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위험 상황에 대한 예방과 도시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안전한 상태란 재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고 및 자연재해, 재난 등은 물론 범죄와 폭력 등의 사건, 그리고 차별과 고립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서 안전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술과 문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안전한 사회에 기여하고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공연으로 배우는 안전
지진, 화재, 가스, 전기 등 여러 가지 안전사고 대응 수칙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재난 안전 뮤지컬, 어린이들이 안전사고가 났을 경우를 대비하여 실제적 방법을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안전교육 마임 공연, 집이나 밖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어린이 성범죄 사건을 예방하고자 어린이에게 성폭력, 성추행 등의 위험 상황을 인지시키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및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 보호받을 권리를 알려주는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 형태의 어린이 안전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안전교육 공연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현실적으로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효과적인 교육 방법으로 수많은 지자체 및 교육 현장에서 채택되고 있다.
마임 소방관
[사진 출처]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I 아시아문화원
아동성폭력예방 인형극
[사진 제공] 굿네이버스
무질서의 공간에 규칙을 그려 넣는다
예술은 하나의 직접적인 교구로써 활용되기도 하지만 위험한 공간을 조금 더 안전한 공간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문화산업의 중심지이지만 슬럼가가 많아 범죄율이 높은 볼티모어시에서 거리 예술가들이 버려진 폐가나 건물에 벽화를 그려 넣는 슬럼로드 프로젝트(Slumlord project)를 진행했다. 슬럼 로드(Slum lord)는 슬럼가에서 건물을 잘 보수하지 않는 악덕 건물주를 의미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이 이론은 건물에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할 때 행인들은 장난 삼아 나머지 유리창에 돌을 던지게 되고, 이러한 건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변의 범죄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볼티모어의 거리 예술가들은 슬럼가로 들어가 지역에 맞는 디자인과 그림들을 그리고 QR코드를 같이 그렸다. 그 QR코드를 통해 해당 지역의 법률을 알리고 시민들이 주택 안전에 대한 의무와 위반 사항, 집주인으로서 지켜야 할 안전 대책 등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 결과 방치된 건물주와 연락이 재개되고, 볼티모어 시의 공공주택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무엇보다 볼티모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네 곳곳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슬럼로드 프로젝트
[사진 출처] 슬럼로드 프로젝트 페이스북
[사진 출처] 슬럼로드 프로젝트 페이스북
도전과 모험을 통해 살아나는 안전 감각
전남 순천에는 ‘기적의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의 저자이자 아동문학가인 편해문이 디자인했으며, 지난 2016년 제1호 ‘엉뚱발뚱’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제4호 ‘올라올라’가 문을 열었다. 독일에서는 오랜 기간의 조사 끝에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는 할 것이 없어 위험한 놀이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 획일적인 놀이기구들에 안전만 강조되는 놀이터는 호기심이 유발되지 않아 오히려 딴짓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고 한다.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이들을 위험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것을 다룰 수 있도록 ‘다치지 않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놀이 공간을 의미한다. 기적의 놀이터는 인공과 화학적 요소를 배제하고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시대적 보편성을 녹여 아이들이 완성해 나간다는 철학을 담았다. 도전, 탐험, 상상을 길러주는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긁히고 까지고 멍들면서 아이들은 안전 감각을 스스로 깨워나갈 것이다.
안전한 삶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철학자 루소는 “아이를 공방에 보내라. 손을 쓰는 일을 하면 두뇌의 발달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스스로 기술자라 생각할지라도, 그는 결국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모든 학생은 의무적으로 공작 교육(목공, 철공, 직물 분야)을 받는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가위를 다루는 것 조차 서툰 경우가 많다. 손의 감각, 몸의 감각이 지워지면 통제에 익숙한 수동성이 자리하게 된다. 만지고, 보고, 냄새 맡는 감각을 자극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신체의 감각을 일깨우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정신을 함양해 나가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안전한 삶을 위한 인간 발달의 필수 부분이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은 개인이 가족, 학교, 공동체 등 사회 속에서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익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기여함으로써 재난과 위험에 대한 훌륭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 프로젝트 궁리 _ 최엄윤
- omyun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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