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놀이를 통해 성장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놀이의 존재조차 잊곤 합니다. 흔히들 어른이 되어 ‘어릴 적이 좋았지’라고 회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놀지 못하는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마냥 떠들고 뛰어다니기,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 모래성 쌓기, 숨이 벅차오르던 고무줄놀이, 골목골목 틈 사이에 숨던 숨바꼭질. 게임이 아닌 놀이 그 자체에 열과 성을 다했던 최근의 경험이 언제인가요?
단순한 놀이는 복잡한 세상을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줍니다. 놀이를 그 자체로 즐기려면 단순해야 합니다. 단순함과 원형을 잃지 않은 놀이는 지금도 새로운 방식으로 놀이되고 있습니다. 오래되어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선 놀이들을 소개합니다.
슬랙라인
[사진출처] www.youtube.com/watch?v=b1glYY3hl20
[사진출처] www.youtube.com/watch?v=b1glYY3hl20
아슬아슬 균형감을 깨운다
슬랙라인, 외줄타기놀이
슬랙라인, 외줄타기놀이
요즘 우리네 삶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밸런스(balance)입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워라밸), 몸과 마음의 밸런스, 영양 밸런스, 그 어디에서나 밸런스는 활발하게 이야기됩니다. 불균형은 우리의 삶을 기울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몸의 균형은 어떤가요. 서핑이나 필라테스처럼 균형감을 극대화하는 운동이 유행하는 걸 보면 몸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균형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슬랙라인(Slack Line)이라는 단순한 놀이가 있습니다.
슬랙라인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외줄타기’라고 하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슬랙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놀이입니다. 이미 월드컵이 꾸준히 열릴 정도로 많은 인구가 열광하는 스포츠이기도합니다. 혹여나 시시한 놀이로 보일지 모르지만 줄 위에 한 번이라도 서본 사람이라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아실 거예요. 줄 위에서 논다는 매우 단순한 형식이지만 그 안에 무한한 균형성과 유연성, 조정력으로 계속적인 정신집중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사당놀이의 어름(줄타기)으로도 익숙합니다.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어름(줄타기)
[영상출처] www.youtu.be/uTReljM2J9o?t=641
[영상출처] www.youtu.be/uTReljM2J9o?t=641
줄타기 높이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사라 릭스함(Sarah Rixham)은 “처음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바로 ‘나는 균형감각이 제로다’라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처음 줄에 올라서자마자 근육이 풀리지는 않기 때문이죠. 줄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위해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고 그 과정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슬랙라인은 간단한 도구로 내 몸의 균형감각을 기르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오래되고 무한한 놀이입니다.
놀다가 생겨나는 나만의 기술
켄다마
켄다마
켄다마(kendama)는 매우 단순한 모양입니다. 모양이 단순하다고 놀이의 한계를 정하진 않기로 해요. 켄다마는 줄에 연결된 공을 받침대에 올리는 일본의 전통 장난감입니다. 아주 단순한 놀이이지만 일본켄다마협회(Japan Kendama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단계별 급수 인증제가 있을 정도로 기술이 다양합니다. 표준화된 이름을 가진 기술뿐 아니라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각 개인의 기술을 포함하면 정말 셀 수 없는 기술이 있습니다.
[사진출처] www.myhawaii.kr/id_2960
켄다마는 휴대가 간편하고, 장소의 제약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커뮤니티와 협회가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켄다마 모임이 생겨 교류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놀이엔 국경도, 자격도, 제약도 없습니다.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죠. 누군가에게는 놀이가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놀이의 주체는 자신입니다. 할 줄 몰랐던 걸 하나씩 하게 되는 게 성장이며 삶의 희열이 아닐까요.
깜깜한 밤, 안전한 불놀이
LED 쥐불놀이
LED 쥐불놀이
우리의 쥐불놀이와 같은 전통놀이는 해외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포이(poi)’라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불을 돌리며 추는 전통 무용입니다. 파이어 댄스(Fire Dancing), 파이어 스피닝(Fire Spinning)으로 불리기도 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장난’이기에 화재의 위험이 커 국내에서는 점점 잊혀가는 놀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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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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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 저글링 (photo by Hendrik Kueck)
[사진출처] www.flickr.com/photos/11304650@N00/6060913
하지만 최근엔 LED를 이용한 안전한 쥐불놀이, LED 포이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밤에도 놀고 싶은 우리네 마음을 예전엔 횃불이, 지금은 LED가 돕고 있나 봅니다. 정월 대보름 한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던 민속놀이인 쥐불놀이는 어쩌면 하루하루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 현대인에게 필요한 놀이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돌아오는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LED 쥐불놀이를 즐기면 어떨까요?
[영상출처] www.youtu.be/gEWjab_on5k
지금은 단순한 놀이로 엉킨 삶을 풀 때
단순함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놀이는 방식이나 형태가 아닌 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하기에 디지털 기반의 놀이와는 다른 흥미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꾸준함과 집중이 전부인 이 단순한 놀이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놀이로 엉킨 삶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오늘부터).
- 김준수(몬구)
- 뮤지션 (몽구스, 몬구)과 문화예술교육가로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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