잘 이루어진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극과 극이었다. 재배치받은 학교에서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 온라인 콘텐츠 제작 요청을 받아 노트 기능이 있는 아이캔노트 프로그램을 습득하여 콘텐츠를 제작했다. 3년 전부터 같은 권역 예술강사들과 자율 회의를 해왔다. 예전에는 수업 리뷰나 자료를 공유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같이 콘텐츠를 만들어 각자의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알차게 비대면수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2020년에 처음 배치를 받아 수업하는 학교에서는 온라인 콘텐츠 수업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았고 대면수업만 하기 원했다. 세 번 나가고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수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속상함과 뭔가 대책이 시급함을 느꼈던 그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도전에서 피어나는 성찰
최보연 : 선생님들이 고군분투가 여실히 느껴진다. 코로나19가 여러 가지 제약을 주기는 했지만, 학교·시설과의 관계성, 동료 강사와의 네트워크와 공유 등은 평소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환경이나 개인적인 차원, 정책적인 차원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도전과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해달라.
강은혜 :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부끄럽지만 첫 수업 콘텐츠를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 넘게 걸렸다. 마침 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콘텐츠 제작 방법 연수를 듣고 나서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성보희 강사가 소개해 준 ‘멸치앱’과 ‘키네마스터’라는 동영상 제작 앱(app)을 활용하니 수업 도입부가 아이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자료가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콘텐츠도 조금씩 발전해 나갔다.
성보희 :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교육은 그나마 소통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간다. 그런데 콘텐츠 수업은 참여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피드백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 이면에 협동심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콘텐츠 수업 후 과제를 내면 창의성은 발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어떻게 협동하게 할 것인가에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릴레이 영상을 찍는 것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것도 결국 혼자 하는 것이지 않나. ‘혼자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혼자 해서 편했다’라는 피드백이 오는 게 안타까웠다. 이것을 해결하고 싶다. 비대면수업으로도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태웅 : 저도 처음부터 콘텐츠를 잘 만든 것은 아니다. 계속 쌓아온 거다. 대면수업은 정해진 시간에 하고 끝내면 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는 촬영 2~3시간, 편집 4~6시간의 공을 들여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예술 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연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수업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저만의 빅데이터가 되었다. 콘텐츠 제작이 결국 관심 있었던 출판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 다른 파급효과를 가지고 왔다.
이상순 : 가창 활동 때 판소리 발성법뿐 아니라 소리를 내고 나서 부채를 이용하는 발림(몸짓)이 있다. 연습실 사방에 삼각대를 설치해 옆모습, 뒷모습까지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다시 영상을 받았다. 비대면수업이었지만 학기 말에 발표회도 열었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창피했다. 그런 것을 내려놓고 잘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각도를 변화하며 보여줬더니 아이들도 즐겁게 했다. 무조건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작은 것 하나부터 시도하다 보면 나중에 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최보연 : 온라인 기반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을 짚어주셨다. 주입식 교육의 갈등도 있었고, 그것을 겪으면서 예술교육자로 새롭게 성찰하게 된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성보희 : 문화예술교육은 현장에서 가장 큰 빛을 발하지 않나. 부딪히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바도 많고. 영화분야는 참여자와 같이 영화를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른 사회예술강사와 이야기했는데,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 콘텐츠는 없다고 하더라. 이 기회에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보는 게 어떤가 진지하게 얘기했다.
하태웅 : 제가 예술을 전공한 이유는 예술 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기뻤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자의 길을 걷는 것도 예술의 기쁨을 타인과 공유해 서로 위로받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예술인이 빛을 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는 세상을 위로하고 함께 공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금 더 의무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성찰했다.
이상순 : 우리가 예술로 기쁨을 느낀 것처럼 학생이나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흔쾌히 진행되는 교육 현장도 있지만 나의 뜻과 상관없이 수업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저는 시수를 줄여서 마감했지만 동료 예술강사의 경우 총 400시수에서 100시수도 못하고 포기했다. 어떻게 할지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예술강사들이 아직 있다.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기본적인 플랫폼이라도 만들어져야 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상순, 강은혜, 성보희, 하태웅, 최보연
더 넓게 열린 정책으로
최보연 :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정책사업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계속 한 박자 늦게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짚어주셨다. 앞으로 대응-대비해야 하는 지점, 특히 어려웠던 점과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강은혜 : 학교분야와 사회분야의 시수 차이가 있다. 사회분야는 하반기에 수업이 몰리면서 한 달에 일지 등록으로 정해진 시수가 포화상태라 수업을 더 하고 싶어도 수업 진행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이와 반대로 수업을 한 번도 진행하지 못 한 예술강사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평균치로 보고 내년 정책을 마련하고 보완하게 된다. 2020년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해결 방안이 나오다 보니 유연한 지원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내년 지원사업에서는 그 부분에 해결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장비나 교구 지원 확대이다. 악기나 소모성 교구를 구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비대면수업에 필요한 장비나 교구의 지원도 이뤄지면 좋겠다. 현장에서 교육 외적인 부분에 신경 쓸 것이 줄어야 교육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순 : 질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비대면수업은 확연히 현장감이 떨어진다.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부족하더라. 그런 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한컴오피스의 ‘한쇼’ 프로그램만 쓴다. 수업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에 대해 자율 권한을 주기보다 하나의 기본 플랫폼이 구축되면 좋겠다.
최보연 :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정해주는 것이 유용할까. 한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이와 달리 기본적인 기준이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하태웅 : 저는 생각이 다르지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강사들도 있을 것 같다. 더 멀리 보자면 자유로운 플랫폼을 계속 지원하고 개발하면 어떨까. 단발성 지원보다는 열린 플랫폼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예술강사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성보희 : 모두 공감된다. 사회분야에서는 학습자에게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아 비대면수업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태블릿을 대여할 수 있는 창구나 지원 예산이 있으면 좋겠다. 또 예술강사에게 웹캠, 마이크 등 장비를 지원하는 예산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는 10만 원 선인데 그 이상의 예산으로 가야 화질도 좋고, 화각이 넓어진다. 화각이 좁으니 수업 참여자를 다 볼 수가 없다. 장기적으로 내다 보고 지원하면 좋겠다. 학교 수업에서 난관에 부딪힌 것은 저작권 문제였다. 콘텐츠를 만들 때 저작권 문제가 있는 영상은 유튜브에 올려 공유할 수 없다. 학교 선생님들은 EBS 영상을 굉장히 손쉽게 쓰더라. 문화예술교육도 콘텐츠 아카이브 작업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온라인 수업을 위한 콘텐츠 개발을 할 필요도 있다. 그런 것이 아카이브 되어있으면 좋은 영상을 보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최보연 : 학교뿐만 아니라 예술강사가 만든 콘텐츠도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포용적으로 바라보면서 준비와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도 짚어주셨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예술 창작에서 연구 리서치를 활동의 근거로 지원하는 형태가 미약하지만 이뤄졌다. 그동안 과정을 지원하자는 요청은 많았으나 잘 관철되지 않다가 코로나19 상황으로 일부 과정 지원이 시도된 셈이다. 그 상황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예술강사가 주체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별도의 트랙으로 연구나 콘텐츠 개발 지원을 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성보희 : 부처 간 협력 지원사업에서는 진행하지 못한 시수를 기획연구로 대체하기도 했고, 사회분야는 시설과 협의 하에 교육활동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강은혜 : 예술강사 간에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과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강사들에게 교육진흥원에서의 실질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음악분야이다 보니 온라인 수업에서 연주도 하고 가창도 하고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데다, 6세부터 중·고등학생 수업까지 하려면 학년의 차이가 커서 콘텐츠를 각각 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통합·융합 예술처럼 각 분야의 예술강사와 함께 제작하고 변형·발전 작업이 가능한 팀별 프로젝트를 열어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이 마련된다면 수업에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최보연 : 온라인 콘텐츠 개발이 단순히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좀 더 빨리 경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감을 다 써야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시각과 청각만으로 가능한가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보면서 가능하다고도 느꼈다. 비대면교육이 기존 교육의 보완교육, 더 나아가 일종의 대체교육까지도 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이상순 : 처음에는 비대면수업에 부정적이었다. 막힌 모니터에서 학생들이 잘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안 열어보는 파일이 되면 어쩌나 했는데, 점점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강은혜 : 지금은 온라인 콘텐츠나 실시간 수업이 기존의 수업을 보완하는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대체 교육보다 보완 교육의 측면이 클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 발전하고 완벽하게 구축되어 끌어갈 수 있다면 미래에는 온라인 교육이 당연해질 것 같다.
하태웅 : 저는 교육을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살아있기 때문에 아플 수도, 건강할 수도, 성장통을 겪을 수도 있다. 둘 중 하나로 규정짓기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에 대한 다양한 면역력을 키워 앞으로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방향성을 고민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성보희 : 아직은 비대면교육이 대체재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블렌디드 형식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사회분야 예술강사가 학습자에게 콘텐츠를 배포하고 그다음 주에는 줌(Zoom)으로 그 콘텐츠에 관한 수업을 했다고 하더라. 장애인은 복습하는 것이 중요한데, 반복 학습에는 확실히 콘텐츠 제작의 장점이 있었다. 비대면수업이 자리 잡으면 하나의 콘텐츠로 더 많은 수요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문화예술교육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
최보연 : 마지막 질문을 드린다. 2021년에도 어느 정도 2020년의 상황이 지속할 것 같다. 2021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동료 예술교육자와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면 좋겠다.
하태웅 : 예술교육자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살아남자’이다. 예술은 도전이지 않나. 작년과 같은 어려움이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예술인, 예술교육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 언제나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새로운 기회가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적으로 교육진흥원 같은 지원기관의 실질적 도움도 필요하겠다.
이상순 : 저도 처음에는 변화가 두려웠지만, 두려워 말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시도하며 함께 힘을 합치고 공유해 큰 뜻을 이뤄갔으면 한다.
성보희 : 제가 했던 온라인 강의가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좀 더 개선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 줌(Zoom)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게임도 있더라. 일방적이지 않게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시도하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작년을 기반으로 2021년에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다. 같이 힘내서 잘 견디면 좋겠다.
강은혜 : 예술강사 오픈토크 ‘우리가 우주를 헤엄하는 방법’에서 동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더니 다들 ‘애썼다’ ‘토닥토닥’ ‘대견하다’ 이런 말을 했다. 모두 공감할 것 같다.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어린이, 노인, 장애인, 학교 밖 청소년 등 문화예술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고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문화예술교육자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동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2021년을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최보연
최보연 편집위원

정동극장, 아트선재센터, 세종솔로이스츠 등에서 공연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경험했고, 미국 뉴욕대학교 공연예술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창의성 담론에 대한 연구로 문화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은혜
강은혜 사회예술강사(음악분야)

대학원 시절 문화예술 소외 계층과 학교 밖 청소년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해 왔다. 2012년부터 아동 음악, 복지기관 음악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TA 모임인 ‘예술별’에서 예술이 일상이 될 수 있는 융합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성보희
성보희 사회예술강사(영화분야)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장화홍련>, <말죽거리 잔혹사> 등 다수 영화에 사운드 에디터로, <야수>, <1번가의 기적>에서 스크립트로 참여했다. 이후 2009년 학교예술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시범 사업부터 사회분야 – 장애인 대상 영화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순
이상순 학교예술강사(국악분야)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악분야 예술강사와 예술가로 활동 중이다. 문화예술교육과 국악 공연에 늘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꽃피우고자 한다.
하태웅
하태웅 학교예술강사(공예분야)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학교예술강사와 작가로 활동 중이며, 복합문화공간 AKT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 한국문화정보원에서 문화예술 기획 및 정부3.0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창업진흥원의 디자인/예술 브랜드 메이커로 선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프로젝트 궁리
녹취·정리 _ 프로젝트 궁리 성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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