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심으로 향하는 연대와 성찰

2020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성찰, 연대의 필요성, 새로운 시선, 긍정적 태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얼마 전 출간된 『코로나 블루, 철학의 위안』(박병준 외, 지식공작소 2020)에서는 이러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상식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찰’의 시간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 지역협력팀에서 기초 단위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2020년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이하 기초거점 사업)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삶 가까이 존재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지역 중심, 생활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향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서 나아가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의 삶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2020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 공모설명회(5.22. 서울역우리센터)
지역의 필요에 따라, 서로 협력하여
기초거점 사업은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지역 스스로 설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풀뿌리’ 문화예술교육 협력 거점을 조성하여 지역 문화 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사업이다. 교육진흥원은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 구축방안 연구’, ‘지역문화예술교육 계획 분석 연구’등을 통해 지역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의 수요를 반영한 보다 균형적인 지역 문화예술교육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계속적으로 확인해 왔다. 또한 2019년에는 ‘기초(생활권)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역 릴레이간담회’(2018.12월~2019.2월, 권역별 총 12회 개최 / 관련기사),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집담회’(2019.11.13., 청년문화공간 주(JU)/ 관련기사)’를 추진하여,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및 관련 기관·단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개 활동을 기반으로 한 논의와 설립의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이러한 연구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는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을 운영하는 주체’(이하 거점주체)가 직접 지역에 필요한 수요를 파악하여 협력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생활권 안으로 스며드는 연결의 플랫폼이 되어
지난 5월, 사업 구상을 위한 긴 시간을 거쳐 기초거점 사업이 시작되었다. 약 3주 간 문화예술기관, 협동조합, 예술단체, 문화원 등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가진 총 78개의 다양한 주체들이 사업의 문을 두드렸고, 최종적으로 12개의 거점주체가 올해 각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작업에 함께하게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이번 사업의 취지와 의도, 즉 지역에 필요한 부분들을 ‘협력’과 ‘지역 맞춤’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내는 지점이었다. 지역별로 목표하는 계획들이 지역 안에서 얼마나 필요로 하는 부분인지, 그리고 지역 내에서 충분히 그에 대한 인식이 공유될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더불어 기관의 경우에는 관리조직으로 경직화되지 않도록, 민간단체의 경우에는 기존에 해오던 프로그램 개발·운영 방식에 치중되지 않도록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주체 간 네트워킹을 통해 발굴하고, 연결하고, 협업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생활권 안으로 스며드는 지역 거점 모델을 제시한 측면, 문화예술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다져나감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도모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가능성을 나타낸 지점도 기초 단위의 문화예술교육 거점의 역할로서 의미 있게 여겨졌다.
2020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 관계자 워크숍(1차, 7.15. 교육진흥원)
더 지속가능하게, 더 유연하게
7월에는 올해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으로 활동하는 거점주체 관계자들이 모여, 각자의 계획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다져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계획 실행에 있어 각 주체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지속가능성’ 이었다. 지역 내 문화예술 인적 자원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주민을 예술가로 양성하여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공동체 활동을 진행하거나, 연구조사 및 협의체 활동 등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에 필요한 부분들을 논의했다. 또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에서는 안정적이면서도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 구조와 평생교육기관,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 내 다양한 자원과의 연계방안을 고민하면서 지속적인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불안정한 행정구조로 인해 사업의 추진 방향이 영향을 받는 구조적인 상황,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삶으로의 회복이 우선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어떠한 역할을 수립할 것인지에 대해 나누기도 했다. 또한, 변하지 않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진정한 의미의 ‘지역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이렇게 지역별로 거쳐 온 깊고 넓은 생각들은 올해 사업 수행을 위한 고민 지점일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가능한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 여겨졌다. 특히 구조적인 고민 지점에 대해서는, 결국 이를 뛰어넘는 연결고리, 즉 공식적인 논의와 연계를 통한 협의체 구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나갈 수 있었다. 사업 구조 자체보다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관계와 성찰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각자가 좀 더 유연하면서도 기존의 관성을 넘어설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나가기로 하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우리에 맞게,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지역별 인구, 주민의 수요, 대응 방식 등에 따라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거점주체의 역할은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주변에 진정으로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일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찾아 나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은 같을 것이다.
이제 8월부터는 전문가들과 함께 12개 거점주체가 올해 계획한 일들을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을 나누며 ‘지역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의 활성화’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를 다독이고 각자의 계획을 다져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관계자와 협업하며, 지역의 수요를 이해하고, 당장의 실행을 넘어선 향후 발전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이어간다면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즉 ‘혼자가 아닌 주변과 함께 나누는 과정’ ‘나다움을 찾아가는 시간’ ‘또 다른 가능성(성장)을 불러일으키는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모두 한 마음으로 공감했듯이 ‘결국에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주지하며, ‘계획’과 ‘사업’과 ‘정책’ 속에 담기지 못할 사람들 간의 연대와 성찰, 그 안에서의 가능성을 지역 생태계 안에 스스로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현민 _ 지역협력팀 주임
hmlee@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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