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유네스코가 진행한 ‘2030년 세계’(World in 2030) 여론조사에서 전 세계 응답자 1만 5천여 명이 2030년까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1위(67%)로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저해’를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녹색 해결책에 대한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 문제를 공동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 등 대응책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적 방법론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박물관의 기후행동 프로젝트
최근 세계 여러 박물관에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친화적인 방식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회복력을 증진하고 급변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더욱 급진적인 대책도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2020년 ‘기후행동을 위한 박물관 프로젝트’(Museums for Climate Action)에서 개최한 국제 디자인 및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기후행동을 위해 박물관 재상상하기’(Reimagining Museums for Climate Action)라는 주제로 탄소 제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혁신적인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총 48개국 264개의 프로젝트가 출품되었으며, 그중 8개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2021년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엔 기후변화 회의’(UN Climate Change Conference UK 2021, COP26) 기간 전후로 글래스고과학센터(Glasgow Science Centre)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기후위기는 필연적 변화와 새로운 국면의 도래를 예고하는 듯하지만, 변화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환경적 정의, 인종적·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지구와 공존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에 초점을 맞춘 확장된 관점의 기후행동이 필요하다. 물론 기후변화라는 복잡한 문제를 박물관의 활동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강력한 선례는 남길 수 있다. 이 공모전에 출품된 아이디어는 박물관이 얼마나 생동감 있고, 협력적이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공모 선정 프로젝트]
공모 선정 프로젝트
함께하는 기후 경험(Weathering With Us)
기후행동이 건물의 구조와 경험으로 구체화되는 새로운 종류의 사색적 박물관 공간을 구상하였다.
존재들(Existances)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브라질리언,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의 다양한 우주론에 녹아들 수 있는 마이크로 박물관 네트워크를 구상하였다.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코끼리 인형이 살아나서 박물관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마주하도록 촉구하는 이야기를 구상하였다.
열린 창문의 박물관(Museum of Open Windows)
세계 박물관 기반시설이 기존에 추구하던 목적을 변경하여, 기후변화 및 기후행동에 대한 공동체 간 협업과 시민 연구를 지원하도록 한다.
던디교통박물관(Dundee Museum of Transport)
던디교통박물관의 재건은 전통적인 박물관이 지속가능한 교통이라는 현대적 과제에 대응하여 진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망(Story:Web)
기존 박물관 소장품을 활용하여 이용자가 자신만의 기후 이야기, 경험, 네트워크를 국제적 범위에서 큐레이팅할 수 있도록 한다.
집단적·비통계적 증거들(A Series of Collective, Non-Statistical Evidence)
‘수집, 전시, 참여’라는 익숙한 박물관 작업을 대화의 장을 상상하는 데 적용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화의 장에서는 다양한 공동체가 모여 기후변화에 관한 개인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자연적 미래 박물관(Natural Future Museums)
기후행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환경의 토착지에 박물관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예술을 활용하는 기후변화 운동
한편, 기후변화 운동에 예술을 결합하기 시작한 환경단체들도 있다. 국제기후변화운동네트워크 ‘350’은 기후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난 안전하고 공정하며 번영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대중 참여 운동을 펼치는데, 예술을 활용한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350 프로젝트 중 ‘키트로 만든 예술(Arts Organizing Kits)’은 참여자가 예술을 통해 다양한 기후위기 관련 캠페인이나 행사에 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누게 한다. 인종 정의, 회복, 그린 뉴딜, 기후 파업, 연대, 록 음악 활용 등 총 여섯 종류의 키트가 있으며, 각 키트는 예술 활동 설명서와 디자인 예시, 참고할 만한 자료 등을 제공하여 참여자가 쉽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기후 동맹파업 예술 키트(Climate Strike Arts Kit)’는 각자의 집에서 안전하게, 온라인으로 연대하여 미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 예술 만들기(Virtual Art Builds)’를 제공한다. 캐나다 원주민 공동체 웨추웨튼(Wet’suwet’en) 주민과 함께한 ‘가상 예술 만들기’에는 약 50명의 참여자가들이 각자 자신이 디자인한 글자를 하나씩 들고 사진을 찍은 후, 참여자 모두의 사진을 합쳐서 ‘웨추웨튼 기후 보호 연대’‘라는 메시지를 담은 배너를 만들어냈다. 350은 이 키트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험 중이다. 이처럼 350은 온라인에서 예술을 통해 온라인으로 서로 연대하고 기후변화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대응할 방안을 찾는 움직임이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화예술이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도,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거나 대중 참여 운동의 일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문화예술계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과 환경운동계의 문화예술 활용 사례들을 바탕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문화 예술적 대응 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관련링크]
· 유네스코 여론설문조사 ‘2030년 세계’
· 기후행동을 위한 박물관 프로젝트 www.museumsforclimateaction.org
·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www.ukcop26.org
· 국제기후변화운동네트워크 350 www.350.org
사진없음
이수진_국제협력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