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문화예술교육 분야에도 첨단의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부쩍 활발해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일상의 변화를 겪으며 온라인 비대면 교육에 대한 이슈가 긴급하게 다가왔다. 이미 ‘도래한 미래’인 테크놀로지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한 가치와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좌담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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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0년 5월 19일(화)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1층 A.Library
• 좌 장 :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 참석자 : 강득주(서울문화재단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매니저), 손경환(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운영지원팀장),
신윤선(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정원철 : 코로나19가 ‘인간에게는 바이러스, 지구 생태계에는 백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 사회의 억제된 삶이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징후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문화예술교육 측면에서도 그간의 인간 위주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코로나19 이후에 예견되는 우리 삶의 변화부터 얘기해보자.
강득주 :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지난 4월 온라인을 기반으로 비대면 방식의 예술놀이 및 예술교육 콘텐츠 제작 활동 지원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등교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 등 교육환경이나 교육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 홈스쿨링 등 다른 교육방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교육, 학교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학교에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손경환 : 교육계나 학교가 변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것을 깨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학에서는 현재 실기 위주의 교육은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면 교육으로 진행할 때에는 전혀 고민할 이유가 없던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는 문화예술계나 교육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테니까.
신윤선 :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코로나 이전부터 교육의 혁신이나 미래 교육의 변화에 대한 논의 등 움직임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당장 바뀔 일이 아닌데 의논하면 뭐하나 하는 식으로 귀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이런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유쾌한’은 사회적기업으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업무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스마트워크 시장을 앞으로 돋보일 산업이라고 예견해왔지만, 수요는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스마트워크가 완전히 핵심이 되었다. 교육에서도 스마트워크처럼 비대면 교육, 스마트교육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 간의 밀접한 관계를 기본으로 상정하고 있는 예술교육의 경우,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현실이다.
언택트 시대, 인식의 전환
정원철 : 언택트, 스마트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필요한 이동과 대면인지 성찰하는 계기, 인간 중심이 아닌 생태계 내적 존재로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어떤 식으로 교육 활동에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예술과 기술, 문화와 기술, 사람과 기술 사이를 적극적으로 엮는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온 입장에서 코로나19 국면으로 인해 우리 삶에서 기술의 위상이나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손경환 : 코로나19로 부각되었다기보다는 이미 우리 생활에 녹아들어 있는 기술과 저렴한 도구의 양산・보급이 문화에도 영향을 주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기술의 위상이란 인간에게서 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스마트기기로 인해 새로운 행동과 문화가 생겨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과거에 수첩에 기록해놓았던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하는 제스처와 스마트기기의 그것과는 다르다. 매체의 변화가 인간에게 새로운 행동 양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트랜스 휴먼이었던 것이 아닐까.
강득주 :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스마트기기가 계속 더 똑똑해질 뿐이지, 사람이 더 똑똑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스마트기기가 발달하면서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스마트기기가 뺏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이 예술교육으로 채우고 보완해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번 온라인 콘텐츠 지원 사업 중 선정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에게 미션이나 키트를 전달하고 참가자가 미션을 수행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온라인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달자와 참가자가 어떻게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 흔적이 있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신윤선 : 예술이나 예술가들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어떻게 온라인 구독자와 소통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하이테크놀로지를 예술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로우테크놀로지라도 비대면으로 소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사례에서 그 구조의 키(key)를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왜 만나고,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자기의 표현방식을 적용해서 더 많은 비대면 예술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강득주 : 언택트의 핵심은 반응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이는 것처럼 예술가들이 온라인에 이러한 소스를 던지고 참가자들이 반응을 보여주는 부분이 언택트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정원철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울문화재단 등 공공기관에서 최근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공모를 진행했다. 긴급 지원사업으로 짧은 시간에 진행되었지만, 현재의 고민과 생각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모두의 예술놀이> 공모에서 보이는 특징이 있나?
강득주 : 총 231건이 접수되었고 최종 35건을 선정했다. 선정 프로그램 중 기술이 접목되는 미디어아트와 같은 프로그램은 3~4건 정도이다. 그 외에는 기존 프로그램을 온라인 콘텐츠로 변환한 방식이다. 심사과정에서도 온라인 콘텐츠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참가자와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 많은 논의를 했다. 선정자(팀)의 사업수행에 보조적인 지원으로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자 수요조사를 했다. 콘텐츠에 집중하고 영상제작은 협업을 통해 진행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대부분 영상기획과 편집 교육을 원한 것이 좀 의외였다.
기술사회, 예측되는 변화
신윤선 : 우리 회사는 ‘모두를 위한 기술(Technology to the people)’과 ‘일상의 예술경험(Everyday art experience)’을 모토로 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할 때 디지털 리터러시를 핵심으로 하는데,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정보의 연결이라는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연결능력을 갖추는 것에 관해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다. 언택트 교육에서 예술가, 예술교육은 이러한 정보의 연결능력과 소통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손경환 :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전시가 늘어났다. 아마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온라인 전시 방식은 전시장의 재현으로 보인다. 웹에서만 할 수 있는 예술은 어떤 것인지 실험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좋겠다. 이 사태로 촉발된 단초를 실험할 수 있는 장이 예술가에게 열린다면, 새로운 예술 관람과 소통의 형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득주 : 예술가도 변화해야 하는 시대, 환경이 되었다.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예술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예술가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정원철 : 예술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연결능력이 요구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앞으로는 무엇을 연결하고 소통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처음엔 대면 교육을 그대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 하려다보니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화상 강의의 특성을 알게 되면서 강의 계획을 바꾸니까 새로운 접점이 생기는 걸 경험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화상 콘텐츠가 시각적으로 훨씬 더 익숙한 통로인 것이다.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고 물리적 거리가 동등해지는 것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이미 젊은 예술가 사이에서는 2~3일 동안만 열리는 짧은 전시가 늘어나고, 작품 사진을 SNS에 올려서 주된 소통을 경우가 많아졌다.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인 듯, 작은 화면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답답해하지 않는다. 예술, 예술가도 이런 변화를 이해하면서 단련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현재 실행 중인 활동이나 사업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어떤가?
신윤선 : 코로나 이전부터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예술교육을 해왔고 꾸준히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가상현실’이다. 공감각적 사고를 할 수 있게끔 가상현실을 통해서 예술, 교육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공감각적인 활동을 체화하며 자란 세대가 아니기에 그것을 소통, 교육의 창구로 활용할 때 알맹이가 될 콘텐츠는 무엇이어야 할지가 어려웠다. 기존에 오프라인 수업에서 하던 것을 고스란히 재현한다고 해서 절대 공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거기서부터 출발하려고 한다.
강득주 : 공모 지원작 장르를 보면 시각예술 분야가 가장 많았다. 심사과정에서도 온라인 콘텐츠에서 시각예술 분야가 유리한 면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온라인 콘텐츠에서 공연예술 분야가 불리한 부분이 있다. 공연예술 분야는 시각적인 감각 외에도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하고 미세한 감각을 자극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온라인 콘텐츠로 전달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손경환 : 한예종 융합예술센터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형 기반 교육 프로그램인 ‘팀 러닝’을 기획·운영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참여하는 학생의 대부분이 미술전공, 영상전공 학생들이다. 시각예술 분야 학생들의 경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인의 작업에서 새로운 시선, 경험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를 많이 볼 수 있다. 공연예술 분야의 경우, 결과물을 보여주는 무대라는 개념과 공연을 실행하기 위한 분업화, 협업화가 명확해서인지 아직은 기술을 무대 장치에서만 사용하는 면이 두드러진다. 기술의 활용이 자신의 창작 프레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경험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예술 장르별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신윤선 : 예술도 결국 발현되고, 소비되는 지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이 공연 실황 등을 보면서 예술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향유의 입장으로 보면 공연예술 분야도 결국 기술을 활용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공연예술뿐 아니라 시각예술에서도 우려되는 점은 있다. 영국의 유명한 큐레이터가 전시장에서 느꼈던 예술 경험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선언할 정도로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지금 현황에 대해서 비관적이다. 그러나 기존 테크놀로지 전복의 역사를 봤을 때, 예술가나 예술 경험 역시도 기술을 활용해서 지금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하고 있다.
강득주 : 극복될 수도 있고, 다음 세대에서는 기존의 인식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전환적 상상은 가능한가
정원철 : 모든 예술 분야에서 기술을 활용한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예술 분야 간 특수성의 차이만큼 교육도 분야에 따라서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기존의 방식에 미련을 두지 않고, 전환적 사고를 하면 기술의 장점을 더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예술영역, 새로운 장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문인력들의 관심과 인식이 중요한데, 현황 속에서 우려되는 점은 없나?
손경환 :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 활용, 소프트웨어 능력, 협업능력 등의 교육이 다양한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이러한 핵심역량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의 과학·기술 기반 창의융합교육과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문화예술교육에서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은 아닐까. 뼈대 없이 살만 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기술을 자신의 예술이나 교육에 적용하고자 할 때 문제에 봉착했다고 하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파악(왜 안 되는가)’에 따른 ‘질문의 구성(문제 상황과 자신의 작업 환경 설명)’이다. 질문이 만들어졌다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리터러시, 즉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과정이 익숙해졌을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것을 ‘자기주도형 학습’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신윤선 :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코딩의 로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로직을 기본적이라고 느낀다.
정원철 : 기술과 문화예술교육 담론은 기술시대에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인문적 성찰),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문화예술교육(디지털 리터러시), 기술의 특성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창의와 상상)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중 어떤 것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신윤선 : 기술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다루고, 어떤 정보를 취할 것인지, 리터러시보다 선행되고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인문학적 성찰이다. 올바른 방향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테크놀로지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손경환 : 저도 비슷한 의견이다. 예술이 사회에 접근할 때 어떤 방법으로 접근했는지, 예술을 위한 예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 이것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강득주 :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예술교육을 예술놀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가 생각한 예술놀이는 예술가가 매개자가 되어 예술작업을 프로그램의 소스로 활용하고, 아이들은 놀이로서 예술을 접하는 것이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자극받고 상상하게 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발현될 것이다. 아이들은 앞으로 기술에 맞서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세대이다. 기술과 경쟁하려면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예술교육이 그런 창의적인 감각을 깨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원철 : 굳이 나누어 질문 드린 이유는, 그간 디지털 리터러시나 창의, 상상의 신장 위주로 ‘테크놀로지와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해오고 있지 않았나 싶어서다. 기존에 해볼 수 없었던 상상과 창의를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 개발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본격적인 기술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켜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욱 강조되어야 할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신윤선 : 예술교육을 통해서 예술가의 예술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실제 대면 교육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술 경험이 어떤 것인가를 가이드-모더레이팅 하는 역할을 비대면을 통해서 하고, 그것이 교육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되어 어디에 있든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지만 가이드의 역할이 언택트 교육에서 중요하다.
강득주 : 가이드의 역할을 예술가가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아이들과 밀접한 접점이 있는 것은 부모들이다. 아이들은 빨리 받아들이고 변화하기 때문에, 교육의 대상을 부모까지 입체적으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들에게 여러 경험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이 곧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되는 것이다. 부모, 노인 등 예술교육의 대상을 더 다각화해서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세대 간의 편차를 줄일 필요도 있다.
인문적 성찰이 먼저다
정원철 : 이미 우리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살고 있으나 깊숙이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각자의 영역에서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고 있다.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구체적인 전망을 해보고,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신윤선 : 새로운 시대와 국면의 과도기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같은 기관이 문화예술교육 주체들에게 다양한 실험의 장을 제공해줬으면 한다. 고민을 어떻게 실현해나가야 할지 몰라서 도태되거나 낙오될 수 있다. 실험 과정이 있다면 거기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진흥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득주 : 우리 센터에서도 매년 프로그램이 바뀌다 보니 내부에서 시행착오도 많고 피로감이 크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정형화되기보다는 계속 실험이 일어나고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실험이 프로그램으로 연결되고, 예술가가 발굴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보이더라. 이런 맥락에서 지속적인 실험과 시도가 필요하다.
손경환 : 정책적으로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많다 보니, 왜 해야 하는지 이유나 철학에 대한 고민 없이 미션처럼 수행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당장 결과를 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 교육을 만들 수 있는지, 가치는 무엇인지, 방향성에 대한 실험이나 피드백도 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정원철 : 기술과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할 때, 기술의 활용에만 집중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제되거나 도태될 것처럼 곡해되는 측면이 있다. 분명 필요한 부분이지만, 왜 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술이 어떤 순기능이 있고,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삶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무엇을 지켜가야 할 것인지 등 인문적 성찰과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술교육, 예술활동이 세상의 변화를 좇아가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을 선도하거나, 세상의 중요한 가치를 지켜낼 필요가 있다.
정원철
웹진 [아르떼365] 편집위원. 홍익대학교와 독일 카셀종합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문화연대 시각문화분과에 소속되어 시각문화교육 대안교과서 연구에 참여한 이후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쏟는 작가로 살고 있다. 1993년부터 양평에 살고 있으며, 동네 세월초등학교 선생님들과 13년째 여러가지 형식의 문화예술교육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에서 미술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강득주
서울문화재단에서 2009년부터 서울시창작공간 공간조성 담당을 거쳐 2011년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장애 예술가의 창작환경 개선과 창작지원을 총괄했다. 2013년 장애아동 창작지원 ‘프로젝트A’를 기획, 기업후원을 유치하여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2017년부터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매니저로 국내 최초 어린이·청소년 전용 예술교육 공간운영을 총괄하며 ‘예술놀이’를 발굴 중이다.
손경환
국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회화, 미디어 아트, 융합예술 분야에서 작가 또는 팀으로 활동했다. 가상과 실재,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영역과 그 외부 사이의 경계에서 다양한 분야와의 연결을 바탕으로 새롭게 보기를 시도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에서 예술과 기술(Art&Tech) 바탕의 융합예술 기반 교육 프로그램 <팀러닝> 기획·운영하며 예술학교에 걸맞은 융합형 교육 방법론의 실질적인 실행·구성·평가 방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신윤선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학사, 미술사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토탈미술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디지털 파빌리온,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다. 2015년부터 소외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 ‘ART+TECH 상상공장’을 진행하고 있다. 팀 구성원과 함께 ‘ART+TECH 상상공장’을 통하여 ‘모두를 위한 예술과 기술’,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꿈꾼다.
사진 _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 녹취, 정리_프로젝트 궁리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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